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비정전 (1990)[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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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있음)
(최근 들어 취미로 영화리뷰 쓰는 중,, 어렵지만 도전이 됩니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물질적으로 다 가진 듯한 사람도 어딘가에선 지폐로 막을 수 없는 구멍이 나 있다. 물질과 행복은 항상 정비례하진 않는다. 결여는 인간의 본질이다. 우리는 그 결여를 충족하기 위해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은 가장 확실한 마음의 안정이다.
아비정전. 중국 대문호 뤼신의 대표작 <아Q정전>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왕가위의 작품 세계와 철학이 확립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아비는 <아Q정전>의 아Q와 닮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음탕하고, 일을 하지 않으며, 항상 자신을 속여버린다. 죽음으로 최후를 마주하는 것까지, <아Q정전>에서 제목을 따온 건 우연이 아닌 듯 하다.
아비정전이라는 제목 답게,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아비를 따라간다. 장국영이 분한 아비는 그 결여를 폭력과 여색을 통해 해소한다. 양어머니의 금전적 조건 덕에 물질적으로는 부족함 없이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에서 발원한 결여가 그를 갉아먹는다. 항상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며 자유로운 ‘발 없는 새’의 삶이라 자신을 속이지만, 돌이켜 보면 그 역시 홍콩의 골방, 순간의 시간에 집착하는 좁은 사람이었다.
작중 아비는 소려진과 미미, 두 여자를 거쳐간다. 한 번 아비를 떠나지만 순간을 잊지 못해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소려진. 다소 가볍지만 그래도 아비를 사랑은 했었던 미미. 순간과 과거의 인연에 집착해, 두 사람 모두 다가오는 사랑을 끝끝내 밀어내버린다. 결여는 불확실함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워진 채 추억과 함께 사그라든다. 두 인물의 성격 탓일까. <노르웨이의 숲> 두 여자 주인공, 나오코와 미도리도 떠올랐다.
왕가위의 작품은 ‘결여’를 테마로 한다. 사랑을 잊지 못해 골방 가구와도 대화하던 <중경삼림>의 금성무. 먼 이국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최후에는 서로를 떠난 <해피 투게더>의 양조위와 장국영. 결여의 위로로 시작한 불완전한 관계는 세상의 축복을 받지 못함을 잔혹하게 깨닫고, 사랑하기에 서로를 떠난 <화양연화>의 양조위와 장만옥. 옛 애인 – 영국 – 을 반강제적으로 떠나 새 애인 – 중국 – 의 품에 가야만 하는, 그 시절홍콩의 현실이 연상되는 것은 우연일까.
관계는 아비의 결여를 채워주지 못했다.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고, 동침은 하룻밤의 순간일 뿐이었다. 양어머니는 진심이 아니었고, 진심이라 믿었던 친어머니는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친구한테 맡긴 자동차는 팔려나갔고, 그나마 있던 돈도 탈탈 털렸다.기차에서 총을 맞고 죽고 나서야, 아비의 결여는 비로소 해방된다. 해방의 순간에, 그는 자신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유덕화가 분한 경관은 결여를 어느 정도는 수용한다.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가도, ‘그녀가 전화를 걸지 않을 줄 알았다’며 떠나버리고, 경관이 된 이유도 ‘집안 사정 때문’이라 말한다. 순간에 얽매이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그 역시도 결여를 수용하는 척하는 자기 기만일 수도 있겠다. 정말 원했다면 그녀를 따라 갔어야지. 정말 원했다면. 수많은 자기 기만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아Q처럼 말이다.
그리고 영화는 뜬금 없이 양조위를 2분간 비추며 끝난다. 아비와 경관의 이야기는 정말 생각치도 못한 지점에서 마무리된다. 원채 2부가 계획되어 있었던 작품이라 엔딩을 그렇게 가져갔다고, 나중에 검색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하지만 그 2부는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 결여를 그린 작품은 그 자체로 결여되어 끝난다. 그 2분은 영원히 담아두기로.
@normal_ki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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