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설정

리뷰/연재/번역 [top n] 반씹뜨억의 탑10 인생애니[발롱도르~]

 

*다소의 욕설이 있으니 주의바람.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최익현 역)은 '반은 건달이고 반은 민간인이다'라고 하여, '반달'이라고 불렸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반은 씹덕이고 반은 킹반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굳이 국적을 가리지는 않고, 2D, 3D도 따지지 않는다. 각 나라의 문화적,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류의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원래 전공이 영화였던 만큼 실사 영화를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을 싫어하진 않는다. 잘 씻기만 하면 씹덕에 대한 혐오도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을 열렬히 찾아보고 덕질을 하는 건 또 아니다. 사실 중2때는 씹덕이었다. 일진들도 라이트노벨을 약탈해서 보던 때가 2000년대 중반의 학교의 풍경이었다. 사실 난 약탈을 하는 쪽이었다. 일진이라서가 아니라 라노벨을 살 돈도 빌릴 돈도 없어서였다. 정확히는 약탈이 아니라 구걸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된 후부터는 덕력을 스포츠(좆쥐와 짭시티)에 몰빵하게 되면서 애니메이션, 특히 일본 애니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다만 2D, 3D, 실사를 가리지 않고 잘 서는 쥬지덕에 떡인지도 자주 보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래도 영화를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또한 독학으로 공부하며 다시금 애니메이션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과가 날아가고, 영상계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 끝에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지금은 이전보단 좀 더 코어하게 파고드는 것 같다. 물론 '진짜'들에게 있어서 나는 발가락만 담군 수준의 씹뉴비겠지만...

 

 서론이 길었고, 굳이 순위를 매기지 않고 탑10을 꼽아보았다.

 

 

다운로드 (28).jpeg

1. 아카메가 벤다

 
 "이 새끼 자기는 좆뉴비라면서 존나 마이너한거 가져오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미안하다. <아카메가 벤다>를 접한건 아이러니하게도 씹덕과 가장 거리가 먼 군대에서였다. 당시 취사장 내 휴게실의 IPTV(서초현대케이블로 기억)는 어떤 새끼가 뚫어놨는지 각종 최신 애니가 무료였다. 굳이 씹덕이 아니더라도 식사가 끝나고 붕 뜬 시간에는 애니나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쩨끼고 나와 내 맞선임(나와의 짬밥이 1년이 넘게 차이났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틱장애가 있던 강 모 병장(갓직히 착한 사람이었는 데 내가 좀 많이 삐댔다.)은 나와 그렇게 사이가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애니는 사이좋게 보는 관계였다. 강 병장이 가장 재밌게 봤던 만화가 본작이었다. 갓직히 나도 존나 재밌게 봤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이 애니를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주인공인 남자새끼는 좀 병신이고, 제목에 이름이 들어간 아카메는 페이크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쩌리다. 사실 이 애니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위 사진의 에스데스였다. 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차갑고 무척 잔인한데다가 새디스트였지만 한편으론 순정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존나 쎈 최종보스의 역할도 잘 수행한 모범적인 캐릭터였다. 에스데스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애니 캐릭터다. 빌런과 반동인물의 경계에 걸쳐있는 캐릭터였고, 나름대로 그 경계내에서의 줄을 잘 탄 캐릭터였다.
 
 솔직히 에스데스말고는 별로 할 얘기가 없는 애니다. 아카메? 주인공 치고 비중이 적다. 아카메 동생? 병신같다. 나머지 주인공 하렘 구성원들은 직접 보는걸 권한다. 작화도 좋은 편은 아니고, 원작 라노벨과는 다른 결말로 다소 급히 마무리된 감은 있다. 그래도 인생애니로 꼽은 것은 군대에서의 추억보정과 에스데스 덕분이다.
 
 

클라우스_포스터.jpg

2. 클라우스
 
 갓애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산타 클로스에 관한 이야기인데 좀 많이 비틀었다. 센스있게.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약삭빠르고 놀기 좋아하지만 심성은 좋은 주인공과 선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동참하는 여주인공, 그리고 과묵하고 억센 클라우스. 산타 클로스를 현대식으로,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을만한 동화로 만들어낸 점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클라우스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은 환상적인 비주얼이다. 솔직히 넷플릭스 표지 좆병신이라서 별로 보고싶은 맘이 드는 애니는 아니지만, 실제 영화는 매우 다르다. 어떤 장면에서든 캡쳐를 하면 그게 한 폭의 잘 그린 일러스트가 된다. 섬세한 빛 표현과 영화적인 구도, 매력적인 디자인이 잘 어우러져서 때로는 동화같고, 때로는 스릴러같은 느낌이 러닝타임 내내 변주된다. 좆되는 애니다. 아마 제작진이 빛표현을 하느라 갈려나갔을 것 같다.
 
