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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축구 칼럼/프리뷰/리뷰 왜 그래: 2024 시즌 수원 R2 서울이랜드전 후기[발롱도르~]

 

 

왜 그래
뭐하자는 거야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알겠니

- 김현철, <왜 그래>

 

평점: ★☆☆☆☆ = 1.0/5.0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그런데 더 치밀하게, 더 섬세하게 짜야 한다. 이대로라면 곤란하다. 만인의 우려 속에 시작한 자신의 지도자 경력을 모조리 망칠 수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박상혁 부상,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그 이후의 용인술, 정상 참작이 불가하다.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 허용 직전 서울이랜드 진영 페널티 박스 안 핸드볼 파울 상황에 대한 오심,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그 이후의 실점, 정상 참작이 불가하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5.0 만점에 1.0으로 평가한다.

 

알고 있던 축구들

 

화끈한 공방은 없었다. 중반에 있었던 불필요한 필드클리어링(?)을 제외하면 경기는 다 아는 맛이었다. 수원은 느린 템포로 볼 돌리다 위협적 공격은 거의 하지 못하고 한 골 실점한 다음 부랴부랴 몰아붙여 어떻게 동점은 만들었지만 그 다음 문제의 오심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돌아온 '쎄오타임'까지 모두 아는 맛이었다. 서울이랜드는 각종 지표상의 우위는 내주지만 확실한 역습,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해결이 가능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 수원 팬이라면 친숙한 '도균볼'의 그 맛이었다.

 

이렇게 쓰는 이유가 있다. 의외로 수원은 지표상 우위를 점했다. 수원은 볼 점유율 60%, 슈팅 14개, 유효슈팅 6개, 코너킥 10개를 기록했다. 서울이랜드는 볼 점유율 40%, 슈팅 7개, 유효슈팅 5개, 코너킥 2개를 기록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두 팀 모두 부질없고 재미없는 축구를 하다 막판 '쎄오타임'으로 결말이 나버린, 수원이 김도균을 만났을 때 펼쳐지는 전형적인 축구를 하다 끝난 경기였다. 그랬기에 더 화가 난다. 상대가 명백한 우위를 지니지 않았고, 수원이 숱하게 당하던 익숙한 패턴으로 경기를 운영했는데, 오심 하나로 애써 변명이나 합리화를 해야 하는 결과라면 비참하지 않겠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시즌 시작 전 개인적 예상 중 맞은 것도 틀린 것도 있다. 그런데 지금 맞은 것과 틀린 것을 종합해보면 '기훈볼'이 상당히 기묘한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첫째, 예상대로 측면 중심의 축구를 하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속도감은 떨어진다. 둘째, 예상대로 중앙 미드필더의 섬세한 활용은 없는데, 예상과 달리 빌드업과 패싱게임 중심의 축구를 하고 있다. 셋째, 예상과 달리 단순하게 골문 직격하는 축구가 전혀 아니다. 중원을 삭제하는, 혹은 중앙 미드필더에 의존하지 않는 축구를 하려면 측면의 속도감과 파괴력이라도 좋아야 한다. 이번 경기 측면에서 그나마 눈에 띈 것은 선발로 풀타임 소화한 이상민, 교체로 투입된 손석용이었다. 전진우는 지난 경기보다 나아진 듯하고 득점도 기록했지만, 아직 주전급이라는 확신을 주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기훈볼'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측면은 기대 이하의 무딘 공격력, 기대 이하의 허약한 수비력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공격부터 논하자면 여러 분석에서 지적된 하프스페이스 공략 문제가 먼저 생각날 수 있는데, 나는 그것보다 더 문제를 확장해서 보자면 상대 중앙 공략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하프스페이스가 고정적 위치를 갖는 개념이 아니고, 어떻게든 좋은 슈팅을 할 수 있는 각도나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 본질적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골라인까지 치고 들어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다음 중앙으로의 침투나 패스는 막히고, 그래서 그나마 여유가 있는 뒤로 돌리고 나면 또 시간과 볼을 허비하기 일쑤인 축구였다. 차라리 골라인까지 달릴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골문을 겨냥하고 슈팅이라도 난사했으면 하는 순간이 많았다.

