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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2로빈까지의 김영권과 박용우를 중심으로 본 울산

17라운드 울산-수엪전을 캐슬파크에서 직관했다.

집관으로만 보던 울산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전반에 1:0으로 밀리는 것을 보며 "어라?" 했다.

그러나 역시 울산은 후반에 지독하게 무서운 팀이었다.

 

후반에 그나마 몇 번 찾아온 기회를 수엪 공격진이 날리는 사이,

울산은 이청용을 투입하며 설영우-이청용-엄원상을 활용한 우측면 공격을 전개했다.

 

울산의 우측면 공세에 흔들린 수엪의 좌측면이 흔들리면서

반대 측면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공간이 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날 울산의 세 골은 1) 크로스에 이은 헤더, 2) 세트피스 혼전중의 골, 3) 후반 막판의 '바코타임'이었다.

하지만 울산이 끌려가는 것 같던 경기 분위기를 그리 빠르지도 않은 측면 공세로 완전히 가져오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가 2로빈까지 울산이 김영권과 박용우 없이 치른 유일한 경기였다.

울산은 공격에서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후방 선수들에 주목하기 쉽지 않다.

 

요즘 울산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온다. 그 말을 쓰면 기만하느냐는 댓글이 많이 올라온다.

이미 따놓은 승점이 워낙 많고 강력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자연스럽기는 하다.

 

이토록 부질없어보이는 '울산 위기론'을 왜 굳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영권과 박용우를 왜 굳이 다루는가?

차근차근 독자 제위와 소소한 생각을 공유할까 한다.

 

울산_ByR22_김영권_박용우.png.jpg

 

2로빈까지 울산의 경기당 평균 기록은 2.1득점, 1.0실점, 점유율 56.9%, 패스 533개다.

점유율이 50%에 미치지 못한 경기, 패스 수가 상대보다 적은 경기가 불과 5경기다. (의외로 6라운드 수원전이 포함된다.)

이기든 지든 기본적으로 높은 점유율, 상대보다 압도적인 패싱 플레이가 울산 경기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김영권은 19경기 1,788분(평균 94분), 박용우는 19경기 1,528분(평균 80분)을 뛰었다.

박용우는 교체라도 되며 나름 관리를 받았지만 김영권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풀타임이었다.

 

두 선수가 풀타임 출장한 경기는 9경기다. 

이 9경기에서 울산은 전승하며 승점 27점을 얻었다.

이 9경기에서 울산의 경기당 평균 기록은 2.2득점, 0.9실점, 점유율 55.0%, 패스 489개다.

점유율과 패스가 약간 줄었지만 득점과 실점에서도 약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출장시간을 제쳐두고 두 선수의 출장경기당 평균 패스 기록은

김영권이 69개(팀 평균 패스 532개의 13%), 박용우가 64개(팀 평균 패스 501개의 13%)다.

 

역시 출장시간을 제쳐두고 두 선수가 모두 나왔을 때 출장경기당 평균 패스 기록은

김영권과 박용우 모두 63개(팀 평균 패스 505개의 13%)다.

 

두 선수가 모두 나온 것은 17경기다.

이 17경기에서 울산은 14승 2무 1패로 승점 44점을 얻었다.

 

사실 이렇게 숫자를 신나게 써놓으면 비교가 필요하다.

김영권과 박용우가 나오지 않은 경기와 비교하면 어떤가 하고 말이다.

 

김영권 결장 시 : 3경기 2승 1패 / 경기당 평균 2.7득점, 1.3실점, 점유율 56.4%, 패스 539개

박용우 결장 시 : 3경기 2승 1패 / 경기당 평균 2.3득점, 1.3실점, 점유율 68.3%, 패스 732개

김영권·박용우 동시 결장 시 : 1경기 1승 / 3득점, 1실점, 점유율 66.6%, 패스 675개

 

그래서 단순히 평균만 놓고 보면 "뭐야? 그 둘 별 것 없네?" 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비교를 하기에는 샘플의 수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울산은 시즌 내내 지독하게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두 사람, 별 것 없었을까?

몇 경기를 하나하나 되짚어보자.

 

김영권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전반에 이탈한 15라운드 대전전,

결과는 무승부였으나 울산은 전반에만 3실점하며 위기를 맞았다.

김영권이 빠진 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 경기가 2로빈까지 울산의 유일한 3실점 경기였다.

 

바로 그 다음 경기, 16라운드 전북전에서 울산은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17라운드 수엪전도 홍명보 감독의 느닷없는 (그러나 의도가 보이는) 대노,

수엪의 수비 불안, 후반 측면 공략의 성과 등 이 모든 것이 없었다면

승점 3점을 얻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꽤 불안감이 있었다.

 

박용우가 관리차 교체되었거나 아예 결장한 경우를 보면 어떨까?

인종차별 사건과 관련하여 결정된 연맹의 징계에 따라 결장한 19라운드 대구전은 대승이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는 전반 2분 김태환의 득점, 전반 20분 에드가의 퇴장이라는 울산의 호재가 있었다.

가뜩이나 울산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에 충실한 대구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경기 양상이 지표에 그대로 드러난다.

 

박용우가 부상을 당하며 경기 중 이탈하게 된 21라운드 포항전, 

결과는 승리였으나 포항에게 주도권을 내준 경기였다.

그리고 22라운드 인천전, 홈경기에서 패배했다.