 일러스트에이터다보니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있어 항상 추천을 해주는 애니기도 하다. 빛을 정말 잘 쓴다. 이거 몇 번 보면 빛과 색감에 대해 얼추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대단히 잘 만들었다. 쌉 강 추. 내용도 재밌다. 그리고 존나 슬프다. 마지막으로, 윗사진의 아래쪽에 활짝 웃고 있는 사미족 꼬마아이가 정말 귀엽다.
 
 

45ecf2cc5a10e8c547b83d7681fc4aa7f7706a0fcdf9a3efc469560f45a91e547da8585fe4fd36f994731b773fcb29b18c99b2a2710509faa5fb6b0d00.jpeg

3. 저스티스 리그
 
DC가 좆병신인 이유는 더 이상 팀버스 기반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루스 팀이 원화를 담당한 팀버스 기반 애니메이션은 슈퍼맨, 배트맨, 저리, 저리 언리미티드와 그 외 몇가지를 꼽을 수 있겠는 데... 갓애니다. 그 외엔 다 병신.
 
 양키센스 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하지도 않고, 캐릭터 디자인 또한 슈퍼히어로하면 흔히 생각하는 부담스러운 느낌도 아니다. 그저 유일신인 브루스 팀의 캐주얼한 그림체 덕분이다. 연령대가 낮은 애니메이션이다보니 슈퍼히어로물 치고 액션씬이 좋은 편도 아니고, 사실 액션신 좆병신같은건 미국 TVA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니 넘어가자. 그리고 아무리 액션신이 구려도 마블보단 낫다. 마블 애니메이션은 답이 없으니까.
 
 사실 팀버스 애니메이션의 독보적인 원탑은 배트맨 TAS고,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케빈 콘로이와 마크 해밀의 배트맨/조커 더빙은 예술이고, 할리퀸과 포이즌아이비는 악당인데도 귀엽다. 배트걸도 그다지 묻히지 않고 나름 존재감을 뽐내고, 로빈은 게이같다. 근데 굳이 저스티스리그로 선정한 건 다름아닌 갈라테아 때문이다.
 
 가슴에 큰 빵꾸를 뚫어서 유명해진 파워걸 대신, 저리(정확히는 저리 언리미티드)에서는 렉스 루터가 슈퍼맨의 DNA를 통해 동일한 디자인의 갈라테아를 탄생시키는 데, 브루스 팀의 캐주얼한 그림체에도 불구하고 꼴리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사실 브루스 팀은 꼴리는 그림을 그리는 데도 일가견이 있지만.). 하얀색 레오타드... 가슴에 크게 뚫은 빵꾸... 힘센 여자... 왜곡된 성욕... 사실 그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슈퍼걸에 대한 열등감, 렉스 루터에 대한 충성심과 그에 대한 고뇌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캐릭터다. 작중 슈퍼걸의 비중이 그렇게 작지 않다보니까 나름대로 출연 비중도 높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저스티스리그 애니메이션보단 어쩌면 이걸 기반으로 한 렉스루터의 야겜이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sunsetrider77 선생님... 그립습니다... 이 야겜에서도 갈라테아는 매우 꼴린다.
 
 
 

unnamed (17).jpg

4.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000년대 중반에 씹덕의 길에 접어들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썅년 때문에 입덕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 맘대로 해쳐먹으면서 주위는 물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하루히년은 하루 빨리 구속하는 것이 이 사회가 옳게 되는 방향이 아닐까? 
 
 물론 그건 지금와서의 감성이고, 여러모로 하루히는 쿄애니를 본격적인 거물급 스튜디오로 성장시킨(그 전에 클라나드가 있겠지만) 간판급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도 대단했지만, 애니의 폭발적인 흥행은 이후 애니메이션의 판도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츤데레라는 단어와 캐릭터성을 크게 확장시킨 하루히, 쿨데레, 그리고 말없고 냉정하지만 강한 매력을 어필하는 나가토의 투트랙은 지금 봐도 가히 신의 한 수다.
 
