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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축구 칼럼/프리뷰/리뷰 호소문: 수원 삼성 블루윙즈 선수단 귀하[발롱도르~]

* 원래 청백적에 먼저 올린 글인데, 이 심경을 널리 공유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2006-07 시즌에 칼치오폴리 때문에 하부리그로 강등된 유벤투스의 알레산드로 델피에로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신사는 숙녀에게 필요할 때 떠나지 않는다.” 그와 함께 한 몇몇 신사들은 추락하는 팀을 살려냈습니다. 구단 운영진의 범죄로 비롯된 수난을 위대한 선수의 의지와 능력으로 이겨낸 유명한 역사입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선수 여러분, 지금 수원의 지지자들은 여러분이 델피에로 같은 신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축구는 공놀이 중 하나입니다. 이 공놀이가 돈벌이가 되는 것은 공놀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자 서비스업입니다. 공놀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돈을 낼 뿐이면 되는데 팬이라는 이유로 몸도 마음도 팀에 바칩니다. 여러분은 그런 사람들에게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선수 여러분, 많은 팬들은 소비자로서 누려야 할 권익을 형편없이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승리”인데 승리는 얻지 못했고, 결과가 울분과 비탄을 자아내는데 그 전의 과정과 그 후의 대응마저 엉망일 때가 많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구단을 통해 연봉을 받습니다. 억대 연봉이 적지 않습니다. 몇 년 벌면 어떻게 굴려도 뭐가 되겠다 싶은 금액이 모입니다. 여러분 못지않거나 그 이상으로 부유한 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은 여러분이 번 만큼의 총액을 손에 넣기 어러울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팀을 위해 씁니다. 여러분은 월요일에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팬들에게 최악의 환경을 조성하곤 합니다. 어쩌다 한번이면 모르겠는데 요즘은 도를 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논리가 싫다고 사회주의/공산주의에 기댈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십시오. 그 편이 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겁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먼 인민의 적으로 단죄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생각하십시오.

 

여러분의 기술적 측면에 대하여 깊이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테고, 3로빈과 하위스플릿까지 여덟 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부분을 느닷없이 혁신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여러분의 마음가짐에 대해 묻고 싶을 뿐입니다.

 

올 시즌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지요. 경기장 안에서 팬과 선수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 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실명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갈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팬과 신경전을 벌일 힘이 있는 선수라면 왜 상대팀 선수와 부딪혀서 이겨내지 못합니까? 여러분은 어느 팀 소속입니까? 하다못해 상대팀 선수도 골문이 바뀌거나 경기가 끝나고 나면 우리 서포터석에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날카롭게 쏘는 눈빛은 왜 상대팀 선수나 골문이 아니라 우리 팬을 겨냥하는 겁니까? 팬이 여러분의 적입니까?

 

물론 선 넘는 모욕을 한 팬 때문에 분노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그런 모욕이 좋은 경기를 했을 때 나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한 것이보이는 선수에게 모욕적 언사를 일삼는 팬이 있다면 팬들 스스로 문제로 삼습니다. 팬은 선수와 싸울 생각으로 경기장에 오는 게 아닙니다. 선수에게 독한 말 한 마디라도 하고 싶은 계기가 경기장에서 만들어질 뿐입니다.

 

여러분의 급료가 삼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팬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팬의 열렬한 사랑이 식어버리면 가뜩이나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싶은 삼성 입장에서는 여러분을 쉽게 치울 수 있게 되겠지요. 재취업?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한번 덮인 오명은 여러분의 명예를 사후까지 갉아먹을 겁니다.

 

그리고 30라운드 종료 직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주장 이기제 선수에게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힘든 것 압니다. 탈장이 있었고, 햄스트링 부상 안고 뛰고 있고, 국가대표 소집되어 경기 뛰고 왔지요. 그런데 어쨌든 이기제 선수는 선수단을 대표하는 주장입니다. 17라운드 광주전에서 잠시 사과했던 걸 생각하면 이제는 뭐라도 한 마디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3연패입니다. 그 직전에 좋았다면 모르겠는데 좋지 않은 상태였고, 3연패로 다시 다이렉트 강등 순위로 밀려났습니다. 선수단이 단체로 죄송하다고 크게 외치고 고개를 숙여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란 말입니다.

 

서포터석 많이 참았습니다. 28-29라운드, 같은 팬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졌는데 나사나수가 말이 되냐 하며 옥신각신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콜리더마저 경기 후 아무런 리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포터석 일각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해서 퍼져나간 것이 그 안티콜이었지요. 진작 해야 했다는 평이 많은 그 안티콜 말입니다.

 

실망을 넘어 분노를 하게 만든 건 그 안티콜을 하는 서포터석을 회피하기 급급한 선수단의 모습이었습니다. 일부는 무겁게 받아들이는 느낌이긴 했습니다만, 비겁한 회피를 선도한 게 주장 이기제 선수였다는 사실 앞에서 팬들은 선수단 전체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의심과 그것에서 파생된 분노를 포함하여 팬들이 입고 있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 주장 이기제 선수를 포함한 선수단 전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지금 여러분은 “응원을 해야 열심히 하겠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서비스를 누려야 할 것은 팬이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은 선수입니다. 팬은 이미 입장권을 구매하고 각종 굿즈를 구매했으니 이미 값을 지불했습니다. “열심히 해야 앞으로도 응원하겠다”가 훨씬 합당한 말 아닙니까? 왜 K리그 최고의 응원을 자랑하는 수원의 지지자들을 자꾸 비참하게 만드는 겁니까?

 

이런 경기를 벌써 몇 번째나 보여주고도 잠이 옵니까? 수면시간 잘 지키는 것도 프로선수의 덕목이긴 하지만, 다른 결정적인 부분에서 프로답지 못하면서 수면에서만 프로답다면 정말 문제입니다. 차라리 울분에 차서 잠도 못 자다 결심이라도 똑바로 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훈련을 거쳐 경기장에서 증명하십시오. 팬들은 잠도 못 잡니다. 술 마시고도 못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장 몇 시간 뒤면 출근인데도 그렇습니다. 아무 문제도 못 느끼겠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을 기다리는 건 또 한번의 안티콜일 겁니다.

 

팬의 응원에도, 감독의 믿음에도 보답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무슨 걸개를 들고 와도 용서받지 못합니다.

 

K리그 최고의 팬덤에 시련과 고통밖에 주지 못하는 선수들은 어디로 가더라도 낙인을 떨쳐내지 못합니다.

 

선수의 명예와 운명은 선수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들고 온다면 수원의 지지자들은 기꺼이 선수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바보 같은 응원을 보낸다고 정말 바보로 취급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경기장에서 봅시다.

댓글 2

best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3.09.18. 09:29
집단소송 걸 수 있다면 걸고 싶다는 문장을 손 끝에서 겨우 억눌렀다...
best 김병수 2023.09.18. 09:26
경기 좆같이하면 우리도 고소해야함
best 김병수 2023.09.18. 09:26
경기 좆같이하면 우리도 고소해야함
댓글
best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3.09.18. 09:29
 김병수
집단소송 걸 수 있다면 걸고 싶다는 문장을 손 끝에서 겨우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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