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밤에 풀어보는 재미있는 썰

내가 초5때 겨울방학 얘기임. 그때 당시에 과학캠프 4박 5일 일정을 갔는데, 우리 옆방에 나보다 1살 많았던 초6->중1 올라가는 형이 있었음. 그 형 별명이 관우라 여기서는 관우라고 부를게. 쨌든 그 형이 평소에 약간 좀 많이 나대고 다니는 성격인데다가 재미도 없어서 살짝 애들한테 무시받는? 형이었음. 그 형이 고아원 출신이고 원장님이 특별히 보내준거라는데 알고보면 되게 불쌍한 형임.

어쨌든 한 4일째 되는 날인가? 그때 애들이랑 쌤이 주신 귤까먹으면서 신나게 수다떠는데 뜬금없이 초4짜리 여자애가 남자 숙소 있는 층 와가지고 내 전화번호 환불해! 하고 소리를 치는거임. 하필 우리방이 입지가 안 좋아서 계단 바로 옆이라 걔가 소리지리는게 계단에서 울리는거까지 3D 서라운드로 들렸음. 존나 깜짝 놀라가지고 같은 방 친구들이랑 나가봤는데 관우 형이랑 그 여자애가 계단참에 서서 말싸움을 하는거임. 

저 형은 왜 지보다 2살 어린 여자애 붙잡고 지랄이여 하는 생각과 내 전화번호 환불해~!가 무슨 뜻인지 너무도 궁금했던 우리는 나중에 관우형 떠나고 그 여자애를 붙잡고 무슨 일인지 전후사정을 물어봄. 근데 그렇게 된 계기가 가관이었음.

관우형이 그 여자애한테 관심이 있었는지(실제로 그 여자애가 나잇대 치고 꽤 이쁘장하긴 했음) 그 여자애를 꼬셨는데, 이게 어캐 꼬셨는지가 레전드인게 위에 말한 쌤이 1인당 1개씩 주신 귤을 그 여자애한테 줘가지고 번호를 받음. 한마디로 귤 1개에 전화번호를 산거임. 문제는 그 형 특유의 나대는 성격으로 주변 애들한테 내가 ㅇㅇ(여자애) 번호를 땄고 내 해킹실력으로 그 여자애한테 바이러스를 심고 어쩌구 저쩌구 이런 식으로 허세를 부렸고 그게 그 여자애한테까지 흘러들어감.

그 여자애는 중학교(진) 오빠가 자기 전화번호가지고 그 지랄을 한다니까 귤 1개에 눈이 멀어 자기 전화번호를 덜컥 넘긴게 후회됐는지 여기 와서 이러고 있는거였음. 지금 나였으면 그 여자애를 잘 다독이고 쌤한테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까 이 형한테 무슨 조치를 해달라 하고 넘겼을텐데 문제는 그때 우린 초5라 그런 공감능력이 없었음.

당연히 우린 그 얘기를 듣고 존나 웃어제꼈고 그 여자애는 웃지 말라고 우리한테 화냈음. 그러다가 쌤이 와서 일단 여자애 진정시키고 우리가 뭔 짓을 한 줄 알고 너희가 무슨 짓을 했길래 얘가 이러냐고 화를 냄. 우린 쌤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쌤은 일단 알겠어 곧 점호시간이니까 방으로 돌아가봐 해가지고 우린 방으로 돌아감. 그 형이 혼났다는거 말고는 관우형이랑 여자애가 어캐 됐는지는 모르겠음.

다음번에도 밤에 심심할때 종종 과학캠프 썰 풀게. 여기서 재밌는 썰이 많아가지고 나름 초~중딩때 매번 방학마다 가서 추억으로 남은 곳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