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주변기기] 리얼포스 87UW 비균등 / PFU 에디션 키덕아닌 일반인 사용자의 후기

댓글로 썼다 너무 길어져서 글로 옮겨요.

오스트리아 소프트웨어 회사 다니는 개발자입니다. 개발자가 의례 그렇듯, 야근도 많고, 하루 종일 타이핑 하는 게 일이예요.

원래는 애플의 매직 키보드를 사용했었어요. 근데, 이 놈이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특히 야근 빡시게 하는 시기 되면 손가락이 진짜 좀 아파요.

그래서 키덕인 친구한테 물어보고 다스키보드 갈축과 리얼포스 87키 비균등을 샀읍니다.

솔직히 첨엔 좀 놀랐어요. 리얼포스 실물을 처음 봤는데, 충격적인 포장과, 누가 봐도 단단하고 고급진 다스키보드에 비해 허접해보이기까지 하는 리얼포스의 하우징과 키캡... 게다가 스페이스바에서 나는 그 경박한 소리 하며.... 유럽엔 구하기도 어려워서 뒤지다 뒤지다 영국 아마존에서 겨우 찾아 어렵게 샀는데, 솔직히 이게 뭔가 싶었어요.

근데도 추천해준 친구 믿고 며칠 번갈아가며 써보다가 키감 때문에 결국 리얼포스로 정착했읍니다.

제 일도 일이지만, 애들 도와줄 일도 많아요. 말로 설명해주는 것 보단, 걔들 자리 가서 직접 코드를 짜면서 설명해줄 때가 많읍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게 되는데, 기계식도 불편해요. 회사지급은 로지텍 키마 세트인데, 구분감이 정말... 진짜 타이핑 하는 내내 오타와 욕만 나오고요(그래서 키마는 쌩신입 아니면 왠만하면 자기가 사서 씁니다.).

집에서 쓰던 다스키보드 갈축도 결국 못 쓰겠어서 친구한테 50유로에 넘겼읍니다.

친구가 리얼포스 추천하며 했던 말대로 돼버렸더군요. 토프레키는 취향에 안 맞으면 비싼 멤브레인이고, 취향에 맞으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넌 거라고...

현재 주력으로 쓰는 건 올 해 초 코로나 락다운 때 당시 집에서 쓰던 다스키보드가 불편해서 샀던 요 PFU 에디션인데, 해피해킹 키감이랑 비슷하대서 궁금함에 찍먹해보려고 샀다가 정착했읍니다.

락다운 풀리고 출근해서 원래 쓰던 1세대로 하루 일 해보고는 바로 집으로 가져오고 이 녀석을 사무실로 가져가서 메인으로 사용 중입니다.

잠깐씩 재택할 땐 1세대 그냥 쓰는데, 장기적으로 재택할 땐 PFU 에디션 싸들고 와서 얘만 쓰게 될 정도로 완전히 갈아탔읍니다.

1세대 처분하고 해피해킹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꽂혔어요. 물론 와이프한테 등짝 맞을까봐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론 절대 안 내는 중이지만요.

어쨌든 이 녀석은 1세대보다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입니다. 특유의 텅빈 느낌도 적고, 1세대와 많이 다른 키감도 제 취향에 더 맞아요. 비균등에 비해 좀 무거운 키압이 걱정이었는데, 적응해보니 오히려 비균등의 가벼운 키압이 어색합니다. 그래서 1세대 처분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아무래도 독어권이라 영문 배열인 이 녀석을 처분하긴 쉽지 않아보이지만... ㅠㅠ).

아, 물론 고질병인 백스페이스와 스페이스바 스프링소리는 완전히 잡히진 않은 것 같아요. 키캡도 뭐..... 그냥 어쩔 수 없이 씁니다.

결론은, 아래 글 쓰신 분과는 다르게, 전 못 돌아가요. 리얼포스를 떠나더라도 해피해킹이 되지 싶어요.

어차피 게임도 안 하고(와이프가 극혐해서 게임용 컴터도 없어요. ㅠㅠ), 업무용으로는 토프레가 지금까진 제일 잘 맞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