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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사상 최악의 항공 참사, 테네리페 참사

1977년 3월 27일, 두 대의 B747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과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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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B747기는 KLM 4805편으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스페인 그린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 팔마스 국제공항으로 가는 정기 항공편이었다.

평소에는 DC-8 기종이 투입되던 노선이었으나, 부활절 휴가 기간을 맞아 대형기인 B747기가 투입되었다.

해당 기체에는 승무원 14명과 어린이 69명을 포함한 승객 234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해당 비행기의 기장은 50세의 야콥 펠트하위전 판 잔턴으로, KLM 항공에서 제일 신망받던 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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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의 얼굴을 집어넣은 광고가 실렸을 정도.

항공사 안에서 제일 신망받는 조종사였던 만큼 그의 경력도 화려했다.

사고 이전, 그는 11,700시간에 달하는 조종 경력을 자랑했고 상대적으로 최신 기종이었던 B747기에 대해서도 1,545시간의 비행 경력을 자랑했다.

해당 항공편의 부기장 클라스 뫼르스와 항공기관사 빌럼 슈뢰더르 역시 각각 9,200시간, 17,031시간의 비행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었으나 B747기에 대해서는 각각 92시간, 543시간의 비행 경력만 가지고 있는, 기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747기에 덜 익숙한 조종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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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팬 아메리카 항공 1736편으로, 팬암에서 운영하는 여행사의 크루즈 관광을 즐기려는 고객들을 라스 팔마스로 실어나르기 위해 대여한 비정기 전세기였다.

이 기체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세계 최초로 상업 운항에 투입된 B747기였기 때문이다.

고로 정상적으로 이 비행기가 퇴역했다면 어느 항공 박물관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스펙이 충분한 기체였다.

여하튼 이 비행기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승무원 18명과 승객 382명을 태우고 출발해 중간 기착지였던 JFK 국제공항에서 재급유를 받고 조종사들을 교체한 뒤 라스 팔마스로 출발했다.

이 항공편의 기장 빅터 그러브스는 조종 경력이 21,043시간인 최고의 베테랑이었으나 B747기 운용 시간은 564시간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히려 747기를 더 오래 운용한 조종사는 부기장 로버트 브래그로, 총 비행시간 10,800시간 중 2,796시간을 747기와 함께했다.

한편 항공기관사 조지 원스는 총 비행시간 15,210시간 중 747기는 559시간을 운용하였다.

 

두 비행기가 라스 팔마스로 향하던 시각, 라스 팔마스 공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카나리아 제도의 독립을 주장하던 급진 단체가 폭탄 테러를 예고한 것이다.

또한 실제로 공항 내 터미널에서 작은 폭탄이 폭발, 8명이 부상당했다.

이에 공항 측은 추가적인 테러가 있을 것을 우려하여 공항을 폐쇄하고 모든 비행기를 테네리페 공항으로 회항시켰다.

마침 뉴욕에서 재급유를 하고 비행중이었던 팬암 1736편은 2시간 이상 비행 가능한 연료가 남아있었기에 테네리페 공항으로의 회항 대신 라스 팔마스 상공 선회를 선호한다고 관제탑에 전달하였으나, 관제탑은 이를 거부하였다.

결국 라스 팔마스를 향하던 두 비행기를 포함, 온갖 비행기들이 테네리페 공항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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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리페 노르테 공항의 전경을 보면 알겠지만, 이 공항은 우리가 상상하는 큰 국제공항이 아닌 자그마한 시골 공항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활주로도 1개밖에 없고, 그마저도 사고 당시에는 위의 사진보다도 짧았다.

평상시라면 B747기급의 대형 항공기가 착륙할 일이 잘 없는 공항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날은 문제의 KLM기와 팬암기를 포함, 총 5대의 광동체가 착륙한 상태였다.

심지어 이 5대 말고도 다른 많은 비행기들이 모조리 이 공항에 착륙한 탓에, 주기장에 자리가 없어 유도로에까지 항공기가 주기되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일이 주말이었기 때문에, 관제탑에는 2명의 관제사만 근무하고 있었다.

2명의 관제사들은 그동안 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항공 관제 업무를 졸지에 떠맡게 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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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항공기들의 주기 상태는 다음과 같다.

이외에도 많은 항공기들이 공항에 갇힌 상태였고, 언제 라스 팔마스 공항이 열릴지 모르는 상태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몇몇 비행기들은 승객들을 테네리페 공항 터미널에서 쉬도록 조치했고, KLM 4805편도 해당 조치를 취한 비행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팬암의 경우, 터미널 수용 인원보다 많은 사람이 공항에 몰린 탓에 탑승객들을 기내에 대기시키기를 요구받았고 비행기 문만 열어서 승객들이 바깥 공기를 쐬는 정도의 최소한의 편의만 제공하였다.

 

두 시간 정도 후, 라스 팔마스 공항의 폐쇄가 풀렸고, 테네리페에 발이 묶인 비행기들은 하나둘씩 이륙하기 시작했다.

팬암 1736편은 연료도 충분히 남아있었고, 승객들도 모두 기내에 남아있었기에 언제든 이륙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팬암기 앞에 있던 KLM 4805편이 문제였다.

판 잔턴 기장의 요청으로 항공유 55,000L를 급유받고 있었던 것.

이는 라스 팔마스뿐 아니라 암스테르담에 돌아가기에도 충분한 양이었다.

급유 완료까지 35분이 걸린다는 판 잔턴 기장의 뮤전을 들은 팬암기 조종사들은 KLM기를 피해 활주로로 이동하고자 했으나, 12피트 차이로 KLM기를 지나가지 못했다.

