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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칼럼 축구에서의 심리전이란?

서론

 

 

몇년 전에 육룡이 나르샤라는 여말선초 시절의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곳에서 무사 무휼은 당대 최강자인 척사광을 이기고 싶어 척씨 가문의 곡산 검법을 분석한 경험이 있었던 스승 홍대홍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홍대홍도 곡산검법의 약점을 분석하지 못했고 무휼은 실망했다.

이때 홍대홍은 "근데 무휼아. 약점이라는 것은 말이다. 항시 검법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는 거야."라는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그리고 이 말이 현실이 되듯 척사광은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마음가짐과 검법은 완벽했지만 부족한 체력 등의 한계를 노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전술상으로는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결국 축구를 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전술 파훼가 어려우면 그 인간의 약점을 공략하는 방식이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축구 선수의 심리에 눈을 돌린다.

 


'Pretettica'

 

 

프레테티카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축구 기자 지안니 브레라가 유행시킨 단어로 이탈리아어를 직역하면 "전술 이전의"라는 단어로 사전 공작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지안니 브레라가 저널리스트 활동을 하던 시절인 1960년대에는 인터 밀란의 명장 엘레니오 에레라가 있었다. 에레라는 축구 내적인 부분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을 달리는 명 전략가였지만 축구 외적인 심리전의 달인이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상대 감독이나 선수들을 도발해 그들의 평정심을 흐렸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축구 내외적으로 완벽하게 준비한 인테르 시절의 에레라는 팀에게 두 번의 빅 이어를 선물하며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심리전의 달인 엘레니오 에레라


이후에도 프레테티카는 점점 발전했으며 서독의 베켄바우어도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도발했고 이에 네덜란드 선수들은 감정이 격앙된 채로 경기를 펼쳤고 결국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인 레이카르트가 루디 푈러와의 마찰로 퇴장당해 팀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프레테티카의 달인은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과 포르투, 첼시,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 다양한 구단에서 성과를 낸 주제 무리뉴가 있다. 알렉스 퍼거슨과 주제 무리뉴는 인터뷰를 활용해 상대 감독이나 상대 선수를 도발해 그들의 감정을 흔들었고 물론 심지어 심판들마저 사로잡히게 했다. 특히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의 무리뉴는 이런 프레테티카를 잘 활용해 상대를 견제하고 자신의 팀의 단합을 잘 이끌었었다.

 


남미의 교활한 책략가가 파놓은 함정

 

 

1960년대 후반, 남미에서는 오스발도 주벨디아가 이끄는 에스투디안테스가 두 번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제패하며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당시 남미 클럽축구에서는 펠레의 산투스가 맹위를 떨쳤기에 그들과 맞불을 놓으면 이기기 힘들었던 시대 상황에서 수비축구가 상당히 발전하게 된다. 특히 오스발도 주벨디아가 이끄는 에스투디안테스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으나 세 명의 미드필더가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인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지어 수비 상황에는 전방 압박에 나선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제외한 나머지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센터백과 풀백 사이로 들어가 일자진을 펼쳐 수비했다.

 

1960년대 후반의 남미 최강, 에스투디안테스


이런 일자진을 돌파하기 위해 하나의 허점을 찾아 롱 패스를 활용해 후방 공간을 노린다. 대부분 막히지만 여섯 명이 막아도 작은 틈은 나오기 마련이라 상대 공격수가 배후로 침투해 들어간다. 하지만 에스투디안테스의 일자진의 조직력은 이미 인간의 차원을 넘었고 그들은 동시에 전진하며 상대 공격수의 침투를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만들어 찬스를 무위에 그치게 하는 전략을 사용했고 상당히 자주 통했다.

주벨디야는 이런 오프사이드 트랩 전술을 반복적으로 활용해 상대 공격수의 침투를 주저시켰고 그렇게 아르헨티나와 남미의 공격수들을 무력화하고 제패했다.

심지어 1968년에 열린 인터콘티넨탈컵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유럽 최고의 백전노장 바비 찰튼과 1968년의 발롱도르를 차지한 천재 조지 베스트조차도 이런 오프사이드를 의식해 제대로 침투하지 못했으며 심리전에서 완패한 맨유의 공격수들은 에스투디안테스의 수비 전략에 놀아났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에스투디안테스에게 아르헨티나에서는 1-0으로 패했고, 잉글랜드에서는 1-1 무승부를 거두며 세계 클럽 챔피언 자리를 에스투디안테스에게 내준다. 이후 오프사이드 트랩은 유럽에서도 연구된다.

