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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축구 칼럼/프리뷰/리뷰 '천안의 첫 도약' Football in City (2) - 천안 시티 FC[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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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스포츠는 지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환경에 있다. 오프라인에서 경기를 하고, 수 천~수 만 명의 관중을 이 경기에 모객해야 한다. 아무리 주말이더라도 그 정도 인원을 채우려면 경기장 주변 지역에서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며, 당연히 그 지역에서 스포츠단은 효과적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하고, 연고지에 동화되어야 한다. 구단은 그것을 잘하고 있는가. 이 글은 기사가 아니다. 이 글은 도시에 대한 기행문이자 자유인의 입장에서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다. 축구단의 연고지를 탐색하고 비슷하게나마 로컬 소비자나 손님의 시각으로 축구를 관람하면서 스포츠의 나아갈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천안 시티 FC의 K리그 데뷔전

 

 축구장이 있다고 그 곳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경기장에서 용건이 있어야 경기장에 간다. 축구장 주위 공터가 넓으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만약 경기장에 할인마트 등이 있다면 물건을 사기 위해 경기장에 방문할 것이다. 제각기 다양한 사유로 경기장에 도달하지만, 정말 일반적인 방식으로 축구장에서 사람들을 모객하려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곳에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3년, 천안종합운동장에 다시 돌아온 ‘천안의 축구’는 그렇게 축구장에서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물론 그 전에도 천안시청 축구단이라는 이름으로 K3리그에서 뛰었다. 그러나 프로축구의 영역은 또 다를 것이다. 특히 K3리그에서 K리그로 올라오며 천안 시티 FC는 관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는 점이 이전과 매우 다른 지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천안의 축구를 보기 위해 고객들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축구단 입장에서는 수익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지만, 소비자는 축구를 보기 위해 이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소비자는 이제 관람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가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편익을 좋은 경기력이나 승리에서 찾는다. 정말 아쉽게도 천안 시티 FC의 K리그2 첫 11경기는 1무 10패였다. 단 하나의 승리도 기록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그래도 모따 선수나 바카요코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K리그 입성 첫 경기,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모따 선수가 2골을 기록하면서 관중들은 모따 선수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관중석에서는 모따 선수가 잘한다는 평가도 꾸준히 나왔다. 그때는 90분 내내 이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은 모따 선수 얘기만 했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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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따 선수가 물론 개막전에서 잘하긴 했지만 이 반응은 관중들의 본의와 무관하게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따 선수 이외에 관객들은 일상적인 얘기를 했으나, 천안 시티 FC에서만 경험하고 언급할 수 있는 주제가 그들의 발언에서 더 나왔다고 보기 힘들었다. 천안이 K리그 개막전을 했다는 것과 모따 선수가 잘했다는 이야기를 제외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 소재는 충분하지 않았다. 선수나 감독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아야 하는 것처럼 보이며, 하다 못해 경기장, 이벤트를 비롯하여 더 많은 소재가 관람객들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돋보였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천안 시티 FC는 이제 프로에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아직 천안은 K3리그의 문법에 익숙한 팀이다. 천안은 그저 K리그에 갓 입성한 프로축구 1년차이며, 더군다나 천안의 개막전은 단순한 ‘시즌 첫 경기’를 넘어서서, 그 팀의 ‘프로 통산 첫 경기’였다. 프로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며, 구성원들도 이를 인지할 것이다. 천안은 개막전에도, 그 다음에도 관람객에게 계속 만족도 설문조사를 유도하고 있다. 하프타임 이벤트나 사전 행사 도입으로 천안은 계속 더 좋은 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사람들이 천안의 축구를 보러 경기장에 가야 할 명분을 쌓아갈 것이다.

 

천안의 삼일절

 

 다만, 그 시도는 단번에 성공으로 치환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개막전이 진행된 3월 1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날은 삼일절이었다. 천안 시티 FC에 첫 K리그 경기로 다가왔을 날이고 삼일절 역시 한국 사람에게 의미 있는 날이지만 천안에서의 삼일절은 어쩌면 다른 지자체보다 더 특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3.1운동이 전개되면서 천안은 독립 운동의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영화까지 나올 정도로 이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던 유관순 독립운동가도 천안 아우내 만세운동에 참여하였다. 독립기념관 역시 천안에 건설되었다. 독립기념관은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 천안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천안시에서도 ‘애국’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립운동으로 축적된 이미지가 천안에 남아 있다. 천안의 랜드마크라고 하는 독립기념관도 그 브랜딩에 부합한다. 심지어 남자 프로배구 구단인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홈 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내체육관 역시 유관순체육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천안시의 마스코트 역시 나랑이다. 천안시 홈페이지의 설명을 빌리면 ‘‘나라를 사랑하는 이’를 줄여서 친근하고 발음하게 쉽게 표현한 것으로, 호국충절의 도시 천안을 찾아오길 바라는 열망을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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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마스코트 ‘나랑이’ (출처 : 천안시청)

