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설정

해외축구 잡담 나에게 즐라탄은

언젠가 다가올 은퇴였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올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축구를 처음 봤었던 14년전이 떠오릅니다. 세리에라는 이탈리아의 리그를 찾아보던 중 AC 밀란의 팬으로서 보던 와중 우연찮게 밀란 더비를 보게 되었습니다.
 
상대팀은 인터 밀란이라는 어딘가 이름이 비슷한 팀, 그리고 그 곳에 있던 키가 꽤 컸었던 선수를 기억합니다.
 
AC 밀란 상대로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던 이 공격수, 바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입니다.
 
응원하는 팀의 선수는 아니지만 굉장히 인상깊게, 그리고 파괴력있는 모습은 제 친구들이 좋아하던 호날두나 메시와는 다른 매력을 주었고, 라이벌 팀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저는 즐라탄의 팬이 되었죠.
 
그 해 6월, 나름 충격적인 소식이 뜨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브라히모비치가 바르샤로 간다는 것, 그것도 에투와 맞바꿔서 간다는 것에 저는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언제까지나 세리에에 있을 것 같던 선수가 라 리가, 그것도 바르셀로나로 간다니... 축구를 보면서 바르샤도 좋아하게 된 저에겐 좋은 소식이기도 했고, 메시와 같이 나온다는 것에 좋기도 했지만, 에투를 못본다는 것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에투가 인테르로 간다는 것도 좀 아쉽기도 했겠지만요.
 
기대와 같이 즐라탄의 첫 모습은 좋았습니다. 엘 클라시코에서의 결승골, 역시나 폭발적인 움직임은 저를 사로잡기에는 충분했었습니다. 그 시기에 자주 봤던 칼카나마의 웹툰도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서 부터 제가 알던 즐라탄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갑니다, 감독과의 불화설, 점점 더 밀려나는 입지와 위치, 페드로라는 어린 선수에게도 밀려가는 그의 모습에 조금은 실망스러움을 느꼈었습니다. 기대하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 탈락. 결국 인테르를 지켜보기만 하던 즐라탄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사실로 드러났지만 그 당시에서는 루머로만 떠돌던 과르디올라와의 갈등도 그랬을거구요.
 
계속 터져나오던 이적설, 이와중에 한국에 찾아와 좋은 팬서비스를 보여주었다는 소식에 안도감을 느꼈던 본인. (이때 바르샤를 향했던 팬서비스 가스라이팅은 어마무시 했습니다.) 다비드 비야가 와도 버텨나갈 것이라며 생각하던 저에게 다시끔 충격적인 소식이 찾아옵니다.
 
즐라탄이 AC 밀란으로 간다, 정말로 간다. 라는 소식이었죠. 꿈에도 그리던 그런 이적, 피파에서나 볼법한 이러한 이적에 충격을 심하게 받았었습니다. 인테르에서 뛰던 선수가 라이벌 팀으로 간다는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정말 좋아하던 선수가 좋아하는 팀에 왔다는 것에 감격스러워하며 컴퓨터를 바라보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이브라히모비치의 모습은 제가 알던 그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이루어낸 스쿠데토의 약속, 그리고 돌아온 사자왕... 그가 있던 2년여간은 정말 행복했고, 밀란의 축구를 제대로 봤던 시기였기에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밀란의 재정난과 가속화되는 리빌딩 속에서 그래도 갈리아니와 베객.. 아니 베를루스코니는 즐라탄이 떠날 일은 없다고 말하며 팬들을 진정시켰죠.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노장들을 다 쳐내고 도대체 어떻게 리빌딩을 해나가나 싶던 시기였고,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을 주로 했었거든요. 그리고 불안한 생각은 피해가질 않았습니다.
 
그 해 7월, 2012년 7월에 결국 즐라탄이 밀란을 떠납니다. 프랑스의 어느 떠오르는 신흥 구단에게 팔려가게 됩니다. 티아고 실바도 덤으로 가게 됩니다, 화가 나는 것을 떠나서 정말 슬펐던 그때의 감정을 다신 가늠하기 어려울겁니다. 밀란에서의 좋은 추억들을 뒤로하고 결국 돈을 따라 떠났다는 오명, 밀란의 갑작스러운 재정난으로 팔려나간 좋지 않은 모양세를 두고 많은 팬들이 충격에 빠졌었고, 저 역시 엄청난 회의감을 느꼈었거든요. 결국 밀란은 이러한 선택에 후회를 하게 되듯이 암흑기로 빠져가게 됩니다.
 
