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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백승호와 원두재의 엇갈린 운명[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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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생 동갑내기인 백승호와 원두재.

 

김학범 감독에게 먼저 픽되서 테스트 받았던 선수는 백승호.

원두재와 달리 백승호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전에 전지훈련에 소집되어 기회를 받았었다.

 

그리고 벤투에게 먼저 픽됐던 것도 백승호.

대표팀의 데뷔전 역시 백승호가 빨랐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 백승호와 원두재의 입지는 완전히 뒤바꼈다.

원두재는 도코올림픽 김학범호의 핵심선수가 되었고,

벤투의 국가대표팀에도 지속적으로 발탁되며 경기출장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반면 백승호는 더이상 벤투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선수의 운명이 이렇게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바르셀로나 라마시아 출신인 이승우와 백승호가 과연 한국에서 성장한 선수들과 어떤 차이를 보이며 성장할 지, 또 어느정도 선수로 성장할 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그래서 두 선수의 10대 초반 시절부터의 경기를 가능한 챙겨보며 지켜봐왔다.

 

먼저 2018년 타커뮤에 작성했던 백승호 관련 칼럼글 중 일부다.

 

종합해서 이야기해 보면,

백승호는 파이널써드 지역에 근접한 곳에서의 기술적 역량은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모습이고,

U20대표팀 당시 여러 평가전들과 실제 대회에서 확인했다시피 박스 내외에서의 유효슈팅률이 매우 높습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수비센스와 수비에 임하는 적극성 역시 잘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경기감각이 이전보다 올라오면서 볼터치도 부드러워지고 전체적인 안정감도 좋아졌지만 아직 볼란치 포지션의 선수로서 확실히 안정감이 좋다라고 평가하기는 아쉬운 모습입니다. 수비포지셔닝의 중요성을 경기장에서 아직 충분히 인식한 모습은 아니고 눈앞의 상대 선수에 대한 수비센스와 적극성은 훌륭하지만 경기경험과 전술경험 부족으로 좀더 높은 수준의 팀들을 상대할 경우 수비포지셔닝이나 그 대응에 있어 문제점을 좀더 노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압박의 강도가 강하거나 순간적으로 상황이 변화는 경우에 있어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속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현재 백승호의 장단점과 성향으로 보면 사실 공격형미드필더나 중앙미드필더를 역삼각형태로 배치하는 4-3-3에서의 공격적 성향의 미드필더 롤이 본인의 역량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할 듯 하고, 3선이 아닌 2선 자원으로 분류하면 수비력에 대한 평가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U20대회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윙어로서의 백승호는 볼만 쫓아다니는 수비가 아닌, 상대선수와 공간을 견제하는 냉정함과 수비지능을 보여준 선수기도 합니다.

 

다만 높은 레벨에서 출장기회를 더 부여받기 위해서는 중앙미드필더(혹은 볼란치)롤도 더욱 완성도있게 소화할 수 있으면 좋을 듯 하고, 특히 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때 다음 상황을 이어가기 위한 빠른 포지셔닝능력(오프더볼 움직임)과 경기운영능력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백승호의 축구지능을 고려한다면 아마 안정적인 선발기회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경기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3선에서도 익숙한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됩니다.

 

또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백승호 역시 박지성, 이재성 등과 마찬가지로 공간에 대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보는데 현재는 기술적 역량의 발전에 다소 편향된 인상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의 잠재성을 살려 공간을 활용하고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법, 전술적으로 디테일한 움직임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스피드가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 역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경기관여도와 이후 본인의 기술을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볼 중심, 혹은 상대선수와의 일대일을 중심에 둔 축구도 중요하지만 경기장을 더 넓고 빠르게 살피고 공간과 부분전술을 중심에 두고 본인의 축구력 혹은 잠재성을 더 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2019년 역시 타커뮤에 작성했던 백승호 관련 칼럼 중 일부다.

 

반면, 백승호는 다른 의미에서의 과도기로 볼 수 있습니다.

백승호는 기술적으로 이미 대표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고,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타고난 센스를 보여주곤 합니다. 다만 피파 규제로 인한 공백 이후 불안정한 입지 때문에 늘 직접적으로 눈에 보여지는 부분을 어필해야 했던 백승호였고, 한 팀에서 제대로 자리잡고 뛴 경험이 없기 때문에 포지션 정체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또한 볼과 관련이 없는 부분(포지션 이해도, 오프더볼 움직임, 공수전환 시의 전술적 판단, 체력)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인상인데

이런 이유로 백승호가 가진 기술적 역량에 비해 경기관여도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사실 지로나 2군(페랄라다) 소속으로 뛰었던 시절이 백승호에게는 이런 부분을 스스로 보완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봤는데 추측컨대 이런 부분에 대해 전담해서 코칭해 줄만한 조언자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올시즌 분데스리가2 다름슈타트 소속으로 주전입지를 구축한 덕분에 본격적으로 경기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는 거고, 또 하나는 국내에서 전술적인 지도능력과 공수전환속도 면에서 가장 인정받는 감독 중 한 명인 김학범 감독을 올림픽대표팀에서 겪을 수 있게 됐다는 걸 겁니다.

