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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당신이 떠난지 2년, 지금도 당신을 떠올립니다. (故 유상철에게 보내는 편지)[발롱도르~]

2021년 6월 7일, 이젠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기일이 된 이후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누군가에겐 잊혀졌을 수도, 누군가에겐 잊혀지지 않을 그 사람에 대해 지난 2년 간의 묵혀왔던 이야기를 꺼내려 합니다.

당신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고있던 2019년 10월, 건강이 안 좋아져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의 쾌유를 바라는 팬들 중 한사람으로서 부디 무사하시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한달 뒤인 11월,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아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미 10월 부터 췌장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믿기 힘든 사실을을... 그리고, 이미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뭐라 말을 할 수 없을정도의 심정이었습니다. 팬인 저도 이런데, 당시자인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였습니다.

당신이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은 당일, 당시 수원 삼성의 감독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이임생 감독을 만나 이임생 감독에게 남긴 말은 아직도 제 가슴이 먹먹할 정도였습니다.

"임생아, 나 이 나이에 지금 가야 되냐?"

지금도 그 말을 들으면 제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아직 해야될 일이 있고, 살아갈 날도 많아야 할텐데 왜 운명의 신은 그에게 이런 시련을 안겼을까요...

그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외침, 기적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여타 축구 팬들처럼 저도 2002년 월드컵의 그 기적처럼 또 한번의 기적이 당신에게 찾아오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경남FC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감독 부임시 인천의 1부 잔류를 이뤄내겠다는 약속을 극적으로 이뤄내면서 인천 서포터스들도 '마지막 약속도 꼭 지켜줘'라는 걸개로 화답했습니다.

그들이 말한 '마지막 약속'은 당신이 암 투병중이란 사실을 밝힌 글에서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는 그 말이었습니다.

그 다음해인 2020년, 아직 코로나의 위험성이 널리 퍼지기 직전에 자신이 뛰었던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홈 구장, 닛산 스타디움에 방문해 마리노스 팬들에게 자신을 향한 응원에 대한 감사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말을 남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가 팬과 함께한 마지막 순간이 될 줄 그 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지며 대봉쇄의 시대가 열려버렸고, 이것이 봉쇄가 시작되기 전에 신이 내린 마지막 자비가 될거라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저도 그랬었습니다.

13번의 항암치료를 거치며 서서히 회복되어 가던 중 2020년 11월에 암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와 팬들에게 약속했고 모두가 바래왔던 기적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아 너무나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21년 3월에 더 큰 시련이 전해졌습니다. 작년 11월에 췌장에 있던 암은 사라졌지만 한달 뒤인 12월에 암이 뇌로 전이되어 추가 치료를 받고 1월에 입원 후 2월에 호전된 모습으로 퇴원해 또 한번의 기적이 찾아오는건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끝끝내 신은 두번의 기적을 허하지 아니하였습니다. 4월에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결국 2021년 6월 7일에 우리가 갈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날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왜 지금 떠나야 하는지, 왜 신은 그 에게 시련을 부여했는지, 왜 두 번째 기적을 허하지 않았는지... 그 날따라 신을 많이 원망하고, 원망했습니다.

당신이 떠난지 1년이 된 2022년, J1리그 최종전에서 요코하마 F•마리노스가 5번째 별을 얻었을때, 그리고 당신의 한국에서의 친정팀인 울산현대가 17년만에 3번째 별을 얻었을때,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환희의 눈물 대신 슬픔의 눈물만 흘러야 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살아있었다면 이 영광의 순간들을 함께 했었을텐데...라는 진한 아쉬움이 지금도 짙게 배어있습니다.

저는 작년의 우승들이 당신이 하늘에서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3년만에 왕좌에 복귀한 F•마리노스의 5번째 우승도, 울산의 3번째 우승도 지긋지긋한 준우승의 굴레에서 벗어나 챔피언이라는 명예가 너무나도 간절했기 때문에... 17년의 기다림을 끝낸 그 순간에 바로 당신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이 영광의 순간들이 아름답게 마무리 된 건 어쩌면 하늘에서 당신이 지켜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의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들을 떠올리며 당신을 추억하겠습니다.

작년에 당신에게 꼭 남기고 싶었던 이 멘트를... 늦었지만 당신에게 바칩니다.

「들리십니까, 보이십니까. 당신이 꿈 꿔온 그 순간, 이 별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2022 K리그1 챔피언! 울산 현대 입니다! 방어진 앞바다에서 태화강을 거쳐 문수에 도달한 푸른파도의 끝은 마침내! 그토록 염원하던 세번째 별을 얻는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영원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유상철 이라는 별을 기리며.

2023년 6월 7일.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했던 팬이 드림.

 

IMG_1561.jpeg.jpg

 
(故 유상철 / 1971.10.18 ~ 2021.06.07)
 

 

감독님, 아니 상철이 형님. 그 곳에선 아프시지 마시고 자신이 사랑하셨던 축구와 함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계속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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