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사 [INSIGHT] 이세은의 이런 축구

이세은(35)은 WK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레전드다. 리그에서만 통산 3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 미드필더이자 인천현대제철에서 15년을 뛴 원클럽플레이어였다. 2023년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지만, 그는 여전히 인천현대제철 소속이다. 매니저로 깜짝 변신해 팀을 지원하고 있다. 이세은에게는 여전히 축구의 연장선에 있는 일이다. 

Q 2023년 은퇴 후 축구단 매니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근황이 궁금하다.

A 축구단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이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수단과 같이 호흡하면서 지낸다. 달라진 점이라면 주말에 쉬는 직장인이라는 것? 축구단 사람들도 주말에는 가급적 내게 연락을 하지 않으려고 배려해 준다(웃음).

Q 현역 시절 커리어라면 지도자를 꿈꾸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매니저의 길을 택했다.

A 은퇴 무렵 많이 고민했다. 감독님이 플레잉코치 자리를 제안해 주시기도 했다. 구단에서도 플레잉코치로 계약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분위기였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승패를 따지는 시간을 이어가는 게 부담스러웠다.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작년에 큰일을 겪었다. 친언니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죽고사는 문제 앞에서 모든 게 다 허무해졌다. 평생 승부의 세계에 몸담고 살았는데 승부욕이 사라졌다. 그 상태로 지도자가 되면 선수들에게 미안해질 것 같았다. 열정이 좀 더 살아날 때 지도자로 도전하고 싶었다.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다. 

Q 직장인이 되어 생긴 변화가 있다면?

A 한 달에 두세 번은 현대제철 본사로 출근한다. 비즈니스 지원팀 소속이다. 첫 출근 때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다. 보안이 적용되는 컴퓨터를 다루는 것부터 어렵게 느껴졌다. 3일 동안 의자에서 아예 안 움직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긴장하니까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데, 나만 모두를 신경 쓰고 있었다.

또 다른 변화는 출퇴근하는 삶이 됐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남양주에서 축구단 숙소가 있는 인천까지 오간다. 왕복에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8시까지 출근하려면 집에서 6시 조금 넘어 출발해야 한다. 많이 피곤하다. 선수 시절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노동에 쓰는 체력은 축구에 필요한 체력과는 좀 다른 차원인 것 같다(웃음).

Q 은퇴 후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삶에 대한 힌트를 준 셈이다.

A 사실 여자축구 선수들은 은퇴 후 축구 안에서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대부분 운동을 그만두면 축구 밖으로 나가 다른 삶을 산다. 그렇게 보면 내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니저로 팀과 함께하는 걸 보고 동계 훈련 때 어느 후배가 그런 말을 했다. “그래도 언니가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런 식으로도 축구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매니저 직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다. 회사와 축구단을 오가면서 이것저것 다 챙겨야 한다. 의지가 있으면 축구단에서 좀 더 재량껏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말이다.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MBTI로 분류하면 ‘J’형이다. 계획적인 성격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 짜는 걸 좋아한다. 계획에 어긋나면 불안해 하고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 책임감을 갖고 축구단 일을 하고 있다. 올해 목표? 당연히, 무조건 WK리그 우승이다. 선수들이 편한 마음으로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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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이세은의 이런 축구 지난해 열린 은퇴 행사에서 인천현대제철 동료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는 이세은.이세은(35)은 WK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레전드다. 리그에서만 통산 3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 미드필더이자 인천현대제철에서 15... from WWW.KF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