 

얼마전 김학범 감독이 언론을 통해 백승호가 보완할 부분을 언급했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결국 더 높은 템포의 축구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름슈타트에서 뛰던 백승호와 올림픽대표팀에 소집됐던 백승호를 두고, 차범근 해설위원과 김학범 감독은 각각 백승호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는데

 

"공격적인 움직임은 좋다. 하지만 너무 한 자리에 머물면 안 된다. 계속 움직여야 한다. 한 동작에서 멈추고 있으면 안돼. 여러 동작으로 여기저기 움직여야 한다. 상대도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이 추구하는, 빠른 공수 전환 등이 몸에 아직 안 배어있고, 패스 타이밍을 더 빨리 가져가야 하는데 부족했다"면서 "패스 미스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지만, 타이밍이 늦어서는 곤란하다"

 

요약하면, 오프더볼 움직임(전술이해도)와 빠른 템포의 축구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체력, 기동력, 판단속도)의 부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현재의 백승호가 2년 전의 백승호와 같다고 할 순 없다. 백승호는 최근 2년 빠르게 발전을 거듭해 왔다.

분데스2.의 빈번하게 이뤄지는 공수전환의 속도에 완벽히 적응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점차 기동력은 향상되었고

오프더볼 움직임과 특히 수비포지셔닝 부분에서 빠르게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이런 백승호의 성장한 면모가 전북에서는 잘 보여지지 않는데

이는 전북의 전술과 경기력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데에도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포항에서 클래스를 증명했던 최영준 역시 전북에서 본인의 기량을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원두재와의 입지가 뒤바뀐 건 백승호가 성장하는 동안 원두재는 더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일 거다.

김학범 감독이 요구하는 활동량과 빠른 템포의 패스 면에서 원두재는 일찍이 낙점을 받았다.

백승호가 벤투 감독의 축구에서 외면받고 있는 이유는 김학범 감독에게 외면받는 이유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을텐데,

벤투축구는 김학범축구에 비해 극단적으로 빠른 템포의 축구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수적우위'를 만들어 가며 빌드업할 수 있느냐, 각 상황마다 적절한 전술적 판단과 기술을 표출해 낼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인상이다. 

 

특히 '수적우위를 만들며 빌드업하는 능력'이란 측면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이 표현은,

이제 '경기운영능력'이라던지 현대축구에서 수비수들에게도 요구되는 '플레이메이킹'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다.

 

원두재가 경기 중 어떻게 플레이메이킹을 하는지 보자.

 

1-1.PNG

윤빛가람이 고명진에게 백패스를 하는 상황이다. 원두재를 비롯해 주변에 울산의 선수들이 여럿 보인다.

 

1-2.PNG

윤빛가람은 백패스를 하고 다시 앞쪽 공간으로 뒷걸음질 치며 들어가고 고명진은 원두재에게 패스한다.

 

1-3.PNG

원두재가 패스를 받았을 때 윤빛가람이 김민준에게 푸른색 지점에 머물 걸 지시하고 있지만 김민준은 이미 본래 본인의 포지션인 오른쪽 사이드로 이동하려는 거 같다.

 

1-4.PNG

원두재는 윤빛가람에게 아까 그 푸른색 공간 즈음에 위치해 주길 요구하고 있다.

 

1-5.PNG

윤빛가람이 잠시 템포를 늦추자고 이야기하는 데 이는 수적우위 상황을 세팅하기 위해서다. 윤빛가람이 이동하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원두재는 고명진에게 우선 백패스한다.

 

1-6.PNG

아까의 푸른색 공간에 누군가 들어가길 원했던 건 상대 풀백 이용을 묶어두기 위해서다. 울산의 고명진, 원두재, 윤빛가람, 김민준은 전북의 이성윤을 사이에 두고 수적우위를 확보한다. 세팅이 된 것이다. 그리고 원두재는 고명진에게 김민준에게 패스할 것을 지시한다.

 

1-7.PNG

고명진이 김민준에게 전진패스를 하는데 이때 중원에 있던 전북의 류재문이 김민준이 프리한 상태인 걸 보고 마크하기 위해 끌려오는 걸 볼 수 있다.

 

1-8.PNG

김민준은 다시 고명진에게 백패스를 하는데 이때 전북의 류재문은 김민준에게 바짝 붙었고, 그럼으로 인해 이제 중원에 서있는 울산 바코에게 넓은 공간이 창출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원두재가 포지셔닝과 패스방향을 지시했던 것이다.

