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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어감.

 

오래 다녔던 회사를 죄 없이 떠나게 된 사람들을 보며 씁쓸했다.

 

아니지. 죄가 있다면 나이가 많은 죄. 그게 가장 큰 죄였다.

 

희망퇴직을 권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편할리 없었고, 떠나는 사람의 마음도 편할리 없었다.

 

떠날 사람의 절반 정도는 이미 휴가를 쓴 상태. 텅빈 주차장이 외로웠다.

 

 

떠날 때가 되니, 갑자기 잘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직장 밖에서 보면 다들 좋은 아저씨, 좋은 형들이지. 일로 엮여 각박했을 뿐.

 

 

첫 직장을 그렇게 떠났었다.

 

기능직 3조 3교대를 4조 3교대로 바꾸면서 인원을 줄였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냐 묻는다면, 정부의 4조 3교대 시책에 맞춘다는 미명 하에 경기 침체를 이유로 라인 3대를 2대로 줄여버리면서,

 

3대를 돌리던 300명을 240명 정도로 줄여버렸다.

 

관리자도 3분의 2로 줄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나는, 더이상 미래가 없다 생각하고 그 회사를 떠났다. 그때부터 나의 떠돌이 직장생활은 시작되었다.

 

 

직장생활 10년차를 훌쩍 넘기고, 너무 많은 꼴들을 봐왔다.

 

회사가 살아야 직원이 산다는데, 나간 직원은 누가 살려줄까.

 

 

일하고 1년 받을 돈을 포기한 대신, 일 하지 않고 6개월 치 받는다.

 

씁쓸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나이에, 그것도 중소기업도 아닌 큰 기업의 대형 라인을 돌리던 기능직은,

 

이 회사를 나가면 절대 그 돈을 월급으로 받을 수 없다. 그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주저한다.

 

중소 제조업의 작은 기계 같은 경우, 기장이라도 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지만, 대형 라인은 다르다.

 

애초에 한명이서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기계이기 때문에 여러명이 달라붙고,

 

그래서 온전히 기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관리자와 반장 정도밖에 없다.

 

경기가 좋다면 신규 설비 투자하는 곳을 찾아가겠지만, 우리나라는 한번도 경기가 좋았던 적이 없다.

 

 

한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이 회사를 떠나야하나. 

 

하지만, 회사에서 내가 갖고 있는 위치를 다른 회사에서 보장받는다는 그런 약속된 미래가 없다.

 

그리고 이번에 이사와서 겨우 적응한 큰 아이를 보며, 다시는 이사를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기에, 움직이더라도 근처에서 움직여야한다.

 

그렇게 고민을 한 시기를 끝내고 일단은 좀 더 머무르기로 했다.

 

사실 한군데 이력서를 썼으나 떨어지기도 했다.

 

 

어제 팀장과 이야기를 하며,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직은 사람을 책임지지 않는다.

 

사람을 책임지는 것은 사람이다.

 

버림을 받더라도 사람에게 버림 받은 편이 피해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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