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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들을.araboja

항공 사건사고들은 다양한 이유로 일어난다.

제일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악천후, 정비 불량, 관제사의 실수, 항공사의 막장 운영, 하이재킹, 조종사의 실수 등이 있다.

오늘은 이러한 항공 사고들 중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나 정말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아에로플로트 6502편 추락 사고

1986년 10월 20일, 아에로플로트 6502편은 예카테린부르크를 출발해 그로즈니 공항을 목적지로 운항하고 있었다.

87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을 태운 비행기가 중간 경유지였던 코로무쉬 공항 인근에 도착할 때까지도 사고의 징후는 없었다.

이제 경유지였던 코로무쉬 공항에 착륙만을 남겨두고 있었는데...

기장이 부기장에게 내기를 하나 제안한다.

시각적 요소를 모두 차단한 채 계기판만 활용해 착륙할 수 있을지 내기를 건 것이다.

심지어는 시각적 요소를 차단하겠다고 조종실의 모든 창문의 블라인드를 닫아버렸다.

참고로 이 모든 사실은 CVR 분석을 통해 실제 있었던 일임이 확인된 사항이다.

 

한편 관제탑은 비행기의 고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기장에게 경고한다.

또한 비행기의 장비들도 기장에게 계속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기장은 모든 경고를 무시하고 착륙을 강행했다.

심지어는 지상충돌경보장치도 무시했다.

 

그렇게 강행한 착륙이 멀쩡할 리 없었다.

비행기는 시속 280km의 속도로 활주로에 착륙했고 곧 오버런하며 전복되었다.

vcb0n8mvlaz61.jpg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들을.araboja

사고 충격으로 동체의 일부와 왼쪽 날개가 붕괴되었고, 사고 충격으로 인해 연료탱크가 부서지며 연료 누출과 화재가 발생했다.

결국 병원에서 사망한 승객들을 포함해 70명의 승객이 사망하였다.

특히 부기장은 사고 직후에는 생존해 있었으나 승객들을 구조하려고 노력하다 화재로 인한 유독물질에 중독,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그러나 이 사고의 원흉이었던 기장은 멀쩡히 살아있었다.

기장은 항공법 상 블라인드 비행 규정을 모두 어긴 혐의로 기소되었고,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6년만에 석방되었다.

 

 

2. 아에로페루 603편 추락 사고

1996년 10월 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아에로페루 603편 B727기가 페루 리마의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에 착륙한다.

이 비행편은 원래 마이애미에서 출발해 리마를 경유, 칠레의 산티아고로 향하는 비행편이었다.

평소에는 B757기가 투입되는 노선이지만, 이전 비행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비행기는 정비가 필요했고, 이에 임시로 마이애미에서 리마로 이동할 때에만 727기가 투입되었다.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에서 정비를 마친 B757기가 다시 603편으로 투입되었으며, 마이애미를 출발한 180명의 승객 중 산티아고로 향하는 70명이 757기에 탑승했다.

승객이 모두 탑승한 10월 2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비행기가 이륙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 비행기에 이상이 발생했다.

갑자기 모든 계기가 오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비행관리 컴퓨터도 미친듯이 경보를 울렸는데, 과속 경보와 실속 경보가 동시에 울리는 등 콕핏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당연히 조종사들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항으로 회항하기로 결정, 관제탑에 통보한다.

그러나 비행기 안의 모든 계기들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속도계며, 고도계며, 수직속도계며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었고, 비행관리 컴퓨터는 여전히 말도 안되는 경보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스크린샷 2023-10-11 015835.png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들을.araboja

심지어 사고기가 출발한 리마는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여서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바로 바다 위에 위치하게 되는 구조였다.

이러한 이유로 조종사들은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해 비행기의 위치와 현재 고도를 파악하는 고전적인 방법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던 조종사들은 관제소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비행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속도의 경우, 관제탑에서 레이더로 측정하는 속도가 있었기에 관제소에서 정확한 속도값을 알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관제소는 비행에 필요한 여러 데이터들을 조종사들에게 전달해 그들이 비행기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조종사들이 보는 데이터와 관제소가 전해주는 데이터는 당연히 거의 모두 불일치했다.

그러나 비행기의 고도값만은 계기판의 고도값과 관제소에서 확인한 고도값이 일치했다.

이는 관제소에서 확인하는 고도값은 비행기 시스템에서 관제소에 보내는 고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고도값은 9,680ft.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3,000m로, 이륙 직후의 고도로는 불가능한 수치였다.

그럼에도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높은 고도에 있다고 판단하였고, 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강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비행기는 몇 번이나 실속하며 고도를 잃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고도값은 비슷한 값을 나타내고 있었다.

결국 관제소는 다른 B707기를 공항에서 이륙시켰다.

B707기를 이용해 603편을 다시 공항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707기가 603편에 닿기 전, 603편의 왼쪽 날개 끝이 수면을 치고 말았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25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제서야 항공기의 진짜 고도를 파악한 조종사들은 어떻게든 비행기를 다시 띄우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 비행기는 뒤집어진 채 바다로 추락한다.

탑승객 70명은 전원 사망하고 만다.