 물론 이전까지 츤데레 캐릭터, 쿨데레 캐릭터가 없던 건 아니지만,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의 애니 업계에 있어 하루히와 나가토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실대는 지금에 와선 하루히나 나가토나 좀 심심한 모냥이기는 하다.
 
 근데 나는 미쿠루가 좋았다. 왜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거 아니더라도 매력포인트가 많은 캐릭터긴 하지만 말이다.
 
 

다운로드 (29).jpeg

5. 사우스파크
 
 사실 처음엔 사우스파크를 극혐했다. 어쩌다 우연히 본 에피소드가 카트먼이 양아치 부모로 칠리를 만들어서 양아치에게 먹이고 조롱하는 에피소드였으니까. 존나 역했다. 그 이후 좀 지나서 사우스파크 극장판을 보게 되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노래가 좋았고, 의외로 잘 차려진 개판이었다. 무엇보다 저 네명의 애새끼들이 매력적이었다.
 
 허구한 날 뒈지는 케니를 제일 좋아하긴 했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미안할 정도인 카트먼, 평범해보이지만 한 번 망가지면 끝까지 망가지는 스탠, 그냥 윾머인 카일도 주장이 강하다. 심슨가족도 담고 싶은 메세지를 거침없이 담으며 조롱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그 쪽이 비교적 우회적, 간접적으로 한다면 사우스파크는 그냥 대놓고, 자극적으로 한껏 조롱해댄다. 그리고 난 후자가 더 맘에 들었다. 
 
 사팍은 후기로 갈 수록 수위가 많이 내려가기도 하고, 소재의 급격한 고갈로 인해 많이 재미가 없어진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나 또한 16시즌 이후로는 보고있지 않다. 물론 그 이후에도 나름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있는 시즌들이 있겠지만, 그냥... 더 이상 사팍같이 자극적인 애니메이션이 질리게 된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손에 꼽을 수 있는 개인 기준 띵작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최근엔 나름 폼을 회복했다고는 하더라.
 
 

2355394458E8E8DE02.jpeg

6. 죠죠의 기묘한 모험 3기(4부)
 
 난 죠죠를 좋아하지 않는다. 죠죠러가 아닌 건 둘째치고 사실 죠죠러, 정확히는 죠죠빠들에게 질려 싫어하는 쪽이 맞는 것 같다. 지들끼리만 아는 내용으로 쑥덕거리는 걸 넘어서 츄라이츄라이 하며 강요하고, 죠죠 이외의 만화는 병신으로 취급하는 그 수준이 역겨웠다. 근데 왜 뽑았냐고?
 
 솔직히 말하면 1부는 존나 재미없었고, 2부는 존나 유치했다. 둘다 건성건성으로 봤다. 3부부터 스탠드를 이용한 배틀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유치한 건 마찬가지였다. 주인공 죠타로는 세기만 할 뿐 매력이 없었다. 디오는 좀 봐줄만하지만, 디자인이... 너무.... 무엇보다도 같은 똥양인이 오리엔탈리즘에 범벅되어 중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만화 자체가 오래됬으니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고 편향된 시선으로 그릴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4부는, 좀 달랐다. 어른이 되고 약해진 죠타로는 무뚝뚝하지만 사려깊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됬다. 쌩양아치같지만 무척 상냥한 능력과, 머리스타일을 똑 닮은 열혈과 근성 또한 갖춘 죠스케도 매력이 있긴 마찬가지다. 병신인 줄 알았더니 사건 해결의 키가 된 코이치, 빡머가리지만 '아군이 된 적'의 함정에서 나름 잘 빠져나온 오쿠야스, 무엇보다 '일상의 평온'을 추구하는, 모순적인 악당인 요시카게까지, 여기에 더해 무수히 많은 조연들이 모리오쵸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군상극의 일원으로써 나름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전히 스탠드배틀은 내겐 유치하고, 아라키 히로히코 선생의 디자인은 내 취향이 아니다(물론 솔직히, 그림은 정말 잘 그리신다.) 그러나 죠죠 시리즈에서 정말 극소수인 일상극, 그리고 군상극으로써 4부는 내게 존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 중 평은 4부가 제일 안 좋은 것 같지만...
 
