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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역사 신년맞이 일본사 이야기 27 : 가마쿠라 막부의 성립 시기는 언제일까?

무사들의 세력이 점점 커지던 일본 고대.

결국 원평합전(源平合戦)을 겪으면서 일본 정치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바로 타이라노 키요모리(平淸盛)의 헤이케(平家) 세력의 뒤를 이어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頼朝)에 의해 새로운 무사정권이 수립된 것이다.

이를 학계에서는 '가마쿠라 막부(鎌倉幕府)라고 부른다.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근거지가 관동지방의 가마쿠라(鎌倉幕府)였기 때문.

 

가마쿠라 위치.png

▲ 가마쿠라의 위치

 

'막부'라는 말은 원래 중국에서 왕을 대신하여 출정 중인 군 지휘관의 진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일본에서도 이 말이 처음 들어왔을 땐 정이대장군(征夷大將軍; 오랑캐를 정벌하는 장군)이 원정을 떠날 때의 본진을 의미했으나..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원평합전이 끝난 후에도 당시의 진을 정치적 기관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무사들이 세운 군사정권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

 

기존에 학계에서는 가마쿠라 막부의 성립 시기를 1192년으로 보았다.

실제로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일본인에게 물어보면 1192년에 세워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유는 바로 1192년이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정이대장군(이하 쇼군)에 임명된 해이기 때문이다. - 막부의 '정이대장군'은 맨 뒤 두 글자 '장군'을 일어로 독음한 '쇼군'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이하에선 쇼군으로 기술함. -

즉, 요리토모가 쇼군 직위를 받음으로써 막부가 시작되었다는게 정설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새는.. 이런 소리를 하면 학계에서 욕 먹는다.

지금은 1192년 설이 소수의 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현재는 가마쿠라 막부의 성립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위 설을 포함해서 총 6가지의 설이 대립중에 있다.

 

 

1. 1180년 설

1180년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원평합전의 이시바시산 전투에서 대패하여 도망친 뒤, 가마쿠라에 정착하여 사무라이도코로(侍所)를 설치하고 관동 남부를 지배한 시점을 막부의 시작이라고 보는 설이다.

 

당시 미나모토 요리토모의 무사단은 요리토모를 우두머리로 하고, 그의 혈족 및 유력 무사들이 군사적 충성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에게 충성을 하는 무사들은 고케닌(御家人)이라고 불리었다.

그리고 이 고케닌들은 요리토모로부터 땅과 급여를 부여받는 기브 앤 테이크 관계를 유지했다.  

사무라이도코로는 이런 고케닌들을 통솔하면서 가마쿠라의 군사와 경찰 업무를 담당했던 부서였다.

 

교토(京都)의 조정과는 별개로 새로운 관청을 조직하여 운영했으니 이것이 막부의 시작이라는 설이다.

 

2. 1183년 설

1183년 원평합전에서 미나모토노 요시나카(源義仲)의 군대가 교토에서 횡포를 부리자, 고시라카와 상황(後白河上皇)이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상경을 요청하면서 요리토모의 가마쿠라 정권을 공식적으로 승인해준 시점을 막부의 시작이라고 보는 설이다.

 

3. 1184년 설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는 상황의 요청에도 교토에 상경하지 않고 계속해서 가마쿠라를 정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1184년에 공문소(公文所)와 몬츄죠(問註所)를 설치했는데, 이 시점을 막부의 시작이라고 보는 설이다.

 

공문소는 일반적인 정무와 가마쿠라 정권의 재정 등을 총괄한 정치기구였고, 몬츄죠는 고케닌들의 소송과 재판 업무를 담당한 사법기구였다.

사무라이도코로에 이어 공문소와 몬츄죠가 세워지면서 가마쿠라 정권의 기본적인 통치 기구가 완성되었다.

 

가마쿠라 막부 중앙정치기구.png

▲ 가마쿠라 정권의 중앙 행정 기구

 

공문소는 7년이 지난 1191년에 만도코로(政所)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4. 1185년 설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 미나모토노 요시츠네(源義経)를 사로잡기 위해 일본 전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조정으로부터 슈고(守護)와 지토(地頭)의 임면권을 획득한 시점부터 막부가 시작되었다는 설이다.

 

슈고는 가마쿠라 외의 일본 전역의 경비와 치안을 담당하는 직책이었고, 지토는 전국의 국아령(國衙領; 국가 소유의 땅) 및 영주들의 장원을 관리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직책이었다.

 

기존에 조정에서 슈고·지토의 업무를 동시에 행하는 국사(国司)라는 지방관이 파견되고 있었는데, 국사는 국아령에만 파견되는 직책이었다.

그리고 국사가 파견되지 않는 장원에는 장원의 영주인 다이묘(大名)가 자체적으로 장관을 임명하여 토지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부에서 파견한 슈고와 지토는 국아령과 장원을 가리지 않고 모든 땅에 파견되면서 국사와 장관보다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슈고와 지토의 임면권 획득.png

▲ 슈고, 지토, 국사, 장관의 임명 루트

 

슈고와 지토는 고케닌 중에서 임명되었는데, 이렇게 쇼군에 충성하는 고케닌들이 전국에 영향력을 떨치게 되면서 막부가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1185년 설이다.

 

그리고 슈고와 지토의 직책이 생기면서 형성된 가마쿠라 막부의 직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마쿠라 막부 직제.png

▲ 가마쿠라 막부의 직제

 

5. 1190년 설

1190년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는 조정으로부터 궁중 경호를 담당하는 근위대장(近衛大将) 직책에 임명되었는데, 이 시점을 막부의 시작이라고 보는 설이다.

 

6. 1192년 설

1192년에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조정으로부터 쇼군으로 임명된 시점을 막부의 시작이라고 보는 설이다.

 

 

이 6가지 설 중에 현재 학계에서 가장 소수 의견인 설은 5번과 6번 설이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막부의 의미와 관련이 있는데...

막부란 하나의 '정권'이기 때문에 그 시작을 논의하기 위해선 단순히 어떤 직책을 하사받은 시점을 주목하기보단 언제부터 '정권'이라고 불릴만한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에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학계에서 가장 유력한 설은?!

 

바로 4번 1185년 설이다.

 

1, 2, 3번 설도 나름대로의 정권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지만, 이는 단지 가마쿠라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에만 권력이 닿았기 때문에 막부의 성립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다수이다.

 

전국의 토지를 지키고 다스리는 슈고와 지토를 쇼군이 자신의 신하들로 직접 임명하게 되면서 비로소 전국적으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권력이 닿을 수 있었기에 많은 학자들이 이때를 막부의 시작으로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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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았네요!

딱 0시에 맞출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정확히 0시에 끝났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미역갤 화이팅!

 

 

 

이전 회차 모아 보기

http://www.flayus.com/mystery

 

 

댓글 9

best A.C.Milan 2019.01.01. 11:44
정초부터 양질의 글이...
best 울산현대FC 2019.01.01. 13:33
추천이라구
best 기희현 2021.01.01. 09:50
깨알 에펨네이션 미스테리/역사 갤러리 커엽
best A.C.Milan 2019.01.01. 11:44
정초부터 양질의 글이...
댓글
MVP나상호 작성자 2019.01.01. 13:39
 A.C.Milan
열심히 써봤습니다 ㅋㅋ
댓글
MVP나상호 작성자 2019.01.01. 13:39
 울산현대FC
고맙습니당 ㅎㅎ
댓글
best 기희현 2021.01.01. 09:50
깨알 에펨네이션 미스테리/역사 갤러리 커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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