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웨인 루니가 더비 카운티에서 3선으로 뛰는 이유[발롱도르~]

 

 과거 램파드가 팀을 이끌었을 시절을 뒤로하고 필립 코쿠가 부임한 더비 카운티. 바르샤나 PSV 올드비들이나 저같은 팬이 아닌 이상 이번 시즌 더비 카운티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던 와중 더비 카운티는 8월 말 웨인 루니와 사전 계약을 체결했고, 11월 30일 코치로서 합류했으며, 1월 1일 마침내 정식으로 플레잉 코치로서 더비 카운티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루니의 이적으로 인해 사람들의 이목은 다시 더비 카운티에 집중되었고, 팬들은 루니의 출장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루니는 공격수가 아닌, 적어도 2선 자원이 아닌 3선 자원으로 경기에서 출장하고 있네요. 챔피언십은 모든 경기를 중계해주지 않기에 토토 사이트에서 몇 경기 찾기 힘들고, 더비 카운티 공식 홈페이지에서 루니 한 명 때문에 돈내고 보기에는 또 돈이 아깝고. 과장하면, 축구 팬들에게 루니가 3선 자원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첫 출장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달았다는 소식보다도 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심지어 잉글랜드 현지의 타팀 팬들은 "루니가 센터백으로 뛰어?"라며 농담 섞인 의문을 던지기도 했죠. 그럼 도대체 왜. 웨인 루니는 세컨 스트라이커, 적어도 2선 플레이메이커가 아니라 3선의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뛰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알아보고자 합니다.

1. 루니의 나이는 적지 않습니다.

 1985년에 태어난 이 선수는 올해 10월이 되면 어느덧 35세가 됩니다. 공격수에게 35세라는 나이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EFL 챔피언십은 프리미어 리그 못지않게 압박이 센 리그입니다. 더비 카운티 전술 특성상 4-2-3-1 2선의 중앙에 위치하는 선수는 매우 좋은 활동량을 보유하고 있어야하며, 측면으로 자주 빠지며 윙어와 계속 포지션을 바꾸기에 속도도 빨라야합니다.

 

 루니의 '절구통 드리블'능력은 그대로이지만, 속도는 전과 같지 않습니다. 가끔 낙구 지점을 잘못 포착하기도 하며, 상대 윙어들에게 속도로 철저하게 밀리기도 하죠. 이러한 상황에서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하면, 더비 카운티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코쿠는 공격형 미드필더 홈즈의 부상으로 웨인 루니를 QPR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고 루니와 더비는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2. 더비 카운티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전술적으로 자유로우나, 무엇보다도 까다롭습니다.

 

 더비 카운티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듀에인 홈즈로, 키는 작지만 매우 빠른 속도와 준수한 드리블력, 뛰어난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듀에인 홈즈는 부상으로 몇 주간 결장하게 되었고, 필립 코쿠는 그를 대신할 선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코쿠가 처음으로 택한 것은 '루니를 올려쓰는 것'입니다.

[셰필드 웬즈데이전]

 

그 전에, 우리는 더비 카운티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어떻게 뛰는지에 대해 알아보아야 합니다. 점선으로 표시된 선수들은 더비 카운티의 윙어들이고, 그들과 함께 사각형을 이루는 선수들은 3선 자원들입니다.

 

코쿠는 윙어들을 인사이드 포워드처럼 경기장 중앙으로 침투시켜 더블 피보테들과 함께 '미드필드 사각형'을 만들고, 이를 통해 3선들의 패스 선택지를 늘립니다. 거기에 윙어들은 경기장 중앙으로 들어올 때 상대 풀백들을 유인하므로, 자연스럽게 풀백들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죠.

 

해당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한 제이슨 나이트는 경기장 중앙에서 가장 전방에 있습니다. 윙어-더블 피보테들이 사각형을 만들고 공격을 전개할 때 더비 카운티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자유롭게 돌아니며 패스를 받을 공간을 찾거나 침투할 공간을 찾습니다. 혹은 빌드업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QPR전 터치맵]

 

루니는 QPR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했고, 팀은 루니와 함께 매우 부진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루니의 나이는 앞서 언급했듯 적지 않습니다. 프리롤로 뛰었던 그였으나 경기 내내 철저히 QPR 수비진들에 의해 고립당했고, 패널티 박스 안에서 단 한번의 터치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더비 카운티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전술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지원받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팀을 지원해주어야 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원본 패스맵 출처 - 디애슬레틱 라이언 콘웨이 기자]
 

 루니가 부진한 반면, 3선의 맥스 버드 또한 힘든 경기를 했습니다. 그레임 시니와 함께 더블 피보테로 나온 맥스 버드는 혼자 수비와 패스를 모두 해야했습니다. 그레임 시니는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지만 박스 투 박스에 더 가까운 선수이며 맥스 버드와 합을 거의 맞춘 적이 없는 선수였습니다.