 그리고 당연히 5부는 안 봤다. 사실, 1, 2부도 건성건성 봤고, 3부는 좀 낫긴 하지만 4부땜에 제대로 보진 않았다. 그래서 '4부'로 콕 찝은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굳이 안 볼 것 같다. 6부 애니화 캐릭터 디자인을 잘 뽑으면 볼 지도 모르겠다.
 
 

unnamed.gif

7. 창
 
 좆같았다. 연상호의 전작 돼지의 왕보다는 아닐지언정 존나 찝찝했다. 이게 순화했으면 순화했지 실제론 더욱 심한 일들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해본다면 이보다 좆같을 순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좆같았기 때문에 명작이다.
 
 군대의 좆같음을 다루는 영상물의 양대산맥은, 용서받지 못한자와 창일 것이다. 둘다 이제는 과거의 유산이 되버린 옛 군대의 내무반 부조리를 다루고 있다. 사실 지금은 보기 힘든 광경일지도 모른다. 제대한 지 4년이 된 나도, 이 애니만큼의 부조리를 당해보진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입대할 때 즈음에도 윤일병, 임병장 사건이 있었고, 지금도 심심하면 내무반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 수면 위로 슬금슬금 떠오르긴 하는 모양이다.
 
 좆폐급 고문관새끼에겐 현역으로 복무를 마친 모든 이들이 동정심을 보내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마지막에 "병장님이 있을때보다 지금이 더 편합니다"라며 좆지랄을 떠는 저새끼의 아구창을 날렸으면 날렸지. 그렇다고 해도 주인공인 정병장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닐 터이다. 후임을 존나게 갈구고, 팬 악질 선임인건 변하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이 애니는 좆같다.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할 지 도저히 모르겠다. 고문관 출신들은 홍이병을 두둔하고, 못된 선임들은 정병장을 두둔하겠지만 말이다.
 
 좆같지만 정말로 다행인 것은, 창이 현재진행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나아가고 있음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군대는 개씹좆같은 곳임은 변하지 않는다.
 
 

다운로드 (30).jpeg

8. 야한 이야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세계
 
 그냥 별 생각 안하고 보기에 너무나 좋았다. 빤스를 뒤집어쓰고 날라다니는 여주인공의 충격적 비주얼과 계속 터져나오는 섹드립이 여러모로 일품이었지만, 작금의 검열이 강해지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과도 얼추 맞는 부분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본작처럼 섹드립의 개념 자체를 말살하는 것은 먼 미래에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확충될 때나 생길 일이지만, 쨌든 자칫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통제와 검열을 섹드립이라는 유쾌한 소재로 잘 풀어낸 느낌이다. 근데 항상 그렇듯, 대놓고, 저급하게 야하면 안 꼴린다고 했던가. 딱히 꼴리는 포인트는 없다. 애초에 야애니도 뽕빨물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 애니의 목적은 꼴리라고 있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점을 존나게 비꼬는 게 목적이니까 상관은 없다.
 
 다만 안나는 좀... ㅎㅎ. 원작에서는 진짜 끝까지 간다던데 애니는 짧게 하고 끝났으니. 암튼 이 쪽도 빤쓰녀나 주인공보다도 안타고니스트가 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검열과 통제에 대한 풍자가 담긴 이 애니를 검열과 통제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군대에서 봤다는 점이 아닐까? 어쩌면 이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군대의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63e7823d-c077-4922-aa49-ebc0bb38b40e.jpg

9.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
 
 살면서 본 애니메이션 중에 기괴하기론 탑3에 든다고 장담할 수 있다. 나머지 2개는 김치워리어와 요스가노소라였으니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커리지는 저 두 개와 비교하기엔 정상적이었고, 잘 만든 애니였다.
 
 개새끼가 벌벌 떠는 건 괜찮았는 데, 문제는 나오는 등장인물들이나 사건들이었다. 시청 연령대가 낮은 카툰 네트워크가 때로는 연령대를 무시하는 듯한 기괴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긴 했는 데, 커리지는 정말 아슬아슬했다. 징그러울 수준이었으니까. 굳이 비주얼이 징그럽지 않더라도 상황이 징그러운 경우도 있었다. 물론 성인이 되고나서는 그다지 충격적인 비주얼이 아니었음이 판명났지만, 비교적 뇌가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는 여러모로 신상에 이로운 비주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재밌었다. 유스테스 할아버지는 매번 당하고, 뮤리엘 할머니는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결국엔 커리지와 해피엔딩을 매번 맞이하니, 기괴한 분위기를 중화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명백한 권선징악을 매번 보여줄 수 있는 옴니버스식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뒷맛이 찝찝한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때로는 집이 다 날아가고 흔들의자만 황야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채로 끝나는 엔딩도 있었지만 뭐 어떠랴, 다음 회에서 원상복귀되는 데. 여러모로 영리한 애니였다.
 