프랑스라는 새로운 곳에서의 즐라탄을 본 기억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남들이 파리를 볼때 저는 리옹 팬이었거든요. 다만 뉴스에 종종 나오던 170짜리 프리킥 골이나 득점왕 소식, 갑자기 튀어나오는 밀란 복귀는 저를 드문드문 설레게 했었습니다. 그래서 피파를 살때마다 항상 밀란으로 즐라탄을 납치해가던 때가 생각납니다.
 
파리에서 이룰거 다 이루고 다시 이적시장에 나오게 된 즐라탄, 밀란 복귀를 염원하던 저에게 여러 좋은 소식이 찾아옵니다. 밀란이 다시 즐라탄을 데려울수도 있다, 즐라탄이 원한다. 라는 소식들은 저를 솔깃하고 즐겁게 했지만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무리뉴가 다시 감독을 잡고 들어오게 되는 맨유로 가게 된다는 소식들이 찾아오고 불안하게 하던 찰나에 결국 프리미어리그로 가게 됩니다. 이때 내심 터키 이적설이 터지던 때라 갈라타사라이로 가면 어땠나?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ㅎ..
 
솔직히 그때의 감정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화가 났다기 보다는 그냥 밀란의 한계, 그리고 현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챔피언스리그는 무슨 유로파도 못나가던 팀에게 뭘 더 바라냐는 생각, 한번 배신을 당한 팀에게 찾아오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행복하게 있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요. 그렇기에 다른 곳에서 뛰었던 즐라탄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그게 팬의 마음이고,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 더 좋으니까.
 
맨유에서의 즐라탄은 역시 즐라탄 다웠습니다. 어딘가 부족한 맨유의 모습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어린 선수들 을 다독이며 노장으로서의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 생각납니다. 물론 첼시 팬으로서 그렇게 크게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다만 즐라탄이 입을 너무 털어서 댓글에 온갖 조롱이 터지던 것은 명확히 기억합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상으로 시즌 마감, 그래도 유로파 우승을 거머쥐며 첫 유럽 대항전 우승을 하게 되는 즐라탄은 1년을 더 있다 미국으로 가게됩니다. 미국에서의 즐라탄? 아니 갑자기?? 라는 생각도 들고, 중국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서서히 선수 생활도 정리할 시점이기도 했구요.
 
미국에서의 모습은 자주 보지 못했어도 역시는 역시였습니다. 데뷔골을 장렬히 중거리로 박아버리고 여전한 즐라탄의 모습에 감탄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은퇴가 머지 않았다는 생각에 세월이 야속하구나... 라는 생각도 종종 들었지만요. 그렇게 잊혀져만 가던 시기, 2020년에 놀라운 소식이 저를 찾아옵니다.
 
GettyImages-1191362788-e1578103155122.jpg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고, 너무나도 믿기 힘든 그의 복귀. 언제까지 그를 그리워하나 싶었던 때에 결국 신이 찾아오게 됩니다. 
 
사실 이때의 밀란은 너무나도 힘든 팀이었습니다. 뭐 AC 밀란이 언제 안힘든 적이 있었겠냐만 가망없는 성적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팀의 기조는 팬들을 지쳐만가게 했었죠. 지암파올로의 거한 삽질과 피올리의 애매한 모습을 뒤바꿀 하나가 필요했고, 그 첫 시작이 바로 즐라탄의 밀란 복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의 복귀에 정말 기뻤지만 약간은 불안하게 느껴지는게 많았습니다. 바로 나이가 그랬거든요. 미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리그 수준차가 엄연히 있을거고 39살이라는 나이에 이탈리아에서 다시 뛸 수 있을까? 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즐라탄은 이를 실력으로 증명합니다.
 
돌아오자마자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팀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성적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테오의 약진과 레앙, 레비치의 좋은 활역을 바탕으로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게 되면서 우리가 알던 즐라탄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점에 기뻐했었습니다.
 
다음 시즌, 역시나 즐라탄은 즐라탄이었습니다. 팀의 멘탈리티를 뒤바꾸고, 여전한 득점력을 기록한 그의 모습에 감탄을 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아쉬운 하나, 바로 우승이 떠오르던 시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그가 돌아오면서 밀란의 성적은 올라가고, 팀이 강조해나가던 어린 선수들의 기용과 발전이 빛을 발하던 시점이 바로 이 시기입니다. 기대도 안했던 레앙과 테오의 발전과 성장은 팀의 믿거름이 되는게 충분했고, 고효율 선수들을 데려오며 팀의 성장에 기여했었죠. 이런 어린 팀이 되어가는 모습에서 필요한게 바로 주축이 되어주고,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었기에, 즐라탄이 적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많고 충분한 기량이 있는 선수를 찾기 힘든 시기에 적절하게 잘 찾아왔기에 밀란은 다시 올라 갈 수 있었구요.
 