 

1-9.PNG

김민준의 백패스가 고명진을 향할 때 원두재가 상황을 살핀다. 추측컨대 바코의 상황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 다음 하프라인 부근에 있던 원두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자.

 

1-10.PNG

앞으로 전진해 들어가는 대신 다시 조금 내려가서 볼을 받는 모습이다. 원두재가 이렇게 움직인 이유는,

 

1-11.PNG

바코에게 패스할 각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원두재는 과감하게 전진패스를 시도한다.

 

1-12.PNG

이후 바코는 반대편의 김태환에게 패스를 하는데 김태환 앞에 광활한 공간이 펼쳐지는 걸 볼 수 있다. 단순한 반대전환이 아니라 상대를 한쪽 측면으로 완전히 끌어당긴 후의 반대전환이라야 다음 상황에서 의미가 있는데 김태환은 손쉽게 얼리크로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같은 반대전환 패스라 하더라도 어떻게 상황을 만들어 놓고, 어떤 타이밍에 반대전환패스를 하는지가 중요한데

 

강윤성2.gif

김동현 역시 수적우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선수고 창의적인 경기운영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K리그에 여러 괜찮은 미드필더들이 있지만 벤투의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들,

이전 손준호가 아니라 황인범과 주세종이 발탁되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을텐데

손준호는 모라이스 2년차에 원볼란치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이런 부분이 향상되었고 이후에 비로소 벤투호의 멤버가 됐다.

한승규 역시 팀내 입지에 비해 자주 소집됐는데 이런 이유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을 거고 모라이스 1년차 전북에서 3선 볼란치로 기용됐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백승호는 국대 데뷔전이었던 이란전 당시 원볼란치로 나서 공격과 수비에서 임팩트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볼키핑과 패스능력은 우수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수적우위를 확보해 가는 이런 플레이메이킹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원두재와 운명이 엇갈린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가나와의 올림픽대표팀 평가전 당시 전반전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동현1.gif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만들었던 건 김동현의 후방플레이메이킹이었고,

 

동현2.gif

백승호보다 더 전진한 위치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성공시켰던 것도 김동현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백승호의 올림픽대표팀 낙마가 설득력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특히 김동현은 후반 원두재와 물 흐르는 듯한 호흡을 보여줬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도

두 선수가 오래 손발을 맞춰온 이유도 있겠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서로의 생각이 잘 맞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준호가 2020시즌 전북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

그리고 황인범이 러시아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팀의 플레이메이커로 빠르게 자리 잡으며,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팀전술을 다각화해주는 선수로서 핵심이 됐던 것 또한 고려해 보더라도

백승호는 플레이메이킹 면에서 좀더 향상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 더해 오프더볼 상황에서의 공간창출 움직임 역시 향상되어야 할 걸로 보이는데

 

윤빛가람의 오프더볼 움직임 - https://www.flayus.com/80865810

 

이런 움직임은 대표팀에서 2선도 소화하는 황인범과 이재성,

혹은 올림픽대표팀 엔트리 경쟁 중인 분데스리가의 정우영 역시 잘 발휘하는 능력이지만

패스를 받을 수 없을 때는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그런 공간창출 능력이라던지

위에 길게 얘기한 플레이메이킹 능력 중 무언가를 습득할 수 있어야 미드필더로서 백승호가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전북이 투자한 만큼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 19

best 무능한매런트 2021.06.29. 16:57
상식아 뭐하냐 안읽고
best 아리아 2021.06.29. 16:58
아직 너무 조급하게 생각말고 전북에서 기량 만개하길
best 한쿄원 2021.06.29. 17:03
쓰질 못하는 한 감독이 있습니다
용수조예스종신 2021.06.29. 16:57
벤투가 맨날 경기장 와서 폰질만해도 의외로 자기 성향에 맞는 선수만 챡챡 데려가는구나
댓글
오르샤즘 2021.06.29. 17:00
 용수조예스종신
얼핏 듣기론 폰에 선수 데이터같은거 있다고 들은거 같은데
댓글
best 아리아 2021.06.29. 16:58
아직 너무 조급하게 생각말고 전북에서 기량 만개하길
댓글
best 한쿄원 2021.06.29. 17:03
쓰질 못하는 한 감독이 있습니다
댓글
헛소리잘함 2021.06.29. 17:06
김태완에게 가면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 같은데
댓글
멩스크 2021.06.29. 20:23
확실히 포지션 정체성을 빨리 확립하냐 그렇지 못하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선수마다 기량이 만개하는 시기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만
댓글
황인범 2021.06.29. 23:53
장문의 정성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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