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오늘 차를 팔았다[발롱도르~]

아내가 10년 전부터 몰고다니던 차를 팔았다. 

 

진작에 팔았어야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주차장에 몇달 세워만 놓았다가 지난 주에야 정신이 번쩍 들어서 팔았다. 

 

 

중고차 업자가 찾아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바로 차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몇일 걸릴줄 알았던 거래가 단박에 이루어지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이야기 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지금 가져간대” 

 

 

차에 담긴 추억 때문인지 못내 아쉬워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쇼핑백 몇개를 챙겨 내려와 차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차 안을 먼저 비우고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곤 트렁크에 널부러진 물건들을 빼서 가방에 담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

 

 

아내의 임신을 처음 알았을 무렵, 우리는 클라이밍에 푹 빠져있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암장으로 퇴근했고, 항상 암벽화와 하네스, 옷, 수건, 줄넘기를 차 뒤에 싣고 다녔다. 

 

그런데 오늘 열어본 차 뒤에는, 그날 그 옷과 신발 장비가 그대로였다. 

 

몇년 전 실어놓았던 그 옷, 그 물건들. 

 

시간이 거기에 멈춰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암장 주차장에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었고,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어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갔고, 그날부터 온 힘을 다해 아이를 키웠다. 

 

아침부터 밤까지, 오직, 아이를 키웠다.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임신 초기에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모성, 부성을 강요하지 말자.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도 말자.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자.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희생하지 말자. 

 

그렇게 서로 다짐하고 또 그렇게 다가올 시간들을 미리 위무했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시간이 훌쩍 흐른 지금, 몇년 전 그대로 박제된 트렁크의 물건들이

 

우리도 잊고있던 우리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좋아했던 ‘삶’은 우리의 일상에서 밀려나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집으로 올라와 아내에게 트렁크 안 물건들을 이야기 헀다.

 

아내는 “그게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네. 진짜 정신 없이 살았다.”라며 웃었다.

 

 

 

내가 물었다.

 

”너 안녕하니?”

 

아내가 말했다.

 

“안녕 못하지.”

 

 

......

 

 

 

동화책을 8권이나 읽어주고 나서야 아이가 잠에 들고,

 

내일 어린이집에 가져갈 것들을 가방에 챙겨 넣은 뒤,

 

오늘 처음으로 소파에 마음놓고 널부러져서 글을 쓴다.

 

 

그렇게 또 하루, 부모가 된다.

댓글 28

best 용감태 2019.02.17. 22:50
아빠 힘내세요 펨네가 있잖아요!
선탈 2019.02.17. 22:49
결혼 하지마는게 낫겠죠?
댓글
한량치킨 2019.02.17. 22:49
우리아부지도 차 폐차시키실때 마지막 뒷모습 핸드폰으로 찍으시던데....
난 내 차 팔거나 폐차할땐 눈물날듯 
댓글
best 용감태 2019.02.17. 22:50
아빠 힘내세요 펨네가 있잖아요!
댓글
Kaka22 2019.02.17. 22:52
개축갤 감성동화 잘 읽었읍니다.... ㅠㅠ
댓글
달리 2019.02.17. 22:54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네요 ㅠㅠ
댓글
트위치 2019.02.17. 23:00
오늘도 그리고 늘 글 잘 읽고 갑니다
댓글
고정닉 작성자 2019.02.17. 23:51
 갓용수조신
루이보스
댓글
Hamsy 2019.02.18. 11:54
 Hamsy
아조씨는 그림도 잘그리고 글도 잘쓰시네....

다시 읽으러왔어요
댓글
Hamsy 2019.03.28. 00:07
 Hamsy
다시 읽습니다...
댓글
철혈존자 2019.02.18. 11:37
형님 갓직히 꼰대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은 필력 쩌시내요 잘 읽고 갑니다
댓글
Dernier 2019.02.18. 19:50
글이 슬퍼서 조마조마 했잖슴....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홍보 [지기원정대] 40도 불더위에 생긴 K-박싱데이 배지기 154 8
정보/기사 개축조축 FA 예정 명단 17 [도르~] 킹종부 1711 50
에펨/로스터 FM2021 국축갤 로스터 페이스팩 완성본 배포 12 권창훈 1366 17
오피셜 K리그1·2 이적시장 33 [도르~] ⠠⠎⠯ 3930 48
에펨/로스터 FM21 국내축구 갤러리 로스터(7월 27일 업데이트) + J리그, 각종 아시아리그 활성화 파일 업데이트 234 권창훈 6438 70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14 주시은 2905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1 가이드 5 권창훈 2692 27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2021년 로스터 통합 공지 1 권창훈 7379 22
인기 중국몽 함께 하겠습니다 14 [도르~] 신통방통 727 60
인기 이다빈 선수 마지막 순간 다시 보다가 10 [도르~] 영종도 461 50
인기 벤투호 예비명단 50여명 백신 접종… '정상빈·윤일록' 포함 20 [도르~] Muniain 385 42
자유
기본
박정무아들 0 0
자유
기본
아리아 12 -1
자유
기본
궁댕이 7 0
자유
기본
메리미리마리 13 0
정신병자
기본
갓천갓프시 12 1
자유
기본
박진섭 82 7
자유
기본
halamerengues 25 5
자유
기본
워그레이몬 27 1
자유
기본
깝승현 24 4
자유
기본
메리미리마리 29 2
자유
기본
잼아저씨 43 8
자유
기본
벤투 60 5
자유
기본
Lochas 13 1
자유
기본
조마박 36 0
자유
기본
아냥 37 4
자유
기본
vV덜푸른심장Vv 50 5
자유
기본
LoveToby 21 2
자유
기본
포항의타쉬 68 13
자유
기본
깝승현 39 3
자유
기본
갓천갓프시 2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