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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두 올림픽 감독의 엇갈린 행보, 김학범호와 라바리니호[발롱도르~]

어제 아주 좋은 글을 읽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좌우명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진리를 통해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감독 김학범의 우를 면밀히 파헤친 글이었다. 멕시코와의 8강전 6골을 내주는 대패를 기준으로 한 실패가 아닌, 3년 간의 준비 과정에서의 허와 실을 바탕으로 쓰였기에 고찰해 볼만한 내용이었다. 요약하자면 성실하게 준비했어야 할 문제는 되는대로, 되는대로 해도 됐을 부분을 성실히 임했기에 벌어진 촌극이었다.

 

-최초 18인에서 22인으로 엔트리가 확대되었음에도 황의조의 백업을 뽑지 않았다는 점, 출국 하루 전까지 김민재 차출을 놓고 벌인 촌극과 그로 인해 갑작스레 발탁된 박지수,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인터뷰에서의 A대표팀 언급과 손흥민 언플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김학범 감독의 우는 3년 내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통제할 수 있었던 문제를 게을리하고,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고집하려는 데에서 기인했다. 많은 이들이 멕시코전 대량 실점 탈락을 놓고 비판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에 있었다. 올림픽 8강이라는 성적은 사실 대단한 것이다. 허나 김학범 감독의 사고 치겠다는 꾸준한 멘트와 메달 획득 시의 병역 면제 혜택으로 인한 동조 효과가 부른 과소평가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보다 과정 상의 문제에 있다. 올림픽 준비 명목으로 몇 년 동안 K리그 팀들은 휴식기 혹은 전지훈련 기간에 소중한 23세 이하 자원을 국대 소집에 양보해야 했고, 정성적인 평가는 불가능하지만 그로 인한 부상과 컨디션 저하는 고스란히 소속팀이 감수해야 할 문제였다. 가장 큰 이슈는 올림픽 이전에 ACL 조별 라운드가 펼쳐질 무렵에 감행한 예비 엔트리 선수들을 소집한 형태의 체력훈련이었다.

 

올림픽 최종명단이 아닌 예비명단, 즉 올림픽 엔트리에 탈락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ACL 대회를 포기하고 선수들을 대표팀 훈련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올림픽 전후에 펼쳐졌다. 리그 팬들이 김학범 감독에게 강도 높은 질타를 보낸 이유는 김학범 감독의 이 같은 무리한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애국심 혹은 대표 선수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차출 앞에서 소속팀과 선수 스스로는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남용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이 직권 남용이 무서운 이유는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목표 이상의 성적을 달성하는 순간, 모든 과정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서 주어진 휴식기간이나 프리 시즌을 가질 필요가 있는 선수들에게 국가의 부름이라는 명목 하에 차출되는 과정은 국가에 헌신하기 위한 선수들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포장될 것이며, 김학범 감독의 무리한 소집과 체력훈련은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하고 강단 있는 감독으로 포장될 것이다. 이 악몽 같은 대물림의 종언의 필요성과 함께 그 힌트를 올림픽 여자배구팀 감독 라바리니에게서 얻을 수 있다. 

 

-2012 런던올림픽의 황금세대에 이후 최고 성적을 소기에 달성한 라바리니호는 최근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다. 매번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고, 8강 터키전 승리는 전력상 기적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 쾌감과 여제들의 감정선은 시청자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사실 올림픽 전만 하더라도 김학범호와 라바리니호의 기대치는 사뭇 달랐다. 언론과 감독 스스로조차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고, 또 가능할 것이라 믿었던 축구 대표팀은 8강에 그쳤고, 라바리니호의 여자배구팀은 4강 진출에 성공했는데 이 차이를 가른 많은 이유 중에서 가시적으로 판단 가능한 부분 역시 앞서 언급한 통제할 수 있는 문제와 없는 문제의 구분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김연경이 대표팀에 있다지만 팀 스포츠의 특성상 개인의 활약에는 체력적, 시스템적 측면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고, 케냐 정도를 제외하면 참가국 중 우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팀은 없었기에 현실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방의 한국대표팀이 대등한 경기 내지 극적인 승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라바리니 감독의 관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의 김민재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라바리니호에도 선수 차출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 물의를 빚은 쌍둥이 자매 선수가 대표팀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두 선수가 국가대표로 활동할 때, 승승장구하며 쌓은 포인트로 세계 14위에 랭크했기에 두 선수의 실력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감독 입장에서 어떤 이유이든 지간에 전력 손실은 치명적이다. 단순히 퍼즐 끼워 맞추기처럼 맞는 선수로 끼워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며 그로 인한 팀 분위기 관리 또한 감독의 몫이기에 이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했다. 하지만 VNL부터 올림픽까지 두 선수의 이탈로 인한 전력 손실을 아주 훌륭히 대체해냈고,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두 선수의 이탈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라바리니 감독은 어떤 욕심도 내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로 대체하여 더 강한 응집력을 이끌어냈다.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촌극임에도 누구보다 침착하고 빠르게 그런대로 대체한 것이다. 심지어 올림픽 대회 직전 VNL 대회까지 겹치며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두 가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선수의 이탈과 무리한 일정-을 그런대로 해결해냈다는 사실만으로 4강 진출을 담보할 수는 없다. 

 

대신 통제할 수 있는 문제를 매우 꼼꼼하게 따졌기에 선수들 사이의 끈끈한 응집력과 상승여력이 생긴 것이다. 추측컨대 지금까지 미디어에 노출된 라바리니 감독의 성향은 부드러운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반면, 김연경은 강인한 리더십을 갖추었다. 양극의 두 사람의 리더십이 조화되어 선수들에게 비치는 경향이 강하다. 경기장 안팎에서 라바리니를 아주 편하게 대하며 김연경에 대해선 아주 잘 따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감독 그룹과 선수 그룹 간의 파벌처럼 느껴지는 듯 하지만 실상은 두 리더가 중 한쪽으로 힘이 기운다는 느낌보단 서로가 절충되어 있다. 지금의 경기력과 선수단 분위기가 이를 증명하지 않나. 이처럼 쌍둥이 자매의 이탈로 잡음이 나올 법도 한 팀 분위기는 라바리니 감독의 통제 가능한 방법론으로부터 해결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선수 소집에 대한 문제는 축구대표팀과 마찬가지로 겪는 딜레마다. 대부분의 선수가 국가대표팀의 의무를 다하곤 있지만 속으로는 쉬어야 할 타이밍에 차출로 인한 피로감과 부상의 우려에 대한 불안감의 감정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국가대표팀에 차출될 때,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 존재해야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그 동기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하고 실제로 많은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생각해볼 수 있는 동기는 아마 감독의 지도력에 있다. 추후에 작성하겠지만 벤투 감독도 그 예시 중 하나인데, 벤투 감독이나 라바리니 감독 하에서 선수들은 훈련이 즐겁고,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미 국가대표 수준의 선수가 새롭게 배워야 할 내용이 있다는 것이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 차이는 감히 말하건대 외국 감독으로부터의 시스템에 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는 배울 수 없는 깊이를 외국 감독의 세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감독의 지도법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차이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고, 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한 논리다. 

 

핵심은 지도 능력의 차이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지도 능력이라는 통제할 수 있는 변수를 통해 마련한 결실이 올림픽 4강이라는 성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김학범 감독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집중하는 우를 범했기에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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