 

 그 증거를 천안 시티 FC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천안 시티 FC의 엠블럼을 보면 ‘겨레의 탑’ 모양을 삽입하여 천안의 랜드마크를 축구단에 새겼다. 또한, 하단의 횃불은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운동을 펼친 유관순 열사의 것이다. 천안 시티 FC의 엠블럼 공개 영상 역시 그 의도를 그대로 가져가며, 개막전 선수 소개 영상의 인트로에도 그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3월 1일 개막전에 관중들에게 나눠준 응원물품에도 태극기가 있었다. 2023 K리그 반장선거에서 천안 시티 FC 대표 후보로 출마한 천안시 마스코트 나랑이도 비슷한 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Untitled (6).png.jpg

 

https://youtu.be/d7NYSD-xAno

 

 그렇기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날에 지역의 특별한 랜드마크를 방문하는 것은 그만큼 더 특별할 것이다. 실제로 삼일절에 독립기념관을 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독립기념관로 가는 관문 중 하나인 충절로는 수 많은 차량이 마치 거기에 주차한 것처럼 옴짝달싹 못 했다. 충절로의 차로로는 그 많은 차량들을 원활하게 포용하기 어려웠다. 택시를 탔던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였다. 어떤 택시기사는 이런 상황이라면 뛰어가는 것이 차로 가는 방법보다 더 빠르다고 했다. 그만큼 천안의 독립기념관은 삼일절을 맞이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K리그2 천안 개막전의 유료 입장 실관중은 3,299명이었다. 당일에 벌어진 개막전 6개 경기의 관중 수를 체크하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높지도 않았지만 마냥 처져 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지표였다. 하지만 천안과 함께 K리그에 데뷔한 충북 청주 FC의 홈 개막전 관중 수가 7,035명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삼일절을 맞이하여 천안의 ‘랜드마크’인 독립기념관에 방문하려는 움직임,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생긴 교통 체증까지 떠올리면, 그 중 누군가는 천안 시티 FC의 개막전에 갈 수도 있었던 이들이었을 수도 있다.

 

천안 시티 FC를 찾았던 이유?

 

 그렇게 막히는 것을 몰랐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가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차를 이끌고 출발할 때부터 그 막히는 도로를 뚫어내며 가는 시간과 그 많은 인파를 감안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시간, 그리고 다시 귀가할 때까지 천안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랜드마크인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기 위해 가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호국충절과 나라사랑의 마음가짐으로 방문했을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천안 시티 FC도 천안시가 추구하는 바를 이어서 ‘호국충절’ 브랜딩을 선보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응원용품, 엠블럼이나 선수 소개 영상 등에서 태극기와 명언 등을 배치했다. 적어도 천안 시티 FC는 천안시의 브랜딩에 맞추어 ‘호국충절’에 맞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의 지원을 받는데 그만큼 시의 정책을 홍보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는 시민구단의 역할에도 충족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응원도구의 태극기를 보고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들도 분명 있었다. 축구 보러 갔다가 역사 의식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Screenshot 2023-05-08 at 04.21.51.JPG

충절로의 태극기. 그리고 충절로는 매우 많이 막혔다.
 

 그렇지만 굳이 관객들이 이 축구 경기를 찾은 이유는 정말 축구가 보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축구 교실에 다니는 아이들이 부모님 손 잡고 경기장에 찾은 것을 왕왕 볼 수 있었다. 개막전, 그 경기장에서도 축구 교실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적어도 그 순간 천안 시티 FC에 품는 기대는 축구에 있었다. 우리 민족의 얼은 매우 소중하지만 그것은 독립기념관에서 누리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축구를 잘하면 천안 시민들도 축구단에 주목할 것이다. 천안 시티 FC는 이제 신생팀이기에 보완할 부분이 많으니 아직 성적을 더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스타성 있는 선수가 팀에 있으면 좋을 것이다. 적어도 개막전에서는 모따 선수가 멀티골을 집어넣는 활약으로 관람객의 관심을 이끌었다. 관중들은 모따 선수를 보며 너무 잘해서 다른 팀 가겠다는 반응이 내비쳤다. 정말 그렇게 되면 천안 팬들은 이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선수의 성적이 좋게 유지되지 않으면 스타 효과도 잦아들 수 있다.

