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있다 없으니까: 대전 조유민의 빈 자리[발롱도르~]

2023년 K리그 초반 돌풍을 이끈 한 축은 대전이었다.

대전표 '닥공'은 초반 울산의 무패 행진을 끊어낼 정도로 강력했다.

 

요즘 대전은 그에 비하면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밀리더라도 후반에 따라가는 뒷심은 확실히 좋아졌지만 '무재배'가 이어졌다.

 

1로빈과 2로빈에 대전이 기록한 성적을 비교해보자.

- 1로빈 : 5승 3무 3패 18승점 / 득점 18, 실점 17

- 2로빈 : 2승 6무 3패 12승점 / 득점 16, 실점 18

 

대전이 올 시즌 보여준 명경기에서 유난히 득점력이 폭발했을 뿐,

1로빈과 2로빈의 득점과 실점에 큰 차이는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여러 방향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겠지만 내가 본 중요한 차이는 조유민이다.

조유민은 대전에서 결코 완전무결하지 않지만 대체할 수 없는 선수다.

지금 대전은 센터백 한 명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팀의 기둥 하나를 잃은 상태다.

 

조유민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대전은 얼마나 다른 팀일까?

 

 

조유민 출장 시(11경기)

- 성적 : 4승 2무 5패 14승점

- 전체 : 득점 18, 실점 20, 패스 4196, 태클 109, 인터셉트 361, 공중경합 289

- 평균 : 득점 1.6, 실점 1.8, 패스 381, 태클 10, 인터셉트 33, 공중경합 26

 

조유민 결장 시(11경기)

- 성적 : 3승 7무 1패 16승점

- 전체 : 득점 16, 실점 15, 패스 3535, 태클 82, 인터셉트 314, 공중경합 307

- 평균 : 득점 1.5, 실점 1.4, 패스 321, 태클 7, 인터셉트 29, 공중경합 28

 

대전의 1로빈과 2로빈이 의외로 큰 차이가 없듯,

조유민의 출장과 결장이 성적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조유민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차이"라는 나의 주장은 무효인가?

물론 나의 대답은 "조유민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차이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조유민의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결정적 차이는 표시한 것처럼 패스에서 나타난다.

조유민이 출장한 경기 중 부상으로 전반 10분 만에 교체된 14라운드가 예외라고 보아 제외하더라도,

조유민이 출장한 경기에서 대전의 평균 패스 횟수는 364회로, 조유민이 결장한 경기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인다.

 

이제 조유민의 개인 기록을 확인해보자.

 

조유민 경기당 기록

- 전체 : 패스 521, 태클 10, 인터셉트 77, 공중경합 56

- 평균 : 패스 47, 태클 1, 인터셉트 7, 공중경합 5

- 팀 기록에서 차지하는 비율 : 패스 13%, 태클 8%, 인터셉트 21%, 공중경합 20%

이민성 감독은 명단을 어떻게 올리더라도 대체로 3백 전술을 구사한다.

그런데 3백에 조유민, 4미들에 주세종이 포함되면 꽤 자주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

 

조유민을 제외한 두 센터백 중 최소 하나는 더 전진하여 공격에 가담하거나 윙백의 후방 공간을 메운다.

주세종은 뒤로 살짝 내려와서 조유민과 거의 2백에 가까운 구도를 형성하며 후방 빌드업을 담당한다.

이때 조유민은 주세종과 빌드업을 분담하거나 과감한 롱패스를 통해 볼을 배급하기도 한다.

 

시즌 초반 대전의 '닥공' 이면에는 수비수의 과감한 전진과 공격 가담이 있었다.

조유민은 최전방에서 공중볼을 경합하며 이따금 헤더로 골을 넣었고, 볼이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수비가 취약해서 수시로 페널티 박스까지 역습을 허용한 대전이 그래도 '닥공'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조유민의 지분이 컸다.

조유민은 센터백으로서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그것을 상쇄하는 점프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동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물론 앞서 지적했듯 조유민은 결코 완전무결하지 않다.

과도한 적극성 때문에 반칙으로 실점의 빌미를 허용한 적도 많고,

공격적 성향 때문에 수비에 큰 구멍이 자주 생기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6라운드 수엪전을 제외하더라도 조유민 출장 시의 실점은 위에서 보이듯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어차피 수비 조직력의 빠른 보완이 기대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조유민의 부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후방 빌드업에서 주세종과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조유민의 공백은 대전의 장점인 공격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주세종이 없을 때는 조유민이 사실상 후방 플레이메이커나 다름없었고, 주세종이 있을 때도 그의 역할은 중요했다.

조유민의 공백은 이진현의 부진과 맞물려 주세종에게 부담을 더하고 있고, 대전의 상대팀은 주세종을 압박하며 소득을 보고 있다.

 

수비는 실수가 두드러져서 기대에 비해 아쉬울 뿐, 대전에서 조유민은 훌륭한 수비수다.

발 기술과 점프력이 좋은 조유민은 지상과 공중에서 볼을 탈취할 때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나열한 것 이외에, 결코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조유민의 강점이 있다. 바로 리더십.

주세종이 오기 전 조유민은 주장이었다. 지금도 부주장이고 사실상 주세종과 리더십 투톱을 맡고 있다.

대전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모여서 기합을 넣을 때 선창을 하는 사람이 바로 조유민이다.

대전에 조유민이 없는 것은 울산에 김영권이 없는 것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즌 초반 조유민의 여러 실수에 대한 지적이 나왔을 때 이민성 감독은 그를 감쌌다.

지표로 보나 팀 케미스트리로 보나 그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핏 보면 모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있다 없으니까 티가 나는 남자, 대전의 조유민이다.

 

데이터 출처 : K리그 데이터 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