 

측면 수비도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단 측면의 수싸움에 가담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10번 자리의 박상혁이 나가고 나니 그 역할을 할 선수가 없었다. 의외로 박상혁의 자리에 김주찬이 들어왔는데, 김주찬은 당연히 좌측면에서 뛰었으니 10번 역할을 전진우가 해야 했다. 측면의 수싸움과 힘싸움이 쉽지 않게 된 가운데, 공수 양면에서 중요한 사이드백이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히 우려된다. 오늘 데뷔한 좌측 사이드백 장석환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장호익과 손호준의 불안에서 오는 착각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장호익의 선발 투입은 여전히 의문을 자아내는데, 손호준의 오판과 실책을 보면서 혹시 이런 이유로 손호준의 중용을 망설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과연 손호준이 F/W 시즌에만 강한 것인지, 아니면 리그 개막에 따라 "얼타기 총량 보존의 법칙"을 급히 채우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가 측면 수비의 관건이다.

 

지금 '기훈볼'은 상대의 윙이 크로스든 슈팅이든 자유롭게 하도록 거의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중앙에 인원을 집중시켜 득점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인 것은 알겠지만, 오늘 결승골은 앞에서 확실하게 끊든지 각도가 나오지 않게 막든지 하는 수비가 없었던 탓이 크다.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달려들어서 각도가 나오지 않게 저지하거나 파울을 감수하고 끊어버리는 것도, 아무리 상대가 측면에서 쇼를 할지언정 중앙에 밀집하여 득점 기회가 나오지 않게 틀어막는 것도, 이 무엇도 안 된다. R1 충남아산전에 이어 실점 패턴은 열린 측면에서 출발하는 단순한 패턴의 공격이었다는 점을 철저히 복기해야 한다. 누가 봐도 어떻게 막나 싶은 공격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마크만 잘 붙었어도 막을 수 있는 실점을 계속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

 

초보운전 리스크

 

미리 말해둔다. 나는 1로빈까지는 '기훈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 3월 남은 경기들에서 전승하지 않는다면 민심은 흉흉해질 것이다. 내가 그런 민심에서 예외일 것 같지도 않다. 만약 R3 안산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버스 통행이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초보감독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 운영이었다. 일단 R1 충남아산전을 계기로 플랜 A는 최소 몇 경기 동안 가동될 수 없을 예정이었다. 중앙 수비수 조윤성의 2경기 출장정지, 좌측 수비수 최지묵의 장기 부상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었다. 플랜 B인지 무엇인지 모를 오늘 경기 운영은 플랜 A에 비하면 확실히 위력이 떨어졌다. 중앙과 측면을 막론하고 수비가 불안해졌고, 공격에 가담하는 인원을 늘려 끌어올릴 공격력의 고점도 덩달아 떨어졌다.

 

결정적으로 염기훈의 용인술에 상당한 의문이 들었던 것은 교체였다. 박상혁 부상 이후 김주찬 투입도 의외였다. 이대로 지느니 올인하자는 심산이었는지 김현과 손석용까지 투입한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그 타이밍이 다소 늦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뮬리치는 결정적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압박도 어렵다는 것을 여러 경기를 본 팬이라면 알 것이다. 게다가 70분대에 접어들면서 서울이랜드의 윤보상과 오스마르가 힘에 부치고 실수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래서 김현 투입이라도 빨랐다면 어땠을까 싶다. 실제로 김현 투입 이후의 경기 리듬과 공세 국면을 보면 그런 아쉬움은 더욱 크다. 손석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확실히 그동안 수원에 부족했던 유형의 선수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원거리 크로스가 동점골로 이어진 점은 이 선수가 단순히 활동량만 좋은 것이 아니라 경기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한편 중앙 미드필더 구성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이종성과 김상준을 동시에 쓰는 것은 적절할까? 수비 불안을 확실히 해결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러다 보니 중앙 미드필더를 통한 공격 전개는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확실한 10번 역할과 경기 조율, 공격 전개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 있는 카즈키의 공백이 계속 뼈아프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들이밀어도 용서되지 않을 상황임을 염기훈 본인이 정녕 모른다면 그 또한 심각하다.

