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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의문의 조종실,만다라 항공 091편 추락사고[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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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5일 오전 10시경,인도네시아 메단 폴로니아 국제공항(현재는 공군기지가 됨).

117명이 탄 보잉 737-230 Adv 한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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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공기는 바로 만다라 항공 091편,메단 폴로니아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으로 이날 091편의 기장은 아스카르 티무르,부기장은 다우피르 에펜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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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오전 9시 52분에 메단 관제탑으로부터 푸시백과 엔진 시동 허가를 받은 091편은 9시 56분에 추가로 23번 활주로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몇분간의 택싱 끝에 23번 활주로에 도착한 091편은 이제 이륙만 남긴 상황이었고,때마침 관제탑으로부터 이륙 허가가 떨어지자 091편은 곧바로 이륙을 하기 위해 활주로 위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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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무언가가 이상했다.

활주로의 거의 끝까지 온데다가 이미 이륙결심속도를 넘긴 상황이었는데도 091편이 도통 날아오르질 않는 것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091편이 그대로 활주로를 오버런해버릴수도 있었고,조종사들은 오버런을 막기위해 기수를 최대한 올리면서 091편을 이륙시키려고 했다.

이 조치에 091편은 잠시 날아오르는듯 했으나 그것은 회광반조일 뿐이었다.

 

곧바로 091편은 실속 상태에 빠져서 하강했고,이 과정에서 꼬리날개가 활주로와 충돌했다.

활주로와 충돌하면서 멈출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091편의 속도는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았고,091편은 그대로 활주로를 오버런하며 이탈해 활주로 앞에있는 작은 강을 뛰어넘은후 활주로 접근등들과 연이어 충돌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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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만 해도 심각한 사고였지만 091편의 폭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끔찍하게도,091편은 곧바로 잔디밭을 가로질러 공항 주위에 있던 Djamin Ginting 로와 주택가를 향해 돌진해 앞에 있는 모든걸 박살내버렸다.

자동차나 건물과의 연속적인 충돌로 인한 폭발때문에 세조각이 난 후에도 091편은 계속해서 전진했고,결국 091편은 여러 채의 건물과 가로등,수십대의 자동차를 집어삼킨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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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지에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신고를 들은 관제탑은 공항을 폐쇄하고 공항 소방대에게 급히 출동해달라고 요청했지만,사고지점이 공항 소방대가 접근할 수 없는 지점이었기에 구조작업을 시행할수가 없었다.

결국 구조작업을 처음 시행한 것은 메단의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부서진 차량이나 무너진 건물안에 갇힌 생존자들을 구출해내었고,이러한 메단 시민들의 분투덕분에 수십명의 생존자들이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

 

메단 시민들의 빛나는 구조작업과는 대조적으로,뒤이어 도착한 메단 소방대는 연이은 실수를 반복했다.

메단 소방대는 서로 협동하지 않았고,사고현장의 혼란을 수습하지 않았으며 경험부족이었다.

이때문에 091편 탑승자들은 구조대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못한채 알아서 탈출하거나 메단 시민들의 구조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도 정오에 내린 비로인해 화재가 얼추 진압되며 구조작업이 탄력이 붙은 덕분에 메단 소방대 역시 다수의 생존자들을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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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구조작업이 끝나고 시신들이 수습되자,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의 수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계산은 하루만에 끝났고,곧바로(사고 당일인 9월 5일 저녁) 교통부는 091편 사고의 사망자 수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발표를 들은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교통부가 발표한 사망자수는 091편 탑승자 100명(생존 17명)+지상 49명,총 149명.

무려 149명이나 되는 사람이 이 사고 한방으로 희생되어버린 것이다.

당시 091편 사고는 인도네시아 역사상 두번째로 최악인 항공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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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단에서 벌어진 대참사에 인도네시아 전역이 슬픔에 빠졌다.

인도네시아 상원 의회는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고 이 사고로 두 주지사를 잃은(북수마트라 주지사 리잘 누르딘과 전임 주지사 라자 시레가르가 091편 추락사고로 사망함) 수마트라 지방정부 역시 3일간 애도할것을 지시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인도네시아의 모든 B737-200에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원인규명이 끝날때까지 운행을 중지하도록 했고,급히 NTSC(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회)를 시켜 사고를 조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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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SC는 곧바로 조사단을 꾸려 사고현장으로 보냈고,조사단은 일단 블랙박스를 회수한 후 본격적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조사는 처음부터 난관에 빠졌다.

회수된 블랙박스의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기록이 CAM 고장으로 인해 알아들을수 없을정도로 음질이 최악이었던 것이다.