리그 우승을 갈망하던 21/22 시즌. 조금씩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전보다는 덜 나오고, 부상도 자주 당하는 그에게서 더욱 더 세월의 야속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어릴때 그를 봤던 제가 벌써 20대라는 생각에 착잡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염원과 약속, 그리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꿈에 그리던, 그리고 정말 원했던 스쿠데토를 11년만에 되찾아오게 되는 밀란,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여전히 즐라탄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즐라탄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새벽에 밀란의 우승을 보며 정말 기뻐했던게 어제 같은데... 벌써 1년 전이네요.
 

짦았던 2년간의 새로운 밀란, 그리고 찾아온 비극적인 암흑기를 버텨나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 것이 바로 이 시가 장면입니다. 가끔은 다른 팀팬들이 망란 소리를 하던게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이게 현실이니까...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언제쯤 다시 돌아올수있을까? 하던 생각을 뒤로 하고, 이제는 밀란이 어엿한 강팀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뻐했었고, 누구보다 울었었습니다. 그래서 저 시가 장면이나 샴페인장면도 정말 기뻐하면서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올 시즌, 사실 즐라탄의 역할이 그렇게 크진 않았고, 그도 이러한 입지를 잘 알고있 듯 서서히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밀란의 팀 중심은 서서히 지루와 레앙, 테오로 넘어가고 즐라탄은 조언자의 역할로만 있게 되었죠. 그래도 가끔 공격이 풀리지 않을때는 즐라탄의 모습을 그리워하던게 사실입니다. 이럴때 즐라탄이, 이럴때 즐라탄이 있었더라면...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주로 했었거든요. 물론 다시끔 밀란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되었고, 나름 자금도 풀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소식은 기쁘지만, 오늘 알게 된 즐라탄과의 이별, 그리고 은퇴는 저의 마음을 다시 아프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그를 야옹탄, 누군가는 그를 거만한 사람이라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의 모습에 그런 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그는 과감하고, 용기있고, 놀라운 선수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기억 할거구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그렇기에 신이 될 자격이 있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어려운 어린 시절의 가정사와 불운으로 가득한 그의 유럽 대항전에 대한 도전, 여러 독선적인 성격으로 인한 오해와 갈등에도 실력으로 증명한 그를 뒤로하며, 은퇴를 축하하며, 저의 즐라탄에 대한 짝사랑같은 회상을 멈추고자 합니다. 고맙기에, 그렇기에 감사합니다.
 

skynews-zlatan-ibrahimovic_6178465.jpg

 
"DARE TO ZLATAN!"
 
 

댓글 5

2023.06.05. 12:54
잘 읽었음👍🏻👍🏻 즐라탄 저 흡연 셀레브레이션은 진짜 언제봐도 지리네ㅋㅋ
댓글
2023.06.05. 12:56
 룬
진짜 즐라탄이 바르샤 입성 했을땐 게임서는 너무 사기 스쿼드라 바르샤만 골랐던 기억이 ㅋㅋㅋ
댓글
이지금 2023.06.05. 12:58
아 글 읽는데 리버풀 암흑기가 생각나면서 감정이입 된다.
댓글
샤론스톤 작성자 2023.06.05. 18:38
 좌니캐시
세랴여고 지금나오면 진짜 잘먹힐것같은데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6 강미나 2623 22
공지 뉴비 분들을 위한 축구정보/칼럼 게시판 소개! 6 김수윤 3800 17
공지 FLAYUS 해외축구갤러리 공지사항 20200126 1차 개정판 41 강미나 8435 56
인기 2부 4위따리라도 하고 싶다 1 Aimyon 17 4
인기 렉카노) 텐하흐 : 경질 걱정 안 함 ㅎ 1 Aimyon 28 4
인기 팔 다르다이, 헤르타 베를린 퇴단 1 Noel갤러거 18 4
SNS/정보
기본
강미나 154 18
SNS/정보
이미지
Noel갤러거 104 18
잡담
기본
Giallorossi 100 10
잡담
기본
Giallorossi 151 11
잡담
기본
A.C.Milan 174 22
SNS/정보
기본
권창훈 163 17
잡담
이미지
강미나 250 31
잡담
기본
Giallorossi 118 10
사진/움짤/영상
파일
196 19
잡담
기본
Giallorossi 81 11
SNS/정보
기본
강미나 144 18
사진/움짤/영상
이미지
좌니캐시 219 20
SNS/정보
기본
Noel갤러거 147 13
잡담
이미지
샤론스톤 100 12
사진/움짤/영상
이미지
Stevengerrard 186 18
SNS/정보
이미지
BryceHarper 100 10
SNS/정보
이미지
고랭지동태 214 23
사진/움짤/영상
이미지
마릴리 185 16
잡담
기본
옐팝 76 11
사진/움짤/영상
이미지
19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