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곡 모음 (장문) 유재하 1집 - 사랑하기 때문에 (1987)

 

초판 LP 표지. 

 

한국 대중음악의 자주(自主)를 선포한 기념비적 음반
- 임진모

 

1987년 8월 20일 출시된 유재하의 1집 앨범. 유재하는 한양대 재학중이던 1985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의 키보디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최고로 꼽히는 조용필, 김현식등의 뮤지션의 곡을 작곡하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밴드 멤버로 활동하던 유재하는 김현식에게 본인의 1집에 수록될 곡을 전부 주는등 김현식에게 존경심을 표했지만 김현식이 3집 앨범에 "가리워진 길"만 수록 하자 삐져서 나갔다고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 - 김현식 Tribute" 에피소드에서 전태관이 설명 한 바 있다. 유재하가 밴드를 나간 후 들어온 멤버가 박성식인데, 박성식이 작곡하여 김현식 3집에 수록된 음악이 "비처럼 음악처럼".

 

이 앨범의 특징은 유재하 본인이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혼자 도맡은 앨범이라는 것으로, 반주만 본인의 대학 후배, 동기등에게 부탁하여 녹음 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와중에도 피아노, 드럼등 본인이 혼자 연주 할 수 있는 부분은 혼자 도맡아 했다고. 유재하를 FM으로 구현 한다면 천재성은 반드시 20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당시 유재하의 1집은 "가창력 미달"을 이유로 방송금지를 먹게 되는데, 이는 당시 음악방송에 출연 하기 전에 PD등에게 심의를 받는 이상한 제도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라디오 프로그램, 대표적으로 당시 대중음악에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밤 차트에서 "지난 날"이 1위를 기록 하는 등 알음알음 퍼져 나갔다.  

 

1집을 발매한 유재하는 1987년 10월 31일 밤 웬만해서는 가지 않겠다던 동창회를 가겠다고 나선다. 김종진에 의하면 유재하가 면허를 딴 기념으로 술자리를 가다가 사고를 당한 거라고 말하였는데, 절친했던 김종진의 말이 신뢰가 더 크게 가기는 하지만, 왜 갔는지는 해석이 갈리는 부분. 

 

형 잠시 나갔다 올게. 가수 됐다고 동창이 찾아왔는데 빨리 해치우고 올게~

- 집을 나서기 직전 형에게 한 말. 유언이 되었다.

 

다음 날인 11월 1일 새벽, 술 취한 친구가 몰던 포니2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유재하는 택시와 정면충돌해 사망한다. 한국 대중음악을 한 걸음 진보시킬 수 있었던 천재가 세상을 뜬 것이었다. 

 

유재하의 사후, 그의 1집 앨범은 엄청난 역주행을 기록하며 라디오만 틀면 나오는 음반이 된다. 그의 1집 앨범은 유재하 본인의 자전적인 사랑 이야기로, 주인공은 이 음반의 오보에, 플루트, 바이올린 반주를 담당하고 유재하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가 대학에서 기적처럼 다시 만난 유재하의 연인. (실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유재하의 사후 큰 충격을 받고 몇 해 동안 슬퍼하던 그녀를 본 부모가 안정 차원에서 스위스로 해외여행을 보냈는데, 카페에서 나온 노래가 유재하의 노래여서 매우 크게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재하의 1집 앨범을 살펴보면, 이전의 일반적인 발라드와는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유재하 이전의 발라드 가수들이 트로트풍의 창법으로 노래 하고, 반주 또한 느리긴 하지만 트로트풍의 반주를 가진 노래가 많았다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사가 유재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것이 결코 빈 말이 아님을 체감할 수 있다. 유재하 1집, 그리고 유재하가 고평가를 받는 큰 이유에는 요한 크루이프가 고평가를 받는 이유와 비슷하다. 유재하와 크루이프의 공통점은 각자의 분야의 새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유재하는 클래식을 접목한 한국식 발라드를, 크루이프는 토탈 사커로 각각 한국의 대중음악과 현대 축구에 큰 영향을 남긴 것이다.

 

01. 우리들의 사랑

02. 그대 내 품에

03. 텅 빈 오늘 밤

04.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05. Minuet (경음악)

06. 가리워진 길

07. 지난 날

08. 우울한 편지

09. 사랑하기 때문에 (Title)

 

https://www.youtube.com/watch?v=tiNNTLJocEM&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

 

01. 우리들의 사랑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난 얼마만큼 그대안에 있는지..

 

마장조 코드로 진행되다가 바장조로 전조된다. 연인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 한 곡.

