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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종교 그거 아세요? -머슴을 섬기는 주인-[발롱도르~]

조선 땅에서 공식적으로 신분제도가 사라진 것은 1894년 갑오개혁 시기입니다.

하지만 말만 공식적이지 이후로도 6.25전쟁으로 온 나라의 기반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인습으로 작용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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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있는 집에서는 머슴을 부린다던지 소작농에게 밭뙈기를 지정해준다던지 했으며, 물론 이러한 계급의식은 구한말 시기에 서구 열강에서도 완전히 벗어내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저기 전라도 어딘가에는 당시에는 정말이지 파격적이게도 신분을 뛰어넘어 주인이 머슴을 섬기던 교회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그거 아세요?는 한국 개신교사에서도 특이한 경우로 남은 성지인 김제 금산교회 이야깁니다.

 

1904년, 전라북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미국인 선교사 루이스 테이트는 말을 타며 호남땅을 순회하던 중, 오늘날의 김제인 금산땅에서 제일가는 부자이자 전라도에서도 이름난 만석꾼이던 조덕삼이 운영하던 마방에 묵게 됩니다.

 

그러다가 서구의 지식에 관심을 가져 이방인 선교사를 극진하게 대접하던 주인 조덕삼에게 전도하는 데 성공하는데, 그의 집에 기거하던 머슴인 이자익도 전도하게 됩니다.

 

게다가 일이 잘 풀려 아예 조덕삼은 자기 집 사랑채를 테이트에게 교회로 내주고 사목활동을 시작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다 교세가 커지자, 이 교회에도 장로 한명정도는 있어야겠다며 선교사들과 교인들을 상대로 장로를 뽑게 되었습니다.

바로 조덕삼과 이자익이 장로선거에서 맞붙은 것이죠.

 

오늘날 교회에서 장로는 나이 많고 오래 다니고 교회활동 충분히 하면 남신도에게 때가 되면 다 주는 직위지만 당시에는 장로의 위상이 달랐습니다.

 

이 교회를 세우는 데에 땅과 돈을 쾌척하고 인망 또한 높은 지주 조덕삼, 그리고 비록 머슴이지만 명석했으며 조덕삼에 비할 정도로 인망 또한 높았던 이자익 둘 중 하나를 장로로 삼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신분도 천하며 조덕삼보다 나이도 열살 이상 어린 이자익이 장로로 선출된 것입니다.

이 결과에 교인들과 동석한 외국인 선교사들도 당황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신분이 천한 사람을 장로자리에 올렸다가는 잘 돌아가던 교회가 반으로 갈라지는 참사가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죠.

신분제의 의식이 아직은 공고했던 시절이기에 말입니다.

 

실제로 당시 한성에서는 천민 출신이던 사람이 장로로 선출되자 양반 교인들이 불만을 품어 다른 교회를 세워 단체로 떠나버렸던 일, 설교시간에 '하나님 밑에는 귀천이 없다'며 갖바치, 백정 등 천직에 종사하는 신도들을 배척하며 끼리끼리 놀던 양반들의 좆목을 외국인 선교사가 저격했다가 교회가 두동강이 나버린 일 등...

신분문제로 인해 뭇 선교사들을 난감하게 했던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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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를 보고 당황한 교인들과 선교사를 모아두고 조덕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참 훌륭한 일을 해냈다. 나의 집에서 일하는 이자익 영수는 나보다도 신앙에 대한 열의가 충만하며, 나는 장로의 일을 도맡기에는 너무 노쇠했기에 여러분의 결정은 옳다고 본다. 이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나는 이자익 장로를 열심히 받들고 교회를 더 잘 섬길 것"이라 한 것입니다.

 

이후 조덕삼은 자신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려는 듯 이자익 장로를 목사로 만들기 위해 사비를 털어 평양신학교에 보내는 등 물심양면으로 이자익을 후원했습니다.

 

이는 당대의 시민의식을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인 언사였습니다.

이자익이 평양에 유학하는 동안 조덕삼이 학비와 모든 생활비를 지원해 주었고, 졸업이 가까워지자 그가 없는 동안 두번째 장로로 선출된 그는 이자익을 자기 교회의 목사로 청빙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다 합니다.

 

물론 이자익은 조덕삼의 은혜에 보답하듯 1915년에 신학교를 마치고 목사로서 돌아오고, 1960년대 초까지 활동하며 대한민국 개신교사의 원로 목회자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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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일어난 배경인 금산교회 구 예배당은 오늘날에도 현존하는데, 특이하게도 ㄱ자형으로 배치되어 한 쪽은 여신도가, 한 쪽은 남신도가 마룻바닥에 앉아 예배를 보는 형태라고 합니다.

 

이는 유교적 사상이 지배적인 시대적 상황상 현지화된 설계라고 신학자들이 말하는데, 오랫동안 교회를 다녀온 장년 신자들이라면 기억하는 그 구조라고 합니다.

30-40년 전까지는 예배당에 한 쪽은 남자, 한 쪽은 여자로 착석했었거든요.

 

댓글 1

이치너굴 2022.06.02. 10:50
조덕삼이야말로 인망이 높은 지주이자 진정한 교인이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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