 

181E69184B15E96856.jpeg

10.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SS
 
 나노하도 이젠 할매 취급받는 오래된 마법소녀가 됬고, 시리즈도 무척 많지만 유일하게 본게 SS기도 했거니와 여러모로 참신한 점이 많았다. 마법소녀가 대위 계급장을 달고 군복무를 한다는 설정은 아마 이 새끼들 말고는 못 짤 설정일 것이다.
 
 다크한 느낌의 마법소녀물 하면 역시 우로부치 겐의 마도카 마기카 시리즈를 생각하겠지만, 나노하 시리즈는 나름 시리어스한 마법소녀물의 선구자같은 느낌이 있다. 첫 두 작품은 어쨌건 정통 마법소녀물의 왕도를 따라가지만, 3기인 SS에선 난데없이 주인공인 나노하는 성인이 되었고, (비록 입양한 것이지만) 애엄마에, 심지어 군복무를 한다는 설정으로 돌아왔다. 보통 이렇게 되면 조연으로 밀려나기 마련인데 여전히 주인공이다. 이미 소녀가 아니게 된 시점에서 '마법소녀'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되는가에 대해선 한일을 막론하고 깊은 토론이 오갔던 걸로 기억하지만 결론은 '마음이 소녀면 됬다' 였다. 
 
 마도카 마기카 시리즈의 대흥행 덕분에 묻힌 감은 있지만, 여러모로 나노하 시리즈는 현대의 마법소녀물을 재정립한 공로가 있는 작품이었다. 마법봉의 노리쇠가 후퇴하고 배출되는 탄피, 납치 세뇌 강제성장하여 양엄마인 주인공과 싸우는 딸, 맛깔나게 경례를 올려붙이는 마법소녀들. 이런 참신한 시도가 있었던 덕에 마도카 마기카를 비롯한 변칙적인 마법소녀물이 성행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그다지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국내에선 아무래도 오덕페이트땜에 인지도를 바짝 끌어올린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 페이트 피규어로 딸치고 그걸 방송에 들고 나왔던 그 병신 말이다.

 

댓글 9

lopez7 2020.04.22. 06:47
 lopez7
창 인정합니다.

누구도 다루기 싫었던 부분을 다루고 펼치는 용기까지 있는 군대애니
댓글
-맹구- 2020.04.22. 10:28
아카메 무엇
사실 아카메 애니는 주연쪽 XX말곤 큰 이야기 거리가 없어서
사망 플래그를 너무나도 잘 회수한 애니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이벤트 플레이어스 애니메이션 갤러리 2024년 2분기 갤주 3 미네랄화이바 76 8
이벤트 갤주투표 캐릭터 보기 링크 + 사용법 11 미네랄화이바 328 15
공지 플레이어스 애니메이션 통합 공지 미네랄화이바 8759 4
공지 애니메이션 갤러리의 추천 글.List 5 Real 9285 9
인기 아니 아무것도 안했는데 1 Muumi 25 5
인기 1 Lumine 22 3
인기 페도새끼들 손 한번 들어보세요 양조위 10 1
페른
이미지
양조위 13 2
후방주의
이미지
Lumine 23 3
페른
기본
Muumi 26 5
후방주의
이미지
키류키쿄 63 9
페른
기본
Lumine 31 7
페른
기본
YOASOBI 22 6
페른
이미지
코리요 33 9
페른
기본
미즈하라치즈루 33 6
게임
기본
장송의프리렌 17 6
페른
기본
Muumi 20 4
짤방
이미지
장송의프리렌 15 3
페른
파일
장송의프리렌 15 5
페른
이미지
YOASOBI 18 6
페른
이미지
미즈하라치즈루 19 5
페른
파일
장송의프리렌 20 6
페른
이미지
시오츠카모에카 22 4
iDOLM@STER
이미지
미늘요리 10 2
스포
이미지
Alchemist 43 8
페른
이미지
손드리드 49 11
페른
이미지
마꾸잉 4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