 

이쯤에서 짚어볼 것은 과연 울산의 빌드업이 어떻게 전개되는가 하는 것이다.

경기마다 패스 상위권을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름에 김영권, 박용우에 더해 설영우가 있다.

주로 우측면에서 뛰는 설영우는 좌측면의 카운터파트 이명제에 비해서도 많은 패스를 기록하는 편이다.

 

울산이 경기를 원활하게 풀기 위해 이청용을 투입하면 

우측에서 설영우-이청용과 마지막 한 명의 윙포워드가 맹공을 퍼붓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김영권과 박용우가 있을 때도 설영우의 패스 기여도는 높은 편이다.

그런데 만약 김영권과 박용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최근 22라운드 인천전, 그리고 3로빈으로 넘어가긴 하지만 23라운드 수원전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보인 똑같은 울산의 위험 상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려 하는데 후방 빌드업으로 공격이 풀리지 않는다. 

2) 이청용을 교체 투입하고 설영우와 함께 우측 방면으로 공격을 전개한다.

3) 경기 종료가 다가올수록 전체적으로 울산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4) 울산 우측면에 큰 공간이 생기고 상대의 기습적 패스와 함께 역습이 시작된다.

5) 상대 진영 깊이 침투한 설영우의 복귀가 늦으면 이청용+1명이 우측면을 커버한다.

6) 울산 우측면을 공략하는 상대 선수가 직접 돌파하거나 패스, 크로스로 슈팅 찬스를 만든다.

 

이 과정이 22라운드 인천전 후반 45+2분 인천의 역습에서 보였지만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23라운드 수원전 후반 45분에 보인 비슷한 과정은 결국 김주찬의 골로 이어졌다.

 

울산도 안 풀릴 때는 측면 돌파나 크로스로 주민규나 마틴 아담의 한방을 노릴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공격이 빛을 보려면 "측면 말고 다른 데로도 때린다"는 위협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영우의 공격 가담은 예상 가능한 것이 된다.

지금 루빅손의 공격 부진과 엄원상의 부상은 울산 측면 공격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 양면의 재능을 갖춘 설영우에게 공격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사이드백 공격 가담의 숙명과도 같은, 측면 뒷공간 노출은 잦아질 것이다.

 

우측면 공격 부담을 덜든, 좌우 전환을 하든, 찬스 메이킹을 하든 상관없이

지금 울산 축구에서 중앙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중앙 미드필더의 패싱 플레이가 과연 어떻게 되고 있는가?

 

비슷한 시간대에 교체로 들어온 선수를 제외하고

똑같이 수원을 만난 14라운드와 23라운드를 보자.

 

해당 2경기에서 울산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기록한 패스 수는 다음과 같다.

- 14라운드 : 박용우(98분) 101개, 이규성(71분) 72개

- 23라운드 : 김민혁(99분) 73개, 이규성(75분) 52개

 

물론 두 경기 사이에 달라진 큰 변수들이 여러 가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울산 중원의 패싱 플레이가 14라운드보다 23라운드에서 훨씬 힘겨웠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박용우는 21라운드를 끝으로 결장하던 끝에 알아인으로 이적한다. 3선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김영권은 남지만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나이에 접어든 그에 대한 의존도 이제는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

 

슬프지만 나이 이야기를 덧붙인다.

 

김영권이 1990년생, 박용우가 1993년생이다.

김영권과 같은 포지션인 김기희가 1989년생, 임종은이 1990년생, 정승현이 1994년생이다.

박용우과 같은 포지션인 김민혁이 1992년생, 이규성과 보야니치가 1994년생이다.

 

아무리 요즘 선수들의 관리나 각종 기술의 발달로 선수 수명이 늘어났다지만,

이제 진지하게 관리와 차세대 선수 육성을 생각해야 할 때가 머지 않아보인다.

 

김영권과 박용우가 있는 자리는 현대 축구에서 점점 중요한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 울산은 이미 생긴 공백, 앞으로 생길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러하다.

1) 김영권과 박용우는 울산의 빌드업과 경기 조율의 중심이었다.

2) (여러 변수를 제외하고 보면) 특히 두 사람이 함께 풀타임으로 뛸 때의 울산은 막기 힘든 강팀이었다.

3) 김영권과 박용우 중 하나만 흔들려도 울산은 경기력에 문제가 생기거나 원치 않는 결과를 받아드는 일이 늘어났다.

4) 지금까지 지표로 보면 박용우의 이적은 올 시즌의 순위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울산에게 중요한 시험대일 것이다.

 

추가로 덧붙일 의견은 이러하다.

1) '울산 위기론'은 올 시즌으로만 한정한다면 아직 설득력이 크지 않다.

2) 설영우와 엄원상의 군입대 여부와는 무관하게 (특히 후방-중앙 중심으로) 울산의 리빌딩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3) 경기장 안팎에서 터지고 있는 이규성의 문제가 남은 시즌 울산 중원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나는 큰 영향 없을 것으로 본다.

   (22라운드 건에 따른 사후징계라도 있었다면 당장 김민혁과 보야니치만으로 어떻게든 그 자리를 메워야 했지만, 그럴 일도 없어졌다.)

4) 좋은 3선 자원을 찾기가 차~암 힘들다. 이적시장 문 닫힐 시각이 다가온다. 거래가 있다면 무조건 어떤 의미로든 깜짝 놀랄 수준이지 않을까?

 

데이터 출처 : K리그 데이터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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