 

 모든 팀의 성적은 항상 좋을 수 없다. 스타는 항상 제 기량으로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없다. 많은 돈이나 좋은 유스 시스템, 혹은 환상적인 스카우팅 시스템은 스타성 있는 선수를 새롭게 발굴하고 사람들이 계속 그 팀을 주목할 수 있도록 하지만 한정된 자원으로는 스타와 경기력, 그리고 승리를 설계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천안의 축구는 시민구단으로서 K리그에서 이제 시작이고, 아직 더 많은 도전을 해야 하는 팀이다. 이 상황에서 천안시민들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그 방식은 굳이 축구에서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 축구단과 축구 경기의 본질은 당연히 축구에서 온다. 승리와 좋은 경기력 역시 축구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축구팬 입장에서 말이 되지 않는 논리일 수 있으나 축구의 승패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스포츠 관람으로 업무 미팅을 진행할 수 있다. 스폰서의 역할로서 ‘우리 이렇게 할 수 있어’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면 단합의 차원에서 경기장을 찾는 단체도 있을 것이다. 서로 활동을 같이 하며 연대의 가치를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단과 경기장이 축구와는 다른 가치를 주면 어떤 고객들은 축구장을 찾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 왔든 축구단과 축구장이 주는 가치를 녹여서 그 고객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이들도 직간접적으로 축구단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도 있다. 프로야구가 어린이 회원 정책을 펼치면서 평생 팬을 유도했던 것과 유사하다. 아이는 부모님이나 다른 이들과의 즐거운 순간을 담고, 그것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구단의 팬이 되는 것이다. 축구와 무관한 의도라고 하더라도 축구단의 가치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면 축구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까지 외형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축구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내용을 서술한 것이다.

 

아라리오 in 천안… & 제주

 

 가끔 지자체에서 관광 자원을 홍보하기 위해 몇 개의 대표 명소를 포괄하여 (도시 이름) O경이라고 부른다. 천안은 앞서 언급했던 독립기념관을 비롯하여 천안삼거리, 호두과자, 병천 순대, 거봉 포도 등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소재를 선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천안 역시 천안 12경을 내세웠고 2022년에 이를 천안 8경으로 재편했다. 그런데 그 8경 중에서 역사적인 특성과 무관한 곳이 있다. 천안 8경 중 5경인 아라리오조각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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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조각광장 (출처 : 천안시청)

 

 CJ올리브영은 수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권역별 주요 상권에 ‘타운 매장’이라는 네이밍으로 대표 점포를 내세운다. 그 올리브영의 천안 타운은 아라리오갤러리 1층에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이 그 자리에 있다. 터미널이 있다면 번화가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여지가 있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 근처에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이 있다. 이를 연결하는 광장인 아라리오조각광장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업체가 있다. 그 업체는 ㈜아라리오다.

 

 지금의 천안종합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아라리오는 천안에서 꽤 입지전적인 위치에 있다. 김창일 현 ㈜아라리오 그룹 회장이 20대 후반에 천안터미널 사업을 인수하여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아라리오갤러리도 그 흔적이다. 아라리오조각광장에서도 미적 감각이 있는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지역에 그는 미술품의 아름다움을 직간접적으로 시민들에게 전달한다.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행사도 광장에서 하기 좋다. 천안시는 5월 2일에 천안 오이의 소비 촉진을 위해 아라리오 조각광장에서 오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유세도 하기 좋다. 정치인은 선거 전에 아라리오 조각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게 큰 일이 아니더라도 개인 간 약속이 광장에서 시작되기 쉽다. 마침 터미널과 백화점, 그리고 문화 시설이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미술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감상으로 미술품을 바라볼 것이다. 광장의 브랜딩과 지역 사람들의 계획이 교집합을 이루는 순간이다.

 

 아라리오의 미술관을 천안 이외에 서울과 제주에도 볼 수 있다. 특히 제주에 있는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천안의 아라리오갤러리처럼 미술관이다. 그런데 탑동시네마의 옆 건물에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가 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오랫동안 지속하여 사용할만한 제품을 판매하는 롱라이프(Long-Life) 디자인을 추구하는 편집샵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제주의 지역성을 극도로 살렸다는 점이다.

 

 디앤디파트먼트의 정서에 맞는다는 전제 하에 제주 로컬에서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진열하며 판매한다. 이 편집샵의 의도는 명백하다. 제주의 지역성과 편집샵의 캐릭터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고, 그 조건에 맞는 원재료나 상품을 찾고 때로는 그것을 재해석한다. 편집샵이라는 것 자체가 샵의 브랜드에 들어맞는 상품들을 끌어오는 것이라지만, 이 곳은 자연, 기술, 생산자 등 제주의 매력적인 요소를 이 곳의 양식대로 소개하고 재해석한다. 제주의 원재료를 기초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제주의 돌하르방에서 영감을 얻어 현무암으로 디앤디파트너스만의 상품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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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

 