 


선은 넘지 말아야

 

 

다만 상술했던 에레라와 주벨디아 모두 승부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스포츠인 축구에 대한 본질을 흐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에레라가 승부에 집착해 스포츠의 본질을 저해한 일화가 있다. 1966-67 시즌 셀틱과의 유러피언 컵 결승을 앞두고 셀틱의 감독인 조크 스타인에게 자신의 사비를 털어 글라스고에서 밀라노로 오는 비행기 티켓과 주세페 메아차 스타디움 초대권을 보냈다. 스타인은 적장의 호의에 감동했다.

하지만 이는 에레라의 함정이었다. 그는 비행기가 뜨는 당일에 비행기표를 취소했고 조크 스타인은 인테르의 경기를 분석하지 못한 채로 자신이 아는 최소한의 지식으로만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결승전에서 셀틱은 인테르를 압도하며 40번에 달하는 슈팅을 날리며 2-1로 승리를 거둔다. 이런 프레테티카를 거는 것은 이겨도 본전인데 졸전 끝에 패했기 때문에 당시 에레라에 대한 여론은 매우 나빴다.

 

항의하는 조크 스타인과 그를 외면하는 엘레니오 에레라


그리고 주벨디아의 에스투디안테스는 사기 공작을 펼친 에레라보다도 더 야만적인 방식으로 축구와 승리의 본말전도를 부르는 행위도 일삼았는데 그것은 상대를 저지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했다. 대표적인 피해자는 1969년에 열린 인터콘티넨탈컵에서 만난 AC 밀란이었다.

그들의 폭력은 흔히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폭력인 살인 태클이나 팔꿈치 가격의 수준을 넘었다. 그들은 인터콘티넨탈컵에서 1차전 밀라노에서 AC 밀란에게 3-0으로 패하자 홈에서 AC 밀란을 상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푸는 밀란 선수들을 방해하며 공을 던지고 뜨거운 커피를 붓는 행위로 방해했으며 실제 경기장에서는 바늘을 소지해 밀란 선수들을 찌르고 주먹과 발로 때렸다. 이에 밀란의 피에리노 프라티는 가벼운 뇌진탕으로 기억을 일부 잃었으며 밀란의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네스트로 콤빈은 에스투디안테스의 선수들의 폭력에 피가 터져 드러누웠음에도 심판은 관중들의 위협에 말려 제대로 판정하지 못했다.

 

우승했어도 웃을 수 없엇던 네스트로 콤빈, 그는 아르헨티나를 떠난 배신자로 몰려 유독 많이 맞았다.


경기를 가장한 난투극이 끝나고 나서 몇몇 에스투디안테스의 선수들은 구속까지 당했다. 대표적으로 리베라와 콤빈을 가격한 폴레티는 영구 자격 정지가 내려왔으며 콤빈의 코와 광대뼈를 부순 아기레 수아레스는 5년간 국제 대회 출장 정지가 내려졌고 에두아르도 마네로도 3년간 국제 대회 출장 정지가 내려왔다. 그리고 수많은 클럽들은 인터콘티넨탈컵에 보이콧하는 사태를 부르며 유럽과 남미의 축구 교류에 크게 악영향을 미쳤다.

상술했던 두 사례 이외에도 무리뉴가 호날두나 벵거, 그리고 심판과 협회에 했던 여러 망언이나 음모론,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마테라치가 지단을 향해 동생에게 성적으로 모욕했던 사례와 같은 선 넘은 심리전은 오히려 보는 관중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

 


물론 스포츠에서는 결과와 승리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런 심리전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스포츠는 스포츠다. 스포츠로 인해 승리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의 사기를 치고 상대를 구타하고 가족을 모욕하면서 상대의 심리를 뒤트는 방식은 야만적인 범법자들이나 하는 방식이다. 심리전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스포츠 정신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가서는 안 된다.

 

 

심리전에 명암을 보여주는 현대인 주제 무리뉴

 


블로그 박수용의 토르난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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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Futball Creator United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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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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