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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잘한다의 의미가 있는가?

어제부터 계속 특정 스트리머의 실력에 대한 논쟁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음.


그냥 방관자의 입장에서 아무런 의견없이 '이제쯤 지나가겠지'라며 보고 있었지만 그 논쟁적 의견들은 오늘 새벽까지도 올라오고 있었음.


더욱이 놀라웠던 것은 논쟁의 핵심은 그 스트리머의 실력이 '출중하다', 혹은 '출중하지 않다'라는 양분된 의견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이었음.


근데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그것도 사람과 사람의 대전이 주 컨텐츠가 아닌, 그리고 '패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장르에서 잘한다의 의미가 과연 있을까?



다른 게임을 하나 가져와보겠음. '심시티 5'라는 게임임.


몇 해 전 한창 빠져서 이것저것 실험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음.


그 도시들 중 내가 만든 도시 두 개를 소개해보고자 함.




위의 도시들임. 둘 다 실험용으로 만들었던 도시들이고 다른 세이브파일은 찾지 못해 이렇게 두 개의 도시만 비교할 수 밖에 없지만 한 번 봐주길 바람.


어떤 도시들가 예쁘고 효율있다고 생각함? 물론 둘 다 어느정도의 수익은 보장된, 망하지는 않을 도시들임.




단순히 자금적인 효율성만을 따진다면 아래의 도시보다는 위의 공업도시가 훨씬 더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음.




모든 근로자들을 외부에서 수입해 사용하는 도시인 까닭에 도시 내에서는 어떠한 범죄도, 시민의 불만사항도 없어 아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도시임.


거기다 TV라는 것이 수익성이 워낙 좋은 산업이라 그저 원자재를 수입해 조립만 한다고 하더라도 온갖 필요도 없는데 비싸기만한 건물들을 떡칠하더라도 남아도는 돈을 주체할 수가 없는 도시임.




그렇다면 다른 도시는 어떨까?




도시자체는 공업도시보다 예뻐 보는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실험적인 건물따위 지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빡빡한 도시계획과 시민불만 조절,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수적이며 수익 자체도 위의 공업도시보다 적게 벌 수 밖에 없음.



이 경우 위의 도시를 만드는 사람과 아래의 도시를 만드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사람이 심시티를 더 잘하는 사람일까?


수익과 효율만을 따진다면 분명 위의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도시의 미관까지도 함께 고려한다면 아래의 사람이 더 잘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임.




그런데 이 게임 자체는 '패배'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규칙은 단 하나밖에 없음. '재정난으로 도시가 망하지만 말아라'. 이 것 밖에 없음.


즉 게임의 목표를 달성했는가, 혹은 달성하지 못했는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두 도시 모두 그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은 도시라는 것임. 


그저 게임을 플레이 하는 방식, 목표가 저마다 다른 것임.




에펨도 마찬가지라고 봄. 에펨에서는 그 목표자체도 없음. 


팀을 맡은지 6개월만에 짤려서 타팀 감독들 뒷담화나 언론에 누설하고 다니던 내 실친도 에펨의 목표를 잘 지켰으며


매 시리즈마다 6부리그 팀을 하나 찍어 프리미어리그를 가고 챔스 진출권을 따자마자 흥미를 잃고 다른 팀을 알아보는 나같은 사람도 있음.


이 경우 내 실친은 진짜 감독처럼 시행착오도 하고, 경질도 당해보는 현실과 같은 플레이를 즐기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나 같은 경우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자이언트킬링을 반복하며 챔스진출권을 따는 것이 에펨에서의 내 목표임.


물론 게임의 효율은 분명히 내가 내 실친보다는 나을 것임. 그렇다고 내가 게임을 더 잘 즐기고 잘하는 사람인가는 또 다른 문제임. 


둘 다 이 게임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것이라는 거임.




이 결론이 마음에 안든다면 개인마다 목표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아닌, 정말 개인마다 에펨의 실력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겠음.


