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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Orange WAVE in Jeju' Football in City (8) - 제주 유나이티드[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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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스포츠는 지역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있다. 오프라인에서 경기를 하고, 수 천~수 만 명의 관중을 이 경기에 모객해야 한다. 아무리 주말이더라도 그 정도 인원을 채우려면 경기장 주변 지역에서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며, 당연히 그 지역에서 스포츠단은 효과적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하고, 연고지에 동화되어야 한다. 구단은 그것을 잘하고 있는가. 이 글은 기사가 아니다. 이 글은 도시에 대한 기행문이자 자유인의 입장에서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다. 축구단의 연고지를 탐색하고 비슷하게나마 로컬 소비자나 손님의 시각으로 축구를 관람하면서 스포츠의 나아갈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제주도라는 섬

 

 제주도는 크나큰 섬이다. 충분히 커서 하나의 사회가 형성될 수 있지만 섬은 섬이다. 섬은 분명 육지와 분리되어 있고, 육지와 육로로 오고 가기 힘들 것이다. 그 간극을 간척이나 교량으로 메울 수 없다면 이동 수단은 비행기나 배로 해결해야 한다. 육지 간 통행이라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섬이라면 더 복잡할 수 있다. 당장 K리그에서도 육지의 팀이 제주도 원정을 다녀오는 상황에서 악천후로 곤경에 빠질 때가 간혹 있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입장에서도 육지에서의 일정을 소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는 사람만이 겪는 이슈가 아니다. 물품도 마찬가지다. 당장 제주도를 오가는 택배에 배송료를 더 붙이는 것도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K리그에서도 서울에 있는 방송사가 제주로 내려가서 중계 방송을 하는 것도 어렵다. 사람과 물품의 이동에서 육지와 동등한 여건을 충족하지 못할 여지가 있다. 이는 생각의 다양성 차원에서도 고민할 수 있다. 육지에 있다면 서울이든 어디든 사람과 물자가 오가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섬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옛날엔 더 그랬고, 이것은 경제와 문화 차원의 문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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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제주도는 독자적인 성향을 보였다. 탐라국이라는 독립 국가부터 시작해, 육지의 국가에 편입된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육지에 있더라도 산이 가로막아 지역 간 통행이 자유롭지 않다면 아무리 인접한 지역이라도 쓰는 방언이 다른데, 아예 바다가 가로막는 제주도는 더욱 그럴 것이다. 전통적인 제주 방언은 아예 ‘제주어’라는 표현을 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제주어’라는 표현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직접 쓰고 있을 정도로 공인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육지의 말은 육지의 말대로 전승되고, 제주의 것은 제주의 것대로 전해지니 같은 뿌리더라도 다른 언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제주 방언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제주도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사회적 성향에서 차이를 보이곤 하는데, 제주도는 그 육지의 것과 또 다르다. 육지에서 생기는 지역 정서와 또 다르다. 한때 ‘괸당’이 정당보다 세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친인척이나 이웃 간 사이를 중시하는 문화도 발달했던 이력도 있다. 섬이라서 육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지하는 것과 다른 환경이 조성되었다. 기후나 섬 특유의 자연 조건에서 제주도는 정말 다르다. 육지와의 지리적 ‘단절’이 경제적 ‘단절’을 유도하고 사회적 ‘단절’을 만들었으며 문화적 ‘단절’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예전의 그 ‘단절’이 옅어진 상태다. 이제는 비행기로도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육지와 섬 사이를 밀접하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그 ‘단절’의 폭은 줄어들었다. 교통과 통실의 발달은 제주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제주 사람들도 육지의 일을, 육지 사람들도 제주의 사안을 더 실감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육지 사람들은 제주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어도 이제 겉으로 그 상황을 훑을 수 있게 되었다.

