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글챌린지 수용소군도에서 웃기면서도 어이가 없었던

어릴 때부터 우리는 직업, 시민의 의무, 군 복무, 자기 몸의 청결, 예의 바른 행동, 아름다운 것에 대한 이해(그러나 이것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교육을 받아오고 또 훈련을 쌓아 왔다. 그러나 그 어느 교육, 어느 교양, 어느 실험도 가장 커다랄 인생의 시련이랄 수 있는 체포(아무 죄도 없이 잡혀가는)나 신문(아무것도 할 말이 없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우리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장편 소설이나 희곡, 영화들(그 작가들에게 수용소군도의 생활을 한번 맛보게 했으면 좋으련만!)은 신문관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진리와 박애의 기사로, 혹은 조국의 아버지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그런 강의를 들어야 하고, 심지어 그 강의를 들으라고 강제로 동원당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형법의 확대 해석의 참된 의의에 대해서는 강의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그 법전은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고 서점에서도 살 수 없고, 그렇다고 천진난만한 젊은이들의 손에 저절로 굴러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구 어딘가에서는 피고인이 변호사의 도움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즉, 투쟁의 가장 괴로운 순간에 모든 법률을 통달하고 있는 빛나는 지혜를 자기 옆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나라의 신문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법률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무조건 유죄 판결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런 말이 오간다. 

「여기 서명하시오.」

「저는 여기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서명하시오.」

「하지만 제겐 아무 죄도 없습니다!」

「...당신은 러시아 소비에뜨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형법 제58조 10항 2호와 제58조 11항에 따라 기소되어 있소. 서명하시오.」 

「그건 어떤 조항입니까? 형법을 한번 보여 주십시오!」

「나는 그걸 가지고 있지 않소.」 

「그럼 상관한테 가서 가져오면 되잖습니까!」 

「상관도 가지고 있지 않소. 어서 서명하시오!」

「하지만 전 그걸 보고 싶습니다!」 

「당신에겐 그걸 보여줄 수 없게 돼 있소. 그건 당신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쓴 거요. 따라서 당신에겐 필요가 없단 말이오. 자, 내 설명을 들어요. 이것은 당신이 저지른 죄에 꼭 들어맞는 조항들이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이 조서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제시된 죄를 당신이 읽었다는 데 대해서 서명을 하는거요.」

출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수용소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