당연히 에펨을 잘한다는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은 '효율'일 거임.


약팀으로도 승리를 이루는 전술, 그리고 선수의 영입까지, 무조건 최고의 효율을 갖추고 승리를 반복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라고 가정해 봄.



그렇다면 이 게임에서 승리를 반복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도 한 번 가정해서 생각해보고자 함.


첫 번째는 전술일 거임. 어떤 전술이 승률이 가장 높고 이기기 쉬울까.


이 기준에서 한 번 생각해 봄.


물론 각 시리즈마다 사기전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 이번 작은 3톱이라고 하며, 2017에서는 3공미 전술이 사기라고 함.


이 전술을 다운받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 직접 만든다고 가정하고, 그리고 각 시리즈마다의 사기전술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기로 함.


그렇다면 전술마다 개인이 공격패턴, 그리고 그 팀의 스쿼드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술로 만들 거임.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전술들은 그 팀에 따라, 혹은 그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거임.


그런데 만약 고무인간들을 가지고 노는 이 게임에서 여타의 전략시뮬레이션처럼 가장 좋은 효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어떤 전술은 성과를 내는 것이 힘들고 어떤 전술은 쉬워야 할 것임.


 


이 전술은 에펨네이션 로스터로 6부부터 9시즌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6관왕을 달성하고 때려치운 게임에서의 전술임.




에펨네이션 로스터를 하는 9시즌동안 한 번도 이 전술을 바꾼 적이 없고 이 전술만으로 결국 6관왕을 달성함


물론 3톱처럼 사기는 아니지만 9시즌동안 이렇게 짧은 패스를 반복하는 플레이로도 충분히 어느정도의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음.




그렇다면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전술은 무엇인가? 만약 효율이 전술에서의 최우선이라면 다른 전술을 사용했을 때는 성과가 이정도가 나오면 안될 거임.




이 전술은 현재 6부리그 리밍턴이라는 팀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전술이며 똑같은 포메이션에 역할 및 성향 정도만 바꿔서 계속 플레이 하고 있음.



그리고 이런 형태의 공격전개를 보이며 현재 매년 승격을 반복하면서 이따위 재정으로 챔쉽 승격 마지막 플레이오프전을 앞두고 있음.


분명한 것은 둘 다 이번 시리즈에서 사기라고 이야기하는 3톱과는 거리가 있는 전술이라는 것임.


그런데 만약 전술마다의 효율이 모두 정해져 있다면, 그리고 그 전술의 차이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차이를 미친다면 이 두 전술 모두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음?


결국 효율 자체도 확보한 선수들에 따라 다 다를 것이고 움직임도 다를 것인데 가장 효율적인 전술이라는 것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겠음?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선수영입에서의 효율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냐임.


하도 화제가 많이되는 스트리머라 나도 2017때의 방송을 스킵해가며 30분가량 본 적이 있었음. 


개인적인 감상은 전술, 선수영입의 기준, 운용법 모두 내 취향과는 거리가 좀 있었음.


예를 하나 들어보고자 함.



그 스트리머분께서 극찬을 했다고 '전해 들은' 하부리그에서 하드캐리한 선수라고 함.


그리고 이 선수의 어빌은 67임.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님.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하부리그에서 사용한 선수들 중 가장 체감이 좋다고 느꼈던 선수는 바로 이 선수였음. 


능력치는 어빌은 비슷하게 65임. 어빌은 2 낮으나 개인적으로는 이 선수가 내 취향에는 훨씬 잘 맞음.


비록 피지컬로는 데반 그린에 비해 조금 부족할 지 모르나 드리블이나 골 결정력이 괜찮고, 볼 트래핑, 판단력 등이 좋은 선수임


그렇다면, 그 스트리머의 안목이 이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의 절대적인 기준이라면 위의 선수보다 아래의 선수가 못할 것인가 하는 점임.



