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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이미그레이션맨.[발롱도르~]

https://youtu.be/y8OtzJtp-EM

 

 

해외출장을 나왔다. 

 

회사에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나온 거지만 기분은 좋다.

 

하노이의 밤은 아름다웠다. 

 

거래처 사장들과의 술자리. 

 

노친네들 기분 맞춰주기가 주업무였지만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덕분에 아가씨까지 불러서 질펀하게 놀았으니 됐지.

 

물론 약간의 죄책감은 있었지만, 자주 가는 축구커뮤니티에 

 

싫은 척 글을 몇 개 남겨 약간은 덜어냈다.

 

업무 같지도 않은 업무를 처리하고 드디어 떠나는 날.

 

하노이 시내의 교통체증이 마지막 까지 날 괴롭혔다.

 

귀를 찢는 듯한 오토바이의 경적소리도 그리워지겠지.

 

간발의 차이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뿔싸.

 

출국심사대가 어딘지 도저히 모르겠다.

 

인천공항에선 분명 한글로 쓰여 있었는데 이곳은 온통 영어 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짓발짓하며 찾아온 곳.

 

간판에 이미그레이션이라는 영문만 박혀있다.

 

급한 마음에 구글링을 해보니 이민이라는 말만 둥둥 떠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난 이민하러 온 게 아닌데.

 

이럴 때 도움 될 만한 곳을 생각해본다.

 

그래, 역시 플레이어스 뿐이야. 

 

간절한 마음으로 게시판에 글을 남긴다.

 

나 지금 출국할 건데 이미그레이션으로 오는 거 맞지?

 

하지만 원하는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인이 이미그레이션으로 들어갔다가 행방불명 되었다느니, 이발소라느니.

 

그래봤자 속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 커뮤니티 경력 10년의 함휘진이다.

 

다듬어진 확신을 쥐고 나는 캐리어를 이미그레이션 방향으로 끌고 갔다.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여권과 티켓을 보여주니 통과.

 

다행히 비행기를 놓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탑승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승무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찾았다.

 

뭐야. 이 여자애기년이 왜 여기있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여자애기년은 내가 베트남에 올 때도고통을 주었던 그 녀석이다.

 

10초마다 엄마를 불러대는 끔찍한 목소리.

 

비록 일곱시간의 짧은 여정이지만 중요한 일을 끝마치고 온 출장자인 내겐 너무나 큰 고통이다.

 

이 악마같은 여자애기년을 어떻게 하지.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신경질적으로 앞 시트를 걷어찼다.

 

이 애기새끼의 부모가 내 스트레스를 오롯히 느낄 수 있도록 강력하게.

 

하지만 나를 무시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애기새끼의 부모들은 요지부동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는 이성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그 때, 지금껏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던 여자애기년의 엄마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희 애가 너무 시끄럽죠? 죄송해요. 저희도 주의를 시키는데 잘 안 되네요."

 

갑작스런 사과에 당황한 나는 어떠한 말도 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어버버하고 있는 나를 본 여자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근데 젊은 분이 이미그레이션행 비행기는 왜 타셨어요?"

 

이미그레이션행 비행기? 나는 인천행 비행기에 탔는데?

 

 "이거 인천 가는 거 아니에요? 이미그레이션 행이 뭐죠?" 

 

그러자 여자가 배를 잡고 깔깔 대며 웃었다. 

 

무서울 정도로 입을 찢으면서. 

 

 "이미그레이션이 뭔지 몰라? 너 가방끈이 짧니?"

 

정곡을 찔린 나는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무지에서 시작된 공포가 순식간에 뼛속을 파고 들었다. 

 

 "그...그럼 이거 어디가는 거죠 선생님?"

 

여자는 얼마나 웃었는지 흐른 침을 소매로 훔치며 내게 말했다. 

 

 "멍청한 놈. 넌 끝났어. 이미그레이션은 지옥이야!"

 

 "지...지옥이요?"

 

 "그래 지옥!"

 

 "아 안돼! 내려줘요!"

 

나는 금방이라도 이륙하려는 듯 굉음을 내는 엔진을 뒤로 한 채 출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당황한 승무원들이 날 붙잡으려 했지만 어림 없었다.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서 돌아가야만 한다. 

 

이미그레이션에 끌려가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드디어 눈 앞에 비상탈출 버튼이 보였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울렸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는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야한다. 

 

가서, 처갓집 양념치킨도 먹고, 파파존스도 먹을 거니까.

 

버튼을 누르자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안간힘을 다 해 출구에 붙어있는 핸들을 CLOSED 방향으로 거세게 돌렸다.

 

CLOSED. 고등학교 때 분명히 배웠다. 

 

열림이란 뜻이다. 

 

승무원들이 좀비떼처럼 달려들어 나를 붙잡았지만 승리가 목전이었다. 

 

나는 반드시 이 지옥에서 탈출해, 플스에 경험담을 올릴 거야. 

 

인기글은 물론이고 발롱까지 가겠지. 

 

나를 분리한 녀석들은 내 글을 못봐서 얼마나 화가날까?

 

그런 생각들을 하던 중 시야가 점차 흐려졌다.

 

어? 왜이러지.

 

순간, 정수리에서 뿜어져나온 뜨거운 액체가 등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안 돼, 나는 돌아갈 거야. 이미,그래이션...따위로 끌려갈 수는...없어...

 

 

 

댓글 20

best 아방뜨 2022.09.30. 02:32
미치셨나
best 낸낸내 2022.09.30. 02:34
그...
아닙니다
best 죄와벌 2022.09.30. 05:46
이 새끼 할 짓 없나보네
뚝아일랜드 작성자 2022.09.30. 03:43
 아방뜨
미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어
댓글
Bandiere 2022.09.30. 03:22
‘나를 분리한 녀석들은 내 글을 못봐서 얼마나 화가날까?’
당신을 분리하던 사람들은 다 화가 나서 분리한겁니다
댓글
best 죄와벌 2022.09.30. 05:46
이 새끼 할 짓 없나보네
댓글
SaxVillain 2022.09.30. 07:07
내가 누군가, 커뮤니티 경력 10년의 함휘진이다.
댓글
기성용 2022.09.30. 07:35
“하지만 원하는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댓글
코리요 2022.09.30. 07:3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갤러는 분리하면 안된다
댓글
달리 2022.09.30. 10:56
문학집 하나 또 추가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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