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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김병수라는 감독[발롱도르~]

1. 사람들은 그의 축구를 전술로 투영하지만 정작 본인은 기술이라고 규정한다. 전술은 그라운드에서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고, 선수의 기술(두뇌적인 것 포함)이 없다면 수행할 수 없다. 김병수 감독은 실제로 선수를 관찰할 때 기술과 습관을 디테일하게 보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한다. 그가 K리그에서 높이 사는 대표적인 외국인 선수는 네게바. 

 

2. 김병수 감독이 전술적으로 뭐가 대단하냐고 물으면 선수들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데..."라는 식으로 답변하는데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그의 전술은 세상에 없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개념은 크루이프즘과 유사하다. 팀 전체가 공을 공유하고(소유가 아님) 그걸 위해 수비까지도 극단적으로 전진하는 모험을 피하지 읺는 방식. 다만 K리그에서(사실 유럽에서도) 그런 시도를 하는 감독이 적다는 게 병수볼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 

 

3. 가령 공격에서 김병수 감독이 설정하는 루트는 세가지다. 첫번째 침투, 두번째 크로스, 세번째 세트피스와 중거리. "축구에 그거 말고 골 넣는 방법이 또 있어?"라는 게 그의 반문. 그 기본 루트에 어떤 방법론을 만드느냐를 고민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고 역량. 

 

4. 내가 만나고 대화하면서 느낀 감독 김병수의 진짜 힘은 말에서 나온다. 그는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시사, 경제, 문화를 들여다 보고 거기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나 용어를 축구에 적용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축구, 혹은 스포츠 감독들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 한정된 자기 경험과 그 바닥의 식상한 용어와 표현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선수들이 병수볼에 쉽게 감화되는 부분은 그런 표현과 사례를 이용해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준다는 것. 보통 일주일에 90분 경기를 위해 한 팀이 준비에 쏟는 시간은 그 10배는 될텐데 매번 반복되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10년 전에도 듣던 내용의 훈련을 경험하던 선수들에겐 같은 장면에서 다른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 리 없다. 

 

5. 김병수 감독이 즐겨 쓰는 표현은 '감동'과 '영감'이다. 그는 자신의 축구를 통해 수행하는 선수들, 지켜보는 이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길 원하고 그걸 통해 축구를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으로 감동하길 원한다. 포백 썼는지, 쓰리백 썼는지 그런 단순한 수적 나열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는 답을 하지 않는다. 병수볼에 대한 답은 사실 없다. 감독은 자꾸 자신에게 질문하기보다 자신이 의도한 것과 달라도 그 다른 시선으로 답을 하는 걸 좋아하더라. 

 

6. 병수볼이 왜 어렵냐고? 그 감독의 축구를 우리 스스로 해석하고 분석하며 답을 찾아가는 이들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전형이 뭣이 중허고, 전술이 뭣이 중헌디?'가 병수볼이다. 그는 선수들이 자기 축구에 익숙해지려고 하면 자기 축구를 스스로 파괴하는 사람이다. 창조자다. 한 시즌 동안 그의 축구를 진득히 찾아 보고 감독과 선수들과 대화를 할 때 키워드와 힌트가 나온다. 그렇게 본인들이 정의해 가면 감독도 인정하더라. 불교의 선문답 같은 축구가 병수볼이다. 

 

그걸 이해하려면 우리도 축구를 보는 지식과 시야를 조금 높일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댓글 20

열부 2020.01.26. 19:02
이런 감독보다 소속팀에서 더 상위 성적을 낸 마틴 레니를 축구 관계자들이 다 인정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 글
추천!
댓글
가볍지않은기자 작성자 2020.01.26. 19:16
 열부
이랜드 시절 이야기 들었는데 나중에 김병수 감독이 자서전이라도 쓰면 들어가기 딱일 듯.
댓글
킹종부 2020.01.26. 19:02
축구 안 했으면 최소 종교 지도자라니깐
댓글
BLNKTIME 2020.01.26. 19:03
인생을 가르치는 갓병수
댓글
닐손주니어 2020.01.26. 19:05
1. 축구 내외적으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다
2. 선수들 개개인 자체의 자의식(능동성)과 통찰력을 중요시 한다
3. 축구적으로는 완전히 새롭다기 보다는 국내에서 잘 없는 유형이라 국내선수들이 신세계라고 느낌
4. 통찰력을 바탕으로한 인간 자체의 매력 뽕에 선수들이 취함

이정도로 이해하면 되나요
댓글
가볍지않은기자 작성자 2020.01.26. 19:06
 닐손주니어
네 그런 능동성과 자의식도 기술에 포함되는 듯.
댓글
goodplum 2020.01.27. 03:24
조재완이 인터뷰에서 말했던 어떤 조재완 자신이 지려버리는 포인트랑도 조금 겹쳐 보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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