에펨네이션 로스터 하면서 팬들이 워낙 좋아하는데다 세력구도에서도 팀리더를 놓치지 않아서 다른 팀리더가 생길 때까지 버리지도 못하고 돌려야 했음.


그런데 그렇게 하고도 성적이 저렇게 나옴. 평점 7.21 13골 6도움.


즉 같은 어빌과 나이, 포텐이라고 가정했을 때 선수를 고르는 기준은 결국 개인취향일 수 밖에 없으며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것은 '틀린' 결정이 아니라 '다른' 결정이라는 것임.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런 거임. 게임의 엔딩과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인 이상 어떻게 즐기든 잘한다와 못한다의 기준은 없다는 거임.


그리고 만약 효율이라는 것만이 최우선이며 승리확률을 높이는 것이 '이 게임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 또한 모두 개인 취향에 비롯된다는 것임.


즉 그 스트리머의 실력이 좋든 안좋든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며 나와 다른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틀린' 전략이 아닌 '다른' 전략이라는 것임.


그러니 그 스트리머에 대한 글이 옹호하는 세력도, 그리고 비난하는 세력도 실력이 있니 없니라는 '실력'의 기준이 아니라 나와 다른 방법을 쓰는구나 정도로 넘어갔으면 함.


게임에서 '엔딩'과 '목적', 그리고 '경쟁'이라는 요소가 없는 이상 실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내 의견임

엉덩국우루사 엉덩국우루사님 포함 17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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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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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 2018.01.24. 09:32
말씀하신 점들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관점에 따라 그 차이가 있을수도 있지만 역시 중요한건 각자 방식을 어느 정도씩 항상 존중하는게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웬만하면 공지도 읽고 스트리머 관련글은 FM통합 게시판에 있는 넷플/방송 갤러리를 사용해주길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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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zan_De_Hogoo 작성자 2018.01.24. 09:41
 프리드
방송홍보글 아니면 상관 없는 거 아님? 공지에서 그렇게 되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 데 아니었음? 그리고 특정 스트리머 글이 계속 올라와서 올려 본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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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 2018.01.24. 09:45
 Gozan_De_Hogoo
비슷한 내용으로 지나치게 올라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웬만하면이라고 한거였어요 ㅎㅎ
물론 요즘은 인터넷 방송 보시고 오시는 분들이 많으시니까 어느 정도는 당연히 이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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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zan_De_Hogoo 작성자 2018.01.24. 10:02
 프리드
ㅇㅇ 이제 안올릴 거임. 사실 방송을 딱히 보질 않아서 더 이상 쓸 내용도 없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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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커브 2018.01.24. 09:51
뭐야  새벽에도  난리얐어?  ㅋㅋㅋㅋ 후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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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zan_De_Hogoo 작성자 2018.01.24. 10:03
 반커브
ㅇㅇ 새벽에도 올라왔었음. 게시판 흥하는 거야 나도 보기 좋긴 한데 자꾸 올라올 때마다 사람들이 격해지는 거 같아서 걱정도 됨 
오거 2018.01.24. 10:43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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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기카가미 2018.01.24. 11:33
글 잘 읽고 갑니다.

"잘한다" "못한다"도 결국은 모두 상대적인 거니 이렇게도, 저렇게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것만 알아주면 좋을 듯

또한 "배운다" 라는 것도 꼭 더 잘 하는 사람한테만 배우는 것도 아니기도 함

청진기를 꼬맹이들이 노는 걸 본 의사가 발명했듯이 배우는 건 어디서든, 누구한테서든 할 수 있는거고..

어쨌든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나온 것 같으니 이 글 이후로는 논쟁이 좀 잦아들었으면 하네요 ㅎㅎ
황제 2018.01.24. 11:47
논문을 쓰셨어ㅋㅋㅋㅋㅋㅋㅋㅋ
스누아키 2018.01.24. 18:47
ㄷㅅㅋ이 이정도로 파장이 컸던 스트리머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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