칼럼/프리뷰/리뷰 딸깍 딸깍 딸깍: 대구의 딸깍축구를 araboza

요즘 대구 축구를 압축하는 표현은 '딸깍'이다. 표현의 유래를 알고 싶다면 여기로.

 

올 시즌 K리그는 나름대로 색깔 있는 축구를 하는 팀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대구 축구의 색깔이 3백 전술과 역습 축구라는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

하기야 3백 역습 축구를 10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싶다.

 

혼돈의 중위권 경쟁 때문에 최근 대구 축구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딸깍'의 실체를 탐구하고 남은 시즌을 전망하기 위해 대구 축구의 3년 간 기록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딸-깍.

 

우선 3개년의 표를 나열할 텐데, 읽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파란 셀이 대구의 기록이고, 빨간 셀이 경기별 상대의 기록이다.

a/c는 상대가 기록한 패스 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대구의 패스 수가 차지한 비율이고,

b/d는 상대가 기록한 슈팅 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대구의 슈팅 수가 차지한 비율이다.

 

2021년 기록

 

2022년 기록

 

2023년 기록

 

지표를 하나하나 뜯어보자.

 

 

위 그래프의 50% 부분에 가로로 자를 대거나 상상 속의 선을 그려보자.

 

그래도 간간이 상대보다 점유율이 높은 경기가 있던 이전 두 시즌과 다르게

올 시즌 지금까지 대구가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단 하나, 20라운드 수원전이다.

 

하지만 '점유율도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대구야말로 점유율 높게 가져가도 큰 의미가 없는 팀이다.

점유율 50% 이상인 경기에서 대구가 기록한 성적은 처참하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

 

점유율 50% 이상인 경기에서 대구의 기록

2021 : 9경기 1승 3무 5패 5득점 14실점 / 평균 0.6득점 1.6실점

2022 : 6경기 0승 4무 2패 5득점 8실점 / 평균 0.7득점 1.3실점

 

경기 하나하나의 양상을 분석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장 합당하겠지만,

일단 수량 데이터로만 본다면 "대구는 점유율이 높을 때 좋은 경기를 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구가 정말 작정하고 고슴도치 같은 축구를 한다는 인상을 주는 지표는 다른 것들이다.

 

 

대구의 경기당 평균 패스 수

2021 : 293개

2022 : 263개

2023 : 239개(24라운드 기준)

 

그래프와 평균 수치를 보면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올 시즌이 지난 두 시즌보다 패스를 덜하는 편이다.

 

아니, 평균적으로 패스를 적게 해도 상대보다 많이 하기만 하면 되지 않는가?

과연 대구가 이런 기록으로 상대보다 많은 패스를 할 수 있었을까? 앞서 나열한 표의 a/c를 그래프로 나타내보자.

 

 

a/c는 상대의 패스를 100으로 놓았을 때 대구의 패스가 기록한 수치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100 부분에 가로로 자를 대거나 상상 속의 선을 그려보면 된다.

 

그렇다. 올 시즌 대구는 20라운드 수원전을 제외하면 이 수치가 100을 넘지 않는다.

점유율과 패스를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넘겨주고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 수치의 평균 추세를 봐도 올 시즌 현재까지의 기록이 저점임은 분명하다.

 

경기별 상대 패스 수에 대한 대구 패스 수의 평균 비율

2021 : 67%

2022 : 57%

2023 : 42%(24라운드 기준)

 

이쯤되면 의문이 들 것이다. 이렇게 상대에게 밀리면서 어떻게 성적을 내는 걸까?

딸깍축구는 단순히 다 내주고 털리자는 것이 아니다. 고슴도치에게는 가시가 있다.

 

 

 

앞서 본 그래프들에 비하면, 그리고 b/d의 그래프에서 2021 시즌 30라운드 울산전이라는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면,

슈팅 관련 지표는 점유율과 패스에 비해서 이전 시즌과의 격차가 작다. 상대보다 높은 기록을 보여주는 경우도 더 많다.

 

평균 수치를 내보면 더 확실하다.

 

대구의 경기당 평균 슈팅 수

2021 : 11개

2022 : 11개

2023 : 11개(24라운드 기준)

 

경기별 상대 슈팅 수에 대한 대구 슈팅 수의 평균 비율

2021 : 105%

2022 : 102%

2023 : 90%(24라운드 기준)

 

이상 모든 기록을 종합해보면 대구 딸깍축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는다.

2) 패스를 적게 가져가도 상관없다.

3) 단, 상대 진영으로 패스가 들어가면 최대한 슈팅까지 연결한다.

 

이러면서 기록하고 있는 성적은 어떨까?

전망을 위해서 2로빈까지의 성적을 우선 꺼내본다.

 

2로빈까지의 성적

2021 : 9승 8무 5패(승점 35) 26득점 23실점 / 평균 1.2득점 1.0실점
2022 : 5승 11무 6패(승점 26) 28득점 27실점 / 평균 1.3득점 1.2실점
2023 : 8승 8무 6패(승점 32) 25득점 25실점 / 평균 1.1득점 1.1실점

 

답답하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해도 올 시즌 2로빈까지 대구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득점과 실점 모두 적게 가져가면서 어떻게든 결과를 내고 중위권 경쟁은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가 이제 서서히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시즌별 최종 성적

2021 : 15승 10무 13패(승점 55) 41득점 48실점 / 3위
☞ 3로빈부터 6승 2무 8패(승점 20) 15득점 25실점 / 평균 0.9득점 1.7실점
2022 : 10승 16무 12패(승점 46) 52득점 59실점 / 8위
☞ 3로빈부터 5승 5무 6패(승점 20) 24득점 32실점 / 평균 1.5득점 2.0실점
2023 : ?

 

2로빈까지의 대구와 3로빈부터의 대구가 다르다는 점이 보인다.

 

뎁스가 떨어지는 대구는 그들 자신에게도 힘겨운 여름을 거치면서 페이스가 떨어진다.

'대구의 왕' 세징야만 막으면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상대 수비의 세징야 압박은 엄청나다.

그 압박을 분산할 선수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대구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에드가와 이근호는 노장이다. 고재현은 시즌 초반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바셀루스는 공수 양면에서 나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대구 축구는 점유율과 패스를 다 내줘도 좋으니 골 한두 개 넣고 틀어막자는 것이 핵심이다.

올 시즌 대구 축구의 그런 경향은 더욱 극단적으로 확대되었고, 딸깍축구라는 별명마저 얻었다.

나는 그것도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고 또 상대 입장에서 치 떨리는 매력이 있는 색깔이라고 본다.

다만 반칠십을 향해 달려가는 세징야에 대한 전폭적 의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22-24라운드는 대구에게 앞으로 '딸깍'이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2라운드 강원전, 23라운드 광주전은 수중전이었고, 대구의 장기인 역습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24라운드 대전전에서는 다섯 경기만에 패배를 기록하며 대전에 대한 상성의 우위마저 깨지고 말았다.

젊은 감독, 81년생 최원권의 딸깍축구는 기록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후반기의 고질적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데이터 출처 : K리그 데이터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