 

프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하고 타협하며 자신에게 기대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자리이다. "감독이 하고 싶은 축구"를 할 때가 아니라 "팀이 잘하는 축구"를 찾아서 그나마 빠른 시일에 구현했던 것이 감독 염기훈에 대한 약간의 기대를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본인은 모르는 것일까? "감독이 하고 싶은 축구"를 제대로 입히는 것은 오랜 시일이 걸린다. 얼마나 될지 모를 그 오랜 시일을 버틸 정도의 인내심은 감독 본인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감독이라는 자리는 염기훈 본인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는 기대되는 결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일을 해내라고 있는 것이다.

 

어린 선수의 성장통

 

이상민이 있는 곳은 안전하거나 기대가 되었지만, 그가 없는 곳에서는 불안과 탄식이 피어났다. 좌측에 서도 우측에 서도 좋고, 윙포워드로 서도 윙백으로 서도 좋고, 어디에서나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주기에 어디에 써야 하는지 항상 설왕설래가 있을 수밖에 없는 선수이다.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훌륭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김주찬과 손호준이 2023 시즌 초반에 U-22로 기용되었을 때는 확실한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현재 수원의 상황은 기다림을 허용할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다.

 

김주찬이 잘하는 역할은 밥상이 차려지면 맛있게 떠먹는 쪽에 가깝다. 밥상을 차리는 쪽은 아직 서투르다. 오늘 김주찬은 분투했지만 과감한 슈팅도, 중앙을 노린 기회 창출도 모두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올해가 김주찬에게 성장통의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 조커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 슈팅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도 위협적인 선수로 성장해야 할 때이다.

 

손호준이 나의 기대와 달리 얼타고 위험을 자초하는 몇 차례의 상황은 불안했다. 선발 출장을 해야 빛을 보는 타입인 것일까, 아니면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은 것일까? 새로운 경기 리듬에 적응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야 할 때이다.

 

R3 안산전의 관건

 

안산은 우습게 볼 팀이 아니다. 아무리 팀 안팎의 혼란스러운 사정이 있었을지라도, 지난 두 경기 안산이 보여준 모습은 작년의 안산과 동일시할 수준이 아님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슈팅은 높은 확률로 유효슈팅으로 기록되고, 역습은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의 골문을 겨냥하여 골을 만든다. 2부까지 온 마당에 막연하고 무의미한 체급이니 전력이니 하는 것들의 차이로 자만할 겨를이 없다. 강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자가 강한 것이다.

 

3-4선의 라인업과 역할 조정, 김현과 손석용의 선발 투입 혹은 출장시간 확대, 윙의 과감한 슈팅과 돌파 등, R2의 전훈을 바탕으로 한 수정이 없다면 R3에서 더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감독 염기훈에게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동안 피드백은 우수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축구"가 아니라 "해야 하는 축구"를 할 때이고, 그에 맞게 준비해서 나오기를 바란다. 염기훈은 지금 축구교실 원장이 아니다. 염기훈은 지금 프로축구단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감독이다.

댓글 4

best SSBF 2024.03.10. 22:00
이번에 안산하고 개랑 꼬라지 보면 모르겠다 이젠
best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4.03.10. 22:02
오늘 같은 꼴이면 안산에게 질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함
best SSBF 2024.03.10. 22:00
이번에 안산하고 개랑 꼬라지 보면 모르겠다 이젠
댓글
best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4.03.10. 22:02
 SSBF
오늘 같은 꼴이면 안산에게 질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함
댓글
정몽규제발짤려라 2024.03.10. 23:05
손석용 들어가니깐 확실히 에너지레벨이 달라지던데 왜 선발로 안쓰나 싶네
댓글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4.03.10. 23:05
 정몽규제발짤려라
선빵 축구라고 해놓고 또 후반 몰빵인가 의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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