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심판 판정 브리핑 시대를 보며[발롱도르~]

올해부터 심판 관련 업무가 축구협회로 이관되면서 바뀐 게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논란이 있는 판정, 그리고 심각한 오심에 대해 미디어를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판정 내용을 공개한다는 거임. 

펨네서 오래 활동한 회원들과 선사시대 격인 국축갤부터 K리그를 봐 온 회원들은 너무 잘 알겠지만 지금까지 K리그에서 판정은 심판 보호라는 미명 아래 꽁꽁 숨겨져 왔었다. 가령 오심이 인정되어도 구단에는 팩스나 전화로 통보하고, 미디어가 스스로 의문을 갖고 질문하지 않으면 팬들 부화만 끓고 넘어가기 일쑤였음. 너무 억울한 구단이 그 내용을 미디어에 역으로 흘려 보도가 되면 마치 내부자가 된 듯 눈치+불이익을 감내해야 했고. 

축구에서 오심은 모두가 사라져야 한다고 하지만 기계와 기술의 도움을 받고도 월드컵 같은 세계 최고 수준 대회의 개막전에서마저 튀어나오는 존재야. AI 판정 시대가 되면 과연 없어질까 싶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보지 못할 순간이겠지.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오심 혹은 논란의 판정을 평가하고 공론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과정을 통해 심판계 내부, 그리고 판정을 보는 외부가 학습을 할 수 있지. 잘못된 판정이라면 어떤 과정으로 그런 오심이 나왔는지, 그 심판은 누구인지, 징계를 받는지를 외부에서 학습하게 되고 내부에서는 경각심을 갖고 비슷한 상황에 대해 그 같은 판단을 하지 않는 학습이 될 거고. 반대로 어려운 장면인데 정확히 본 판정이 있다면 그 역시 다른 의미의 학습이 될 수 있고. 

전남-부천의 PK 판정은 협회 심판실이 자진 납세한 오심이야. 부천 관계자와 팬들을 제외하고는 분노하지도, 관심 갖지도 않은 장면이었으니까. 심판실 스스로가 이건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수원-성남전 득점 취소와 함께 공개했다고 해. PK 판정은 중계를 한 나조차도 저걸 주는 건 VAR실에서 뭔가 그림이 있어서 그런 거다 라고 얘기했는데 오늘 브리핑 내용을 보니 VAR실은 아니라고 했는데 주심이 원심을 그대로 유지한 거라고 하니 이건 스스로 욕 먹을 각오를 하고 공개한 거지. 

협회 심판실이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이런 브리핑을 하는 걸 놓고 축구계 일각에서는 순진하다, 왜 사서 욕을 먹느냐는 반응이 벌써 있어. 이전처럼 침묵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넘어가라는 불편한 참견과 조언도 벌써 나오고. 그 목소리가 점점 대세가 되면 심판실도 위축되고 지금의 의지와 원칙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거야. 

오심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해야지. 구단들이 한 경기를 위해 들인 노력과 정성, 팬들의 신뢰가 한 순간 무너지니까. 그래서 협회 심판실도 인정하고 사과하고 징계 주는 것도 공개하는 과정으로 가려고 하는 거고. 다만 이 과정 자체까지 비판하고, 불편해하진 말았으면 해. 그러면 우리는 심판 보호를 빌미로 많은 오심이 가려지는 시대로 다시 향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