 

https://www.youtube.com/watch?v=e2c96PoH1GM&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2

 

02. 그대 내 품에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그대 호수에 머물고 싶어라..

 

다장조 코드로 진행되다가 올림다장조로 전조 된다. 연인과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한 가사가 일품인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IqP1eeX60&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3

 

03. 텅 빈 오늘 밤

 

모두 흥겨웁게 노래 부르며 춤추는데, 나는 어이해 홀로 외로울까.. 

 

사단조 코드로 진행 된다. 이별한 연인을 추억하며 느끼는 텅 빈듯한 감정을 노래한 곡. 음악의 멜로디와 비트는 시티팝스럽지만, 가사는 전술했듯이 슬픈 노래다.

 

https://www.youtube.com/watch?v=lKWxfh8Dfgg&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4

https://www.youtube.com/watch?v=-W4irsbkSmI

 

04.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

 

가장조 코드로 진행 된다. 

 

필자가 유재하를 접하게 된 이유. 2010년에 방송된 "1박 2일 - 센티멘탈 로망스" 에피소드를 보고 필자는 이 곡을 접하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 하고 옛음악에 빠져있는 망령 신세가 되어 가고 있다. 이 곡 역시 가사가 일품으로,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곳, 그 곳에 가려고 하네.." 라는 가사가 많은 걸 생각나게 한다. 또한 이 곡은 유재하가 생전에 유일하게 방송에 출연 하여 부른 곡으로, 1987년 젊음의 행진에서 나와 불렀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CaG-gQe5U&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5

 

05. Minuet (경음악) 

 

바장조 경음악. 음반 사이에 경음악을 집어넣는 시도도 당시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BEGCrvtv_M&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6

https://www.youtube.com/watch?v=Yx1yFb5pNCY

 

06. 가리워진 길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사장조. 이 곡은 유재하 본인의 1집에 수록되기 이전인 1986년, 김현식 3집에 먼저 수록된 바 있다. 김현식이 부른 "가리워진 길"도 유재하가 부른 것 못지 않게 절절한 곡으로, 애인과 헤어진 뒤 유재하가 쓴 곡이라 그런지 가사의 분위기가 썩 기쁜 분위기는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625nRti8ZY&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7

 

07. 지난 날

 

잊지 못할 그 추억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하루하루 더욱 새로웁게 그대와 나의 지난 날..

 

다장조로 진행되다가 후렴에는 라장조로 전개된다. 집안의 반대로 유재하가 연인과 헤어진 뒤 쓴 곡이다. 유재하의 1집에서 가장 밝은 곡이라고 할수 있으며, 이 곡의 코러스는 이문세가 담당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vhQ8DO8k7o&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8

 

08. 우울한 편지

 

어리숙하다 해도 나약하다 해도 강인하다 해도 지혜롭다 해도 그대는 아는가요 아는가요. 내겐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가단조로 전개되다 후렴구에 가장조를 넘나드는 곡. 영화 "살인의 추억"에 삽입되며 다시 인기를 끈 노래로, 제목에 걸맞게 본 음반에서 가장 우울한 노래다. 필자는 사랑하기 때문에,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과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이 음악의 피리 반주는 저 위에 언급한 유재하의 연인이 맡았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JKs4dKhAwg&list=PL7OSWfEEUw6eJKolG4x5Z0pCEq4yMrynn&index=9

 

09. 사랑하기 때문에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가장조로 느리게 전개되는 유재하의 대표곡이자 본 앨범의 타이틀 곡. 1985년 조용필의 7집 앨범에 먼저 수록 된 곡으로, 조용필의 그 곡은 다장조에 템포가 비교적 빠르다보니 유재하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이 곡 역시 상술한 유재하의 연인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순애보를 노래한 곡. 곡의 길이가 6분 15초에 이르는 대곡으로, 클래식을 전공한 유재하의 곡중 특히 다양하고 많은 악기가 접목되었다.

 

 

-마무리하며-

 

한국 대중음악사는 유재하의 이 앨범의 아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것을 남긴 명반이다. 하지만 놀라운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유재하 본인은 1집의 완성도에 크게 아쉬워 하며 2집 발매와 2집의 완성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하니 청중으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만일 유재하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혹은 2집을 위해 미리 만들어둔 곡들조차라도 있었다면 한국의 음악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판도였을 것이다. 신이 시기해 일찍 데려간 재능을 추모하며 이 글을 남깁니다. 

 

[자료 출처]

[사진 1, 2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2%AC%EB%9E%91%ED%95%98%EA%B8%B0%20%EB%95%8C%EB%AC%B8%EC%9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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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유재하(柳在夏) (1962.06.06 ~ 198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