이때문에 조사단은 처음부터 중요한 자료 하나가 봉인당한 채로 조사에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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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조사단이 처음으로 의심한 사고원인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두리안이었다.

조사단은 091편이 두리안을 과적해서 이륙에 실패했을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사고직후 메단 시민들은 091편의 잔해 주위에 널려있는 두리안들을 목격했고,처음에는 두리안을 싣지 않았다고 부인하던 만다라 항공 측에서도 사고당시 091편이 약 2톤의 두리안을 싣고 있던 상태였다고 인정했다.

다수의 증거가 과적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곧 상황은 반전되었다.

조사결과 사고당시 091편은 두리안을 포함하고도 최대이륙중량을 넘지 않았다는 것,즉 과적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결국 조사단은 다른 원인을 찾을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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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이 두번째로 의심한 사고원인은 엔진 고장이었다.

조사결과 091편이 2003년 세마랑에서 동물과의 충돌로 인해 1번 엔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겪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그러나,엔진 잔해 분석결과 사고당시 091편의 엔진들은 전부 고장이나 과열,오작동 없이 정상작동중이었단게 밝혀져서 이 가설 역시 폐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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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원인들이 전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조사단은 침체되었고,원인규명은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고원인이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던 이때,무언가가 발견되었다.

그것은 바로 플랩의 잔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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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들이 회수된 플랩의 잔해를 분석해본 결과,사고당시 091편의 플랩은 확장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단서였다.

플랩은 이륙시 양력 효율성을 극대화해주는 장치로,플랩을 전개하지 않고 이륙한다면 이륙중 실속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091편의 플랩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확장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조사단은 091편이 플랩이 확장되지 않아 충분한 양력을 얻지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보고 도대체 왜 플랩이 펼쳐지지 않았던 것인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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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플랩 미작동 원인은 시스템 오작동과 조종사의 실수 이 두가지였으나,잔해조사와 091편의 정비기록 확인결과 플랩 시스템은 사고당시는 물론이고 지난 6개월동안 결함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어 시스템 오류로 인한 플랩 미작동설은 폐기되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가능성은 딱 하나,조종사 과실로 인한 플랩 미작동이었다.

조사단은 조종사들이 도대체 왜 플랩을 미작동하고 이륙을 시도했는지에 대해 확인하려 했지만 여기서 멈출수밖에 없었다.

음성기록장치 녹음불량으로 인해 사고당시 조종실에서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확인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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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사단은 이륙 경보장치가 오작동해서 경고음이 울리지 않아(진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는지의 여부는 조종실 음성기록의 부재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하나,정비기록에 이륙 경보장치가 오작동하거나 고장이 났었단 기록이 없었던것으로 보아 조종사들은 경고음을 듣고도 이륙한것이 유력해보인다..) 조종사들이 플랩 미확장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륙했을수도 있어보인다고,그러나 이륙전에 조종사들에겐 이미 이륙 체크리스트를 점검할 시간이 3분이나 주어졌으니 조종사들은 경보음이 안울리더라도 미리 플랩이 확장되지 않았던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결론을 내리는 선에서 조사를 그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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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최종보고서에서 조종사들의 부적절한 체크리스트 점검으로(확실하진 않음) 인해 플랩이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륙하여 사고가 벌어졌다고 발표했고,만다라 항공에게 정확하고 승인된 체크리스트 개발/올바른 체크리스트 점검절차 수행/매일마다 이륙을 시작하기 전에 이륙 경보 시스템 작동 검사할 것 등등을 권고했다.

또한 조사단은 메단 구조대와 공항 구조대의 심각한 실수들로 인한 구조 효율 저하를 비판하며 인도네시아의 모든 공항들이 공항 비상 계획을 1년에 1번은 실시간으로 수행하도록 했고,그동안 심각한 수준이었던 인도네시아 공항의 안전을 어느정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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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만다라 항공 091편이 남긴 유산은 위처럼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091편의 추락은 수마트라 섬에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촉발시켰다.

누르딘 주지사가 사망하면서 새로 취임한 파르데데 주지사가 학력위조,비리등의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 정치적 위기는 파르데데를 유임시키는 것으로 어찌어찌 끝나긴 했지만 수마트라 섬을 한동안 심각한 갈등으로 몰아넣었었고,아직까지도 다수의 수마트라 시민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

 

한편,만다라 항공은 사고후로도 계속 운항을 하다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2011년에 운항을 중단했고,2012년부터 타이거에어에 인수되며 다시 사업을 재개하긴 했지만 결국 타이거에어 인도네시아에 합병되며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091편 사고 희생자 149명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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