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간 그거 아세요? -분노의 포도의 분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구소련을 위시한 옛 동구권 국가들은 인민들이 서구의 풍족한 삶에 현혹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헐리우드 영화들의 상영을 금하기도 했습니다.

 

그 전에는 동구권에서는 68혁명같은 좌파 혁명이나 시위가 서구에서 있었다고 전하는 뉴스를 활발하게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서구의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선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뉴스에서 서구권의 소식을 알려줄 때마다 딴데에 눈이 팔렸습니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와 쩐다.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저런 지갑사정 가벼운 학생들도 손목시계 하나씩은 차고 댕기는구나' 하며 이상한 부분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동경했고, 이게 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의 연쇄 몰락이라는 형식으로 터진 셈입니다.

 

 

99ca60978cdb6d9b87d50ce165f408a064127d19.jpeg.jpg

 

하지만 존 스타인벡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분노의 포도는 예외였습니다.

 

분노의 포도는 한 소시민 가족의 삶을 빌어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을 고발한 소설로, 발간 당시 여러 주에서 금서로 지정되고 자본가와 검/경찰에 의해 원작자인 존 스타인벡은 강도높은 감시를 당하는 등 여러 해프닝을 만든 책이기도 합니다.

 

 

5b9626b415e9f901ee6c93f0.jpg

사회주의 국가 입장에서는 이거 개꿀이겠죠? 

 

'이거 봐라, 미제놈들의 자본주의가 이렇게 여러분 인민의 고혈을 쥐어짜고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하는 선동이야말로 사회주의 프로파간다의 핵심 중 한 축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본국인 미국에서도 미국의 사회병폐를 너무 적나라하게 밝혀 소란을 일으킨 문제작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주 좋은 선전물일 것이란 판단을 내립니다.

 

그렇게 소련에서는 이례적으로 분노의 포도의 국내배급 및 상영을 허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로 금지시켰습니다.

 

 

grapes4.jpg

 

이유는 영화에서 그렇게 짠내나는 흙수저 가족으로 조명되는 주인공 집안도 자가용을 굴린다는 사실에 관객들이 더 주목하고, 오히려 미제놈들은 저런 가난한 집안도 똥차이지만 자가용을 모는데 우리 나라는 대관절 뭐가 문제길래 인민들한테 마음대로 차도 못몰게 하냐고 공산당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HalfamillionGaz.jpg

 

 

이는 당시 동구권의 자동차산업에도 연관이 있는 내용입니다.

소련과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자동차는 역시 철저한 배급경제에 기반해 판매되었습니다.

 

그나마도 사회주의 계획경제 특성상 나라에서 자동차보다 군비경쟁이 급하니까 땅크하고 군용차를 먼저 뽑겠다! 식으로 병기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어버리면 회사들은 군말없이 이에 따라야 했습니다.

 

당연하죠. 거긴 다 국영기업이었는데요 뭐.

다음날부터 굴라그에 끌려가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곡괭이질 하기 싫으면 따라야죠.

 

이런저런 이유로 수요를 생산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해 동구권의 중산층 인민이 자기 차를 사려면 십여 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유있는 집안은 아기가 태어나면 성인이 될 때 몰 차를 미리 계약해서 기다렸거나 웃돈을 주고 중고차를 받아 되파는 사람에게 사야만 했죠.

물론 고급차나 벤츠 같은 수입차는 높으신 분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못 내던 물건이었구요.

댓글 4

안유진 2022.05.12. 21:40
이거 북한도 비슷한 이야기 들었던거 같은데 ㅋㅋㅋ
댓글
백곰따까리 2022.05.12. 23:56
동독 정부의 서독 TV 방영과 비슷한 이야기네 ㅋㅋㅋㅋㅋ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사항 안녕하십니까 관리자 김유연입니다 8 김유연 260 20
공지사항 안녕하세여 관리자 조자룡조영욱입니다 30 조자룡조영욱 375 48
이벤트 [5월 10일~6월 10일] 1달 간 추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3 조자룡조영욱 213 14
공지사항 앞으로 타사이트의 게시글을 업로드 할 경우 출처를 남겨주세요 조자룡조영욱 280 15
공지사항 미스터리/역사 갤러리 통합 공지(2023.05.29) 88번이태석 1857 13
질문/요청
기본
버러지같은후손 161 8
잡담
기본
블랙워그레이몬 173 24
사건/사고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79 5
자연/생물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75 4
문명/역사
기본
블랙워그레이몬 83 8
사건/사고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52 7
과학/우주/의학
이미지
김유연 51 5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78 7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73 5
사회/인간
이미지
김유연 50 5
잡담
기본
김유연 68 7
사회/인간
이미지
BryceHarper 57 8
사회/인간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115 6
사건/사고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108 8
기타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93 4
과학/우주/의학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100 9
기타
이미지
블랙워그레이몬 85 7
사회/인간
이미지
미늘요리 107 7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195 21
문명/역사
이미지
김유연 9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