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나는 아주 평범하게 생긴 애를 좋아했음

쌍거풀도 없는, 키는 한 153 정도에 그냥 귀엽게 생겼다는 소리 듣는, 얼굴은 뽀얗고 조금은 비실비실했던 애를.

늘 숏컷에 똥그란 안경을 쓰고 교복 치마 대신 바지를 입던 애를.

중2 2학기 다 갈 무렵에 급식실 치즈돈까스 훔쳐먹다가 걸려서 교무실에서 벌 서는 중에 걔가 심부름땜에 와서 나를 보면서 웃은게 처음이었고

중3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같은 짝이 되었을 때 얼마나 좋았던지.

종종 빈혈로 쓰러지면 걱정이 되니까 제출하지 않은 폰으로 연락을 하고, 시험기간엔 같이 버블티를 마시며 공부를 하고

시험이 끝나면 영화도 가끔 보러가고, 다 보면 비싸진 않아도 걍 밥도 한 번 사주고

한 2학기쯤 되면 애들도 내가 누굴 좋아하는 지 알고 은근슬쩍 밀어주는 느낌이 강하기도 했음.

근데 이뤄지지는 못 했네.

내가 남은 건 죄책감뿐이고, 벌써 10년 전이라 나는 얼굴도 기억이 안 나고 실루엣만 보이는 수준인데도 종종 걔를 닮은 사람이 지나가면 본능적인 무언가를 느끼네

대학에 입학하고 한 번 인서타에 가입했을 때, 나는 친구의 팔로워였던 걔 인서타를 보게 되었고

걔는 눈을 찝고 스타일에도 변화를 주는 등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너무 달라졌었음.

그제서야 깨달은 것 같음.

나만 그대로구나. 전부 변해가는데 나만 그대로구나...

그 뒤로는 그냥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음. 그냥 어쩌다 보게 된다면 미안하단 말만 하고 싶어졌을 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