 

단절이 주는 신비로움(과 상업성)

 

 그렇기에 그 ‘단절’은 이제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단절은 동시에 신비로운 이야기도 만들었다. 쉽게 보기 힘들고, 간편하게 오가기 어려워서 평소에 자주 섬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을 오히려 자극했다. 그러나 이제 약간의 비용, 그리고 섬을 탐구할 의지가 있다면 비행기로 제주도에 방문할 수 있다. 단절된 섬에서 독자적으로 빛난 제주도 문화가 육지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소재로 떠올랐다. 여전히 이질적이지만 육지 사람들은 제주 사투리에 신기해 하고, 돌하르방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제일 각광받는 관광지가 되었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동일시하고 헷갈리는 이들이 아직도 많았고, 그것이 정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는 분명 다르고, 그 차이를 인식하는 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만큼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여행을 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제주의 서사를 온전히 받아들인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육지의 일상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제주도가 채울 수도 있다. 신비로움과 이질감, 그로 인해 발현된 특별함은 제주도의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제주의 경제와 문화에 도움을 주었다. 이들이 여행지에 가서 돈을 쓰면서 제주 경제에 도움이 되고, 제주 문화가 여행 컨셉의 전면에 드러나면서 제주의 것들이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도 그 수혜를 받았다. 제주도는 수학여행의 단골 지역인데, 이 수학여행 단체 관광객들이 경기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구단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절대 축구 경기를 제주에서 볼 일 없던 사람들이 경기장을 방문하고 서비스를 소비한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문화 콘텐츠가 이렇게 노출되고, 축구단도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았다.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75080

 

 

 다만, 그것은 분명 계속 그 지역에 살았던 제주도민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것이 따로 있지만, 제주도의 관광 상품은 제주도를 다른 시각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오히려 제주도에서 도민이 이질감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섬을 독립적으로 만들었던 ‘단절’은 섬 밖의 지리적 환경이 만들었지만, 이제 섬 안의 문화적 환경이 새로운 ‘단절’을 야기했다. 그러나 여행 산업이 제주 경제에 적극적으로 편입되면서 제주의 경제와 문화가 ‘단절’을 해소하고 되려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제주도의 독자적인 정서가 흐려지고,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관광으로 생겨난 인프라와 콘텐츠는 더 다양한 것들을 제주도에서 누릴 기회를 주고 있다. 게다가 그 신비로운 제주도에서 여행을 넘어서 새로운 목적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심지어 누군가는 제주도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동경을 가진다. 한 달 살기, 혹은 원하는 곳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취하려는 ‘워케이션’이 한창 수면 위에 떠올랐을 때 제주도에서 그 목적을 취하려는 이들도 분명 있었다. 직장도 생기고 일부 IT 업체가 제주도에 본사를 두기도 했다.

 

도시의 경제와 문화 사이

 

 많은 지역에서 특산물을 홍보하고, 여행 오라고 하며, 일자리에 대해 논한다. 소재와 타겟은 다를 수 있지만 브랜딩이라는 과정은 얼추 비슷하다. 그리고 그 브랜드 형성에 필요한 것은 다른 것에 비해 우위나 차별점을 보일 수 있는 특성이다. 대한민국의 각 지역은 저마다의 특성을 찾고 이를 어떻게든 매력적으로 브랜드로 치환하기 위해 도전한다. 제주도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지역이다. 독자적인 역사를 지니면서 특별하게 반짝거리는 문화를 일궈낸 제주에서 특성을 찾기 쉽다. 이미 신비로운 그 특성을 가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주이기에 업체가 들어왔고, 또 제주에 특화된 업체가 탄생하기도 한다. 그 업체들의 주요한 수요는 관광객이라는 것을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이 제주 곳곳에 퍼지면서 제주의 어트렉션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관광지로 자리잡은 애월은 물론이고 사계 같은 곳도 그 업체의 소재지가 되었다. 물론 그냥 제주도라서 합류한 업체들도 있지만, 제주도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제주도의 특성을 취합하여 제주도의 대표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여럿 있을지 몰라도 제주도는 유일무이한 지위에 있다.

 

 육지에서 자체적으로 도시 브랜드를 상업적이나 사회적으로 접목하여 두각을 나타내는 업종이 있는데 제주도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독립서점도 그 사례에 있다. 주인의 주관대로 책이 진열된 서점에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커뮤니티 기능을 충족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모아 지역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골목 공동체를 만들어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으로 독립 서점은 도시사회학에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제주도에도 그것은 예외가 아닐 것이다.