 

 맥스 버드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스완지 시티전과 그 전 경기력을 고려하면 QPR전에서 그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파트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3. 웨인 루니 - 맥스 버드 콤비는 챔피언십 순위권에 들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더비 카운티의 전반기 베스트 3선 조합은 그래임 시니와 크리스티안 비엘릭이었고, 이들의 조합은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시니는 2달간 부상 티켓을 끊게 되고, 크리스티안 비엘릭은 퇴장 후 경기 감각을 찾고자 출전한 U23 토트넘전에서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되었습니다. 톰 허들스톤도 부상당했고, 조지 에반스도 부상 중이었다가 최근에서야 복귀했습니다.

 

 현재 가능한 3선 자원은 루니를 제외하면 제이슨 나이트, 조지 에반스, 맥스 버드, 그래임 시니입니다. 제이슨 나이트와 맥스 버드의 조합은 좋은 편이지만, 이 두 선수 말고 다른 선수들끼리는 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제이슨 나이트와 맥스 버드의 조합은 괜찮은 편이지만, 이 선수들이 어리다보니 (나이트는 01, 버드는 00) 가끔 미숙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코쿠가 택한 방법은 루니와 버드를 더블 피보테로 두고, 듀에인 홈즈를 프리롤로 두는 것입니다. 버드와 루니 같은 경우 모두 좋은 패스 시야와 패스-크로스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니는 버드가 부족한 라인 조절을 비롯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플레이를, 버드는 루니가 부족한 기동력을 가져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말년 중앙 미드필더로 뛸 때 루니는 기동력에서 문제점을 표출했는데, 더비의 맥스 버드는 이 기동력을 완벽하게 보완해줍니다. 거기에, 더비는 전반적으로 점유하는 축구를 하기에 루니가 3선으로 뛰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프랭크 램파드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었지만 뛰어났던 유스 팀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성인 팀에서는 별다른 수확이 없었던 맥스 버드. 올시즌 본인의 우상 웨인 루니와 만나 현재 더비 카운티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올시즌 버드는 12경기에서 17번의 찬스 메이킹과 2어시스트를, 웨인 루니는 11경기에서 17번의 찬스 메이킹과 3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3선 선수가 짧은 경기를 뛴 것치고 많은 수치인데, 우리는 여기서 이를 통해 코쿠가 중요시하는 후방 빌드업의 효과와 루니-버드 조합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맥스 버드의 크로스, 제이슨 나이트의 골]

 

 

 

 

[웨인 루니의 어시스트, 제이든 보글의 골]

 

웨인 루니의 어시스트도 어시스트지만, 풀백인 제이든 보글을 위한 공간이 완전히 열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웨인 루니의 횡패스, 위즈덤의 어시스트, 마틴 웨그혼의 마무리]

 

 
 

 어떤가요. 웨인 루니가 3선으로 뛰는 이유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루니가 팀에서 뛰는 모습에 대해 소개해드렸지만, 그는 팀에서 그저 3선 자원으로 평가받는 선수가 아닙니다. 주장 리차드 키오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팀을 나간 후 부주장 커티스 데이비스가 임시로 차던 주장 완장을 웨인 루니는 첫 경기부터 착용했습니다. 이미 11월 30일부터 팀에 합류하여 드레싱 룸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던 존재였기에, 첫 경기가 종료된 이후 정식 주장으로 선임된다는 뉴스는 더비 팬들에게 놀랍지만 납득할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루니가 합류한 이후 더비는 전반기 여러 불미스러운 사고들, 고참 선수들의 이적, 에이스들의 임대 복귀를 딛고 재정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루니의 더비 합류 이후 5승 3무 3패 (컵 대회 2승 1무)를 거두며 강등권과 가까웠던 더비의 순위는 어느덧 승격권과 8점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팀에 위닝 멘탈리티를 가져온 것이죠.

 

 더비 카운티 팬들은 이번 시즌 승격보다 필립 코쿠의 리빌딩에 더욱 관심있지만, 지난 시즌 아스톤 빌라와 함께 기적적인 승격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또한 접지 않고 있습니다. 웨인 루니는 현지시간으로 내일, 친정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게 됩니다.

 

 더비 카운티는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을까요? 3월 6일 새벽 4시 45분, SPOTV 중계를 통해 더비 카운티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추천은 힘이 됩니다.

 

코쿠의 전술에 대해 더욱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 해주세요.

 

셰필드 웬즈데이 FC vs 더비 카운티 FC 경기 분석 - https://www.flayus.com/football_info/51088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