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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서 사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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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읽음.

 

사실 얼마 전, 우연히 모 티비프로그램에 황석영 작가가 나와서, 

 

일본의 전후문학은 45~50년 잠깐 밖에 존재한 적이 없다.

 

전후 제대로된 반성이 있고 그 반성을 딛고 나가는 과정이 있었어야했는데, 

 

그 과정을 한국전쟁을 통한 경제부흥으로 잃어버렸고, 지금의 일본 사회가 되어버렸다. 라고 말하는걸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책은 2차 대전 후, 황실과 (직계 황족 이외의 황족은 전부 서민으로 되어버림) 귀족이 폐지 되면서,

 

그 권한들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귀족적 기품을 죽을 때까지 갖고 있는 어머니,

 

황족으로서 부끄러움을 갖고 서민이 되고자 행동했지만, 결코 서민이 되지 못한 채, 그 괴리감으로 인해 마약과 아편, 술에 빠져있다가 결국 자살을 택하는 동생,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여성의 생각은 상당히 기품이 있다.

 

그녀의 모든 사고방식은 문학적이며,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가 깔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과거에 읽지 않았던 로자를 읽고, 그녀가 나아갈 삶의 방향을 정확하게 집어낸다.

 

 

그녀는 서민과의 하룻밤을 통해 그의 아이를 임신한다.

 

그녀와 하룻밤을 지낸 남자는 야비한 인간이나, 이는 그녀에게 중요치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사랑을 갖고, 아이를 갖는 목적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남편 없는 삶(그 남자는 곧 죽을 운명이다.), 홀어미의 삶을 택한다.

 

이것이 그녀가 택한 혁명이다.

 

황족으로서의 모든 거추장스러움을 버리고, 진정한 '서민'이 되는 삶, 그녀의 혁명인 것이다.

 

 

이렇게도 비참한데, 사실 이 책을 읽으면, 그리 비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온한 사고와 생각의 흐름을 따라갈 뿐이며, 그러다보면 저런 결론이 나오게 된다.

 

전혀 역동적이지 않은 일본 여성의 사고방식으로, 귀족의 사고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어내며,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다가가는 결론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혁명으로 귀결된다.

 

외려, 억지로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다 결국 '자연사'를 택한 동생의 삶이 비참해 보인다.

 

그녀의 동생은 시대의 괴리로 인한 자신의 자살을 '자연사'로 규정짓는다.

 

 

인간실격에서 그 비참함의 끝으로 인간성을 보여준 것이라면,

 

사양에서는 그저 현실을 살아내는 것으로 인간다움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인간실격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문장들에 비해, 그 내용의 격동감에 그리 빠르게 읽진 못했다.

 

그래도 재미있었고, 아주 좋았다.

 

이런 소설이 꽤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면, 전후 일본의 인식체계도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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