 아라리오와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는 그렇게 자신의 방식으로 지역성을 담아내고 있었다. 제주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소재지인 탑동, 더 나아가 제주 원도심의 활성화를 꾀하려고 한다. 아라리오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지역성이 듬뿍 담긴 방식으로 사람들의 시간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광장을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라리오조각광장은 타 명소와 달리 보편적인 역사와 다른 방식으로 천안 8경의 위치에 올랐다. 그리고 탑동 역시 제주 원도심에서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축구 경기는 광장이자 편집샵

 

 K리그2의 천안 시티 FC는 이제 K3리그의 천안시청 축구단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화폐를 받고 티켓과 굿즈를 비롯하여 다양한 상품과 경험을 판매한다. 소비자는 구매자로서 정당한 선에서 원하는 바를 가져갈 권리가 있다. 고객이 승리를 원한다면 구단은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객이 좋은 경기력을 원하다면 당연히 구단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객이 스타를 원하면 구단이 스타를 창출해야 할 수 있다. 물론 관객들은 축구의 불확실성과 구단의 처지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원하는 바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구단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구단은 티켓에 대응하는 구성품을 바꿀 필요도 있다. 승리, 경기력, 그리고 스타 이외에 구단은 다른 것도 준비할 수 있다. 구단도 하나의 편집샵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구단의 브랜딩에 맞는다면 구단의 특성에 부합하는 것을 끌어올 수 있다. 물론 그 ‘것’ 입장에서도 축구단과 같은 방향성을 가고 있다고 믿어야 이에 응할 수 있다. 그렇게 교집합을 찾아 구단이 이를 재해석하고 구단과 파트너가 얽힌 서사를 끌어온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승리, 경기력, 그리고 ‘축구를 잘하는 스타’도 그 파트너의 요건에 충족한다. 그리고 그 경기력이나 스타의 방식 역시 구단의 성격에 맞추어 설정해야 할 것이다.

 

 다른 예시를 들면, 구단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구단도 지역성을 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연고지에서 수 천 ~ 수 만 명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오기 편한 지역 연고 시민들이 축구장에 찾지 않는다면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축구단이 직접 할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축구단의 브랜드를 가지고 지역성을 기초로 각 연고 지역의 원재료나 상품을 발굴하며 이를 재해석하는 자리라도 마련할 수 있다. 여전히 축구단은 많은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곳이고, 수 많은 로컬 제작자들이 관심을 기다릴 수도 있다. 물론 만드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를 잘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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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도 경기장에 찾아오고, 그 밖에도 다양한 사유로 축구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천안에 새롭게 생긴 ‘광장’에서 고객들은 천안 시티 FC가 선사하는 쇼를 볼 수 있다. 축구장은 천안 시티 FC를 굳이 찾는 이들이 모이는 광장이다. 서포터즈나 단체 관람객이 아니라면 거기 모이는 사람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일 것이다. 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 그 곳에 노출되어 감명을 받은 사람들은 천안 시티 FC의 가치에 모일 것이다. 마치 편집샵처럼 구단이 고심하여 선사한 상품과 가치를 고객들은 경기장이라는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천안 시티 FC는 천안시의 지원을 주로 받고 있으며, 그렇기에 천안시의 영향 아래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천안 시티 FC는 수익을 내야 하는 시민구단이다. 천안시민은 천안 시티 FC의 홈 경기 티켓을 사면 경기장 일대에 입성하면서부터 빠져나올 때까지 구단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시민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구단들은 경기력이 되었든 다른 요소가 되었든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그 경험을 다른 경기나 일상에 확장하는 방법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경기장에 가야 하는 명분을 만들고 구단의 의도대로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그 명분을 계속 쌓는 것이 필요하다. 천안 시티 FC는 직접 그 역할을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K리그 입성 첫 해, 천안은 그 명분을 찾아 나가고 있을 것이다.

 

- 다녀온 경기

2023.03.01
@ 천안종합운동장
천안 시티 FC vs 부산 아이파크
2 : 3 / 천안 패
관중 수 : 3,29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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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 (3) 수원 FC

 
'대전특별시의 귀환' Football in City (1) - 대전 하나 시티즌

댓글 7

이창용 2023.05.08. 12:12
성적 좀 내면 참 좋을텐데
아직까지 1승을 못하니까 ㅜㅜ
댓글
COSMO 작성자 2023.05.08. 12:12
 이창용
ㅠㅠ
댓글
창원축구센터 2023.05.08. 12:27
프로에 오기 전 sns게시물만 봤을 때는 상당히 준비를 잘하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미흡한 면이 적지 않았던 것 같네요. 미흡하다기보단 연고지역에 있는 자원을 충분히 활용 못한다는 느낌에 가깝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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