 

 제조의 영역도 도시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다는 집단에 포함된다. 특히 F&B의 세계에서 특산물이 지역의 상징으로 예전부터 주목을 받았듯이, 지역의 특성을 담을 수 있는 상품이 두각을 드러냈다. 빵이 대표적인 예시다. 여러 지역에 유명한 빵집이 있고, ‘빵지순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빵집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술도 마찬가지다. 지역마다 양조장이 있고, 각 양조장마다 제조 주류와 제조 방식이 다르다. 그 서로 다른 제조 결과에 지역의 특색을 붙이기도 한다. 특히 제주도에서 제주맥주는 도시의 특성에 접목한 브랜드를 잘 형성하여 전국구 인지도를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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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 콘텐츠들이 제주의 서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제주 지역의 맥락에 맞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물론 제주맥주처럼 정말 충실하게 지역의 특성을 이해한 상품과 서비스도 많이 존재한다. 게다가 무엇보다 콘텐츠가 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지역의 브랜드를 입맛대로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도시의 철학을 계승하지 않은 것들은 도시의 브랜드를 본뜬 것일 뿐 도시를 대표하는 기념물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매력적이어도 예외를 찾기 난해할 것이다. 단지 그것은 정말 매력적인 상품일 것이다.

 

제주의 United 허브

 

 축구도 지역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빌려야 하는 콘텐츠다. K리그1 단위의 축구 콘텐츠는 수천 ~ 수만명의 사람들을 유치해야 한다. 수준에 따라 모객해야 하는 인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고 더 적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아무 것도 안한다면 그 정도 고객들을 경기장으로 불러올 수 없을 것이다. 그 지역에 녹아들어야 하고, 그 지역에 맞는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야 사람들도 그 축구를 마음 속에 둘 것이다. 그러니 K리그는 앞서 언급한 예시처럼 지역 특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매치데이에 수천 명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2023 시즌 중반을 지나면서 유의미한 관중 수 추이를 보였다. 그 순간 제주 유나이티드의 성적은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이상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즌 초반의 제주는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그렇지만 관중 수를 담은 성적표에는 이전에 비해 환상적인 중간고사 학점이 기록되어 있다. 예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지표를 매 경기 목격할 수 있고, 만 단위의 관중을 구경할 수 있는 경험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는 그 어디보다도 지역 마케팅을 계속 효과적으로 실시했다. 어쩌면 제주 유나이티드가 돋보이는 부분을 지역 특성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명소나 후원 가게에서 선수의 입단 오피셜 사진을 찍었다. 그 생각은 작성자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그것을 실천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다. 혹은, 제주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오피셜에 담으면서 누군가에게 또 다른 ‘명소’를 창출할 수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만의 명소가 그 순간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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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촬영된 구자철 선수 입단 오피셜 사진

 

 제주의 지역 밀착 사업은 경기장에서 계속된다. 제주는 4월에 있었던 아픔을 축구단의 방식으로 녹여냈다. 셔틀버스를 개설하여 경기장을 위한 동선을 만들고, 진로 안내 등 제주도 사람들이 여러 콘텐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구성한다. 많은 관람객을 한 곳에 모았기 때문에 축구단 뿐만 아니라 다른 주체도 축구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독립서점 등에서 진행하는 서귀포시 행사를 안내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주로 파는 F&B를 축구장에서 홍보하고, 그것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서, 제주도의 특성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방식으로 장소를 재해석하고 그것을 세상으로 꺼내는 방식과 동선을 구현할 수 있다. 지역의 서사에 부합한다는 전제 하에 서점이든 식당이든 평범한 장소라도 축구단은 특별한 장소로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축구는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가치를 전달하며, 동시에 사랑방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그 중심은 축구가 있는 축구장일 것이다. 그곳이 모두를 모으는 허브라고 할 수 있다. 독립 서점 등도 역시 지역에 독특한 색깔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렇기에 분량을 많이 할애했지만, 제주도까지 많은 도시에 뿌리를 내리는 축구야말로 도시의 미래를 같이 그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단절은 이제 분리가 아니다

 