구조대가 파견되지만 그들이 수습한 것은 탑승객 9명의 시신 뿐, 나머지 탑승객들은 비행기와 함께 바닷속으로 동체와 함께 가라앉았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페루 해군이 사고기의 잔해를 수거하였고, 미국 해군은 페루 당국의 요청으로 블랙박스를 찾을 장비를 빌려주는 등 사고 조사에 도움을 주었다.

조사 결과 밝혀진 사고 원인은...

1200px-Duct-tape.jpg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들을.araboja
덕트 테이프였다(...)

 

Aeroperu-603.jpeg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들을.araboja
사고기 잔해 중 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보여주는 잔해로, 검은색 타원 안에 덕트 테이프가 한 줄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덕트 테이프로 가려진 부분은 정압공으로, 비행기의 속도, 고도 등 기본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저 정압공으로 공기가 드나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비행기 외부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정압공 안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정비사는 비행기 세척 직전 정압공을 덕트 테이프로 막아두었다.

그러나 정비사는 이 덕트 테이프를 떼는 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결국 비행기는 정압공이 막힌 채 이륙했고, 제재로 된 계측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값들이 조종사들에게 주어지게 된 것이었다.

 

결국 이 사고로 에어로페루는 파산하고 말았고, 단순히 비행관리 컴퓨터를 끄고 아날로그 계기로만 비행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사고라는 것이 확인되며 이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보잉의 책임도 일부 인정되었다.

 

 

3. 아에로플로트 593편 추락 사고

1994년 3월 23일, 모스크바 셰레메티에보 국제공항에서 아에로플로트 593편(기종: A310)이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총 75명을 태우고 이륙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홍콩 카이탁 국제공항이었다.

 

이 비행에는 기장 야로슬라프 쿠드린스키의 가족이 동행했다.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구 소련권 항공사들은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 특히 조종사들의 가족이 콕핏에 들어오는 것을 관대하게 처리하곤 했다.

이 비행기의 기장도 같은 관행으로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조종석 구경을 시켜주었고, 내친김에 아들과 딸에게 직접 조종간을 잡아볼 기회를 주고자 했다.

기장에게도 나름의 믿는 구석이 있었는데, 바로 오토파일럿이었다.

이론상 오토파일럿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오토파일럿이 설정된 비행 경로를 따라 자동으로 비행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먼저 조종사의 딸이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고, 이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어서 아들이 조종간을 잡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오토파일럿이 꺼져버린 것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아들이 기장에게 말했지만, 조종사들은 오토파일럿이 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말을 무시했다.

그러나 조종사들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 비행기는 이미 아들의 조작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당시 자동조종장치는 당연하게도 사전에 정해진 경로에 따라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동조종장치에는 하나의 기능이 있었는데, 조종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거나 30초 이상 조종 장치가 조작되어 상황의 모순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자동조종이 해제되는 기능이 있었다.

보잉사나 러시아 항공기의 경우에는 자동조종장치가 해제될 때 경보음을 울려 조종사에게 경고하도록 되어 있었고, 러시아제 항공기를 운용하던 기장은 해당 방식에 익숙하였다.

그러나 에어버스의 경우 자동조종장치의 해제를 On/Off의 점등만으로 표시하였고, 이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조종사들 중 그 누구도 자동조종장치가 해제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조종사들이 오토파일럿의 해제를 인지한 것은 비행기의 경로를 알려주는 화면에 나타난 비행기의 경로가 원을 그리며 선회하고 있음을 표시한 후였다.

당황한 조종사들은 9초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조종석에 앉아있던 기장의 아들에게 이런저런 조작을 구두로 지시했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에 문외한인 아들이 제대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리 없었고, 비행기는 급격한 선회로 인해 실속에 빠져 추락하기 시작했다.

기장은 다시 자신이 조종간을 잡으려고 했으나, 급격한 추락으로 인한 높은 G로 인해 기장은 자리에 돌아갈 수 없었다.

MV5BYzUzNjI1ZjgtYjM2OS00MDdiLWIzZmItMGE2ZWUzNTQyMWFjXkEyXkFqcGdeQXVyMjI3NTYzMjI@._V1_FMjpg_UX1000_.jpg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들을.araboja
당시 상황을 재연한 모습.

 

중간에 잠깐 G가 안정된 사이 기장은 잽싸게 조종석으로 복귀해 비행기를 살리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탑승객 90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1_l6GifJ6hMROllD2fTL8KPA.jpg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한 항공 사고들을.araboja
비행기의 추락 과정 모식도.

 

사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로는, 오토파일럿이 해제된 상태에서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들이 조종간을 바로 놓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비행기들은 일정 고도 이상에서는 기체가 자동적으로 실속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사람의 조작으로 벗어나는 것보다 빠르게 설계되었고, 해당 기체도 마찬가지였다.

조사관들이 분석한 바로는 조종사들이 상황을 파악한 시점에서도 아들이 조종간을 바로 내려놓았다면 충분히 실속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조종사들은 아들이 조종간을 놓도록 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조종간을 잡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어린 소년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며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당연히 이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기장의 오토파일럿에 대한 맹신이 애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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