결국 팬암기의 승객들과 조종사들은 더 작은 비행기 10여 대가 자신들을 지나쳐서 테네리페를 떠나는 동안 KLM기가 급유를 끝내고 이륙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찌어찌 KLM기의 만땅 주유가 끝났지만, 여전히KLM기는 이륙하지 못했다.

아이 2명이 터미널에서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KLM은 이유를 불문하고 항공편 지연의 책임을 기장에게 물었기 때문에 판 잔턴은 점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이미 테러 위협으로 인한 회항 조치로 지연 크리를 먹은 상태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겨우겨우 객실 승무원들과 지상관리요원들이 두 아이를 찾아 비행기에 탑승시켰고, KLM기는 이륙을 위해 택싱을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된 팬암기도 뒤따라 택싱을 시도한다.

 

그 때, 갑자기 기상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한다.

공항 근처 바다에서 밀려온 해무, 산에서 내려온 구름, 화산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화산재로 인해 가시거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던 것이었다.

이로 인해 판 잔턴은 점점 더 초조해했으며, 부기장과 항공기관사가 그를 진정시키려 노력했으나 그는 여전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관제사는 KLM기에게 활주로 끝까지 이동해 180도 회전하라고 지시했고, 팬암기에는 C3 유도로로 빠져 대기하다 KLM기 이륙 후 활주로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KLM기는 활주로 끝에서 180도 회전하는 데 성공했으나, 팬암기는 낮은 가시거리로 인해 정확한 유도로의 위치를 찾기 위해 감속했다.

또한 C3 유도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48도 턴을 했어야 하는데, 이는 광동체 B747기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팬암기의 조종사들은 C3 유도로 대신 C4 유도로를 찾아 느린 속도로 택싱했다.

 

한편, 관제사는 팬암기가 활주로를 빠져나간 후 KLM기를 이륙시키고자 했고, KLM기에게 이륙 허가를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판 잔턴 기장은 이륙 허가 없이 가속을 시작해 활주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부기장이 이륙 허가를 받지 않았음을 지적하자, 기장은 부기장에게 관제탑과 교신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가속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에 부기장은 관제탑에게 이륙하고 있다고 교신하였고, 관제소는 연락을 줄 때 까지 이륙 대기하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같은 시각, KLM의 교신을 들은 팬암기가 아직 활주로에 있다는 교신을 하는 바람에 관제탑의 교신과 팬암기의 교신이 서로 겹쳤고, KLM기에는 OK라는 관제탑의 교신만 전달되었다.

한편, 관제탑에서는 다시 팬암기에게 활주로 이탈 여부를 물었고, 팬암기에서는 아직 활주로를 이탈하지 않았으며, 활주로 이탈 후 보고하겠다고 교신했고, 이 내용은 KLM기에도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 잔턴은 가속을 멈추지 않았다.

항공기관사가 팬암기가 활주로에 아직 있음을 지적했으나, 잔턴은 단호하게 이 말을 씹었다.

결국 활주로에 팬암기가 남아있는 상태로 KLM기는 가속을 계속했다.

한편 C4 유도로의 입구를 겨우 찾은 팬암기 조종사들은 KLM기 조종사들을 열심히 씹으며 활주로를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함을 느낀 부기장이 창문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자...

전속력으로 활주로를 질주하는 KLM기가 보였다.

경악한 팬암기 조종사들은 That son-of-a-bitch is coming straight at us를 외치며 최대 출력으로 활주로를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한편 눈 앞에 있는 팬암기를 본 KLM기의 판 잔턴은 즉시 조종간을 당겨 이륙을 시도했다.

이미 이륙결심속도를 넘긴 KLM기가 정지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즉시 이륙을 시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아까의 만땅 급유가 화근이 되었다.

항공유가 탱크를 가득 채우면서 비행기의 무게가 증가한 상태였고, 그렇기에 KLM기는 안전하게 이륙이 가능한 전환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한 채 이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속도는 무거운 KLM기가 이륙하기에는 부족한 속도였고,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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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M 4805편이 팬암 1736편의 어퍼덱에 충돌했다.

사고 충격으로 KLM기는 잠시 공중에 붕 떴다가 추락, 가득 채운 항공유에 불이 붙으며 순식간에 폭발했다.

해당 기체에서 생존자는 없었다.

한편, 어퍼덱이 날아간 팬암기에서 조종사들은 곧바로 엔진으로 연료가 가는 것을 차단하고 탈출했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화재로 인한 기체 손상으로 엔젠에 전달되지 않았고, 해당 엔진은 최대 출력으로 폭주하며 회전하다가 파괴되어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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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모식도. N736PA가 팬암 1736편이다.

 

심지어 저열한 가시거리로 인해 최초에는 KLM기의 단독 사고로 파악되었고, 구조 작업 및 화재 진압은 KLM기 위주로 진행되었다.

짙은 안개로 인해 450m 떨어진 곳에 있던 팬암기는 불타며 방치되어 있었고, 결국 팬암기도 폭발하며 완파된다.

일부 승객들은 생존하였으나, 팬암기에서 총 337명이 사망한다.

양 기체를 합쳐 583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진 것이었다.

 

 

다른 부수적인 원인들, 이를태면 열악한 공항 환경과 팬암기의 잘못된 유도로 이동, 급격히 저하된 가시거리 등이 있었지만, 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KLM기의 판 잔턴 기장의 독단적인 행동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KLM은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하였으나, 그럼에도 사망한 583명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으니...

이 사고는 현재까지도 단일 항공사고로는 최다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고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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