 제주도에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있다. 어느새 IT 회사가 모여 있는 지역은 제주도가 아니라 경기도 성남시의 판교가 되었지만, 그래도 IT 회사들이 제주도에서의 추억은 여전히 제주도에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게 바라보며 학습할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넥슨 게임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넥슨 게임의 역사를 보여주고,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팬과 넥슨의 밀접한 추억을 강조한다. 고전게임을 사랑했던 이들을 위한 게임기와 게임이 가득했다. 아이들에게 코딩을 더 쉽게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육지에서 쉽게 누릴 수 없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었고,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컴퓨터를 축구나 다른 콘텐츠로 치환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IT 업체라고 회사 건물이 있는 제주도와 거리를 둘 이유가 없다.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IT 업체 같은 기업들도 지역의 특성을 신경쓰고 있다. 기업도 결국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고,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자판기마저 그 지역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자판기에서 파는 과자는 상당수 그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제주 스페셜 에디션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한 층씩 올라가도록 동선이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티켓 역할을 하는 종이 팔찌를 찼던 구역보다 밑으로 내려간다. 역사적 가치와 미래를 담아낸 이 박물관의 끝은 이질적이며 특별하다. 넥슨에서 개발 중지된 게임의 흔적들이 그 박물관 동선의 끝에 있다. 잔인하게도 기념품 샵에서 성공한 게임을 바탕으로 창작된 MD 상품 옆에 존재한다. 게임에 출연할 수 없게 된 캐릭터를 2D의 종이에 담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은 성공한 게임의 구역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박물관의 설명을 빌리면 그 프로젝트는 ‘흔히 실패작으로 치부되곤 하나, 응당히 거쳐야 할 창작 과정의 일부’다. 당장 실패했을 수 있지만, 그 모델을 레퍼런스로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할 수도 있다. 당장 이 전시도 그 창작 과정의 결과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의 전시를 보여줬으니 말이다. 그 캐릭터와 제작 과정은 그 자체로 다음 챕터를 넘어갈 수 없는 ‘단절’ 상태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분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창작 과정도 자산이다. 그 자산을 바탕으로 또다시 다른 과제에 도전할 것이다.

 

20230401_103416.jpg

 

 당장 그 전시를 보고 각자 여러 생각이 들 것이다. 마음 속에서 이들을 위해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 캐릭터의 서사를 만들기 위해 비용을 주면서 2D 속 캐릭터에 다시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 의지가 지속된다면 적어도 마음 속에 훨훨 날아갈 것이라 믿는다. 단절된 섬이었던 제주도가 저마다의 의지로 다양하게 빛나듯이, 단절된 역사의 캐릭터가 그렇게 빛나는 것을 만들면 된다. 축구단도 비슷하다. 축구와 다른 것은 서로 단절되어 있지만 이를 연결해볼 수 있다. 기어코 그 다른 것에 축구단의 모든 방면을 바라보며 팬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텐데 이를 어떻게든 끌어내서 축구장과 계속 인연을 맺는 방법도 고심할 수 있다. 공간과 연결한다면 제주 유나이티드와 연결할 수 있는, 각 팬들만의 사적인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 선수라면 선수로 만들 수 있는 상상을 구현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육지와 ‘단절’된 서사를 지나오면서 ‘분리’와 다름 없는 취급을 받아오기도 했고, 이는 역사적인 비극을 더 아프게 했다. 되려 지나칠 정도로 ‘단절’되었던 역사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현실에서 제주 유나이티드가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서사를 잊지 않고 각 제주도민의 생활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선보인다면 제주 유나이티드는 축구를 넘어서 제주도민의 일상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파도 위에 서핑을 타는 것처럼 그것을 육지에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제주 유나이티드는 곧 제주 대표가 될 것이다.

 

- 다녀온 경기

2023.04.02

@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 유나이티드 vs 울산 현대

1 : 3 / 제주 유나이티드 패

관중 수 : 7,140명

 

20230402_135943.jpg

 

NEXT - (9) 서울 이랜드 FC

 

칼럼 'Football in City' 인덱스

https://www.flayus.com/108510837

 

댓글 4

롤페스 2023.06.18. 10:32
제주 한달살이를 클하에서 하기는 어떨지 캬캬컄
댓글
COSMO 작성자 2023.06.18. 10:33
 롤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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