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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표본실의 블루윙즈: 강등 이후 한 달, 반성 없는 실패의 나날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B2C 기업은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것에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사회환원은 제 살을 깎아먹기만 하는 것도, 경쟁사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기업이다. 가끔 삼성의 사회환원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틀렸고 망했다.

 

전북 현대 모터스는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것도 아닌데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올렸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12위,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되던 그날 급조해서 전광판에 띄운 것이 확실한 몇 문장과 대표이사와 단장이 마지못해 주워섬긴 말 몇 마디가 전부일 뿐, 그 어떤 사과문도 올리지 않았다. 같은 인류인지 의심스럽다.

 

그러면서 수원FC의 단장이 빅버드 공동사용을 주장하자 침묵하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이 공식 입장문을 내걸었다.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다른 일은 일체 하지 않고 어떤 응답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사무실 빼앗기기 싫다는 정도의 알량한 마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재창단과 뼈를 깎는 쇄신은 모두 없다. 역시 주먹과 회초리가 정답이었다는 생각만 들게 하는 행보이다. 대표이사와 단장의 거취는 불확실하다. 신임 단장으로 축구인이 선임될 것이라는 설이 나왔지만 후보로 거론된 자들이 모두 부정했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말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일 따름이다.

 

단독 보도로 염기훈이 정식 감독으로 결정되었다고 알려졌지만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해가 바뀌도록 말이다. 약속의 금요일 오후 6시도, 이륙(26) 좋아하는 프런트라 누구나 예상했던 12월 26일도, 그들은 아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염기훈이 감독임은 확실한데 말이 없다. 비겁 혹은 무사안일이 도를 넘었다.

 

(태국에서 P급 지도자 교육을 받느라 얼마나 제대로 수행했을지 의문인) 플레잉 코치 경력 반년, 감독대행 경력 7경기(3승 2무 2패)를 믿고 염기훈에게 정식 감독을 맡길 것이라면 대체 대구에서의 한 시즌이 있었던 이병근, 영남대에서의 8년이 있었던 김병수가 그보다 못하다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비교는 제쳐두자. 경력 있는 수많은 감독 매물을 거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지만 역시 제쳐두자. 근본적 문제는 K리그2를 무엇으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경력자도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위용에 힘입어 당연히 쉽게 K리그1으로의 승격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근거가 의심스럽다.

 

그래도 염기훈의 정통성은 만들어주고 싶었는지 "선수단의 염기훈 지지"가 기사에 거론되었다. 염기훈을 지지해서 남는다는 선수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우만동 회군'이니 '수원의 봄'이니 하고 축구 팬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던 사안은 사내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외부자인 팬이 다 알 수도 없고 관련자도 진상을 다 밝힐 리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은 아무래도 제쳐두는 편이 안전하다. 하지만 지금 이 선수단이 염기훈을 얼마나 결사옹위해서 1년 만의 승격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다면, 이 또한 지나치게 신사적인 문장이라는 평을 받을 것이다.

 

그 사이 고승범이 울산 HD FC로 이적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승범이 없었다면 2023년의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38라운드가 아니라 18라운드나 28라운드 즈음에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었다. 강등 확정 당일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나던 선수들 중 가장 먼저 콜을 받은 것은 고승범이었다. 고승범을 향한 수원 팬의 애정은 정말 각별한 것이었다. 그런 선수를 보내는 과정마저 흉흉한 소문을 남겼다. 팀 사이의 오랜 라이벌리를 떠나서 불과 얼마 전 고승범에게 주먹을 날린 코치가 있었던 팀에서 이적 제안이 왔고, 그것을 프런트가 받아들이려고 했다는 것 말이다. 소문이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하는 말이다. FC서울 프런트는 선수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적 제안을 했으니 선수단 구성만큼은 똑바로 하려 한 셈이라 탓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제안을 덜컥 받을 생각이었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프런트가 추악할 뿐이다.

 

울산이 고승범을 영입하며 지불할 이적료는 7억으로 알려졌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김천 상무에서 전역 후 복귀한 고승범과 2023년 연봉 문제로 협상이 늦어져 고승범이 늦게 합류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7억은 어떤 금액인가? 빅 찬스를 날리거나 풀 타임을 뛰지 못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쿠데타'의 주동자라는 설까지 돌았던 선수, 복귀 이후 그 어디에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라이벌 팀으로 헐값 이적한 선수의 연봉에 턱없이 못 미친다. 물론 고승범은 1994년생이라 이제 완연한 30대에 접어드니 높은 이적료를 책정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헌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던 선수를 내보내는 것, 그런 선수를 잉여 자원의 연봉만도 못한 액수에 보내는 것, 이 모두 슬프고 화날 일이다.

 

눈물로 고승범을 떠나보내기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린 권창훈의 전북 이적은 정반대 방향의 폭발을 일으켰다.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도 수원 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 사람이 수원 선수이기는 한가 의심스러웠던 그가 전북으로 가면서 받기로 한 연봉은 1억으로 알려졌다. 2021년 수원 복귀 당시 그가 받던 연봉이 14억으로 알려지면서 수원 팬의 눈은 더욱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의 부진에 대한 변호, 복귀 이후 장기간의 부재에 대한 이해로 권창훈에게 최선을 다한 수원 팬을 바보로 만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애꿎은 매탄고 출신 선후배와 동료에게까지 불똥이 튀게 만드는 이런 자가 그토록 유니폼 마킹 안전자산이라고 불렸다. 글로 차마 쓰지 않지만 속으로 더 심한 악담을 퍼부었노라고 고백한다.

 

삼성은 정말 위대한 기업이다. 한 해 동안 300억에 가까운 돈을 구단의 실패, 기업 이미지의 실추를 위해 쏟았으니 말이다. 액수가 줄겠지만 지금 같은 작태로 미루어보건대 결국 백억 대의 돈을 계속 이런 식으로 구멍난 동이에 퍼부을 것이 확실하다.

 

정규직과 다름없는 일을 하거나 더 착취당하면서도 대우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어렵게 따냈어도 회사의 실적과 경제 동향의 불안을 이유로 자리를 위협받는 정규직이 한국 사회에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다. 이런 시대에 백억 대의 돈을 투자받는 기업 그 자체가 실패하여 모기업 이미지까지 곤두박질치게 만든 책임자들이 그저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온존하는 모양새가 아주 훌륭하다. 삼성은 누군가의 험난한 전생을 보상해주기 위한 복지단체인 모양이다. 한국에서 내로라하고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는 대기업, 위 경긔 엇더하니잇고?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기업과 축구단이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실패, 무능, 무례, 부조리를 모아놓은 표본실이다.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발상 때문인지 반성은 당연히 하지 않고 당장 살펴볼 것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실패의 세균 혹은 바이러스가 사방에 퍼지는 줄도 모르는 대단한 표본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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