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결산 [FM20] 무직 감독이 강등권팀 구해내기 - 2

 

 

 

스코틀랜드의 2부리그인 스코틀랜드 챔피언십은 10개의 팀으로 이루어져서 1년에 총 36경기를 치릅니다. 꼴찌인 10위는 다이렉트 강등, 9위팀은 3부리그 플옵 진출팀과 승강전을 해서 이겨야만 잔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임명된 레이스라는 팀은 지금 리그 10위로 망하기 직전입니다. 레이스 로버스가 이번 시즌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남은 3경기 내에 모턴보다 승점 2점을 더 적립해서 시즌을 9위로 마친 뒤 최후의 승강전에 운명을 거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알겠지만 집구석에서 놀고있던 경력도 없는 백수 무직 감독을 임명한 이유가 보입니다. 강등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감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냈을 땐 프로필에 명예로운 경력을 하나 집어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발판으로 더 좋은 나라로 진출할 수 있을 겁니다.

 

원래 FM에서 새 팀에 부임하면 스탭진들을 물갈이 해야하지만 저는 스탭창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어차피 레이스라는 팀은 성공을 위한 발판일 뿐이고, 새로 영입을 한다고 해도 침몰할 것 같은 배에 올 사람은 없습니다. 일단 이 팀을 무사히 잔류시킨 뒤 앞으로 함께할 제 사단을 꾸리겠습니다.

 

 

 

 

이 팀은 공격수가 매우 많습니다. 이 선수들은 대다수 키가 커서 제공권 장악에 능한 타깃맨들이었으나 스피드가 느렸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 팀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레이스 로버스는 엄청난 약팀입니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선 수비를 굳건히 한 뒤 빠른 공격수로 역습을 노려야 합니다. 하지만 역습에 능하지 못한 공격수를 중심으로 전술을 짰으니 3부리그에서 우승했을지 몰라도 2부에서는 고전할 수 밖에 없던 겁니다. 그래서 주전 타깃맨들을 후보로 내리고 전술을 짰습니다.

 

누군가는 FM20은 4-4-2이나 4-1-3-2 윙백 전술이 좋다면서 훈수를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게임 매치엔진의 헛점을 노리는 거지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한 사람은 그런 꼼수를 쓰지 않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난관을 돌파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감독 취임 바로 다음 날 인버티스 CT와의 데뷔전이 열렸습니다.

 

 

 

<경기 시작 직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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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네?

 

 

 

왜 우리 팀 코치는 다 어딨는지 모르겠고 후보 골키퍼인 자네가 내 옆에 앉아서 껌이나 씹고 있는 거지?

 

 

 

제가 선수 겸 코치인데요?

 

 

 

다른 코치는?

 

 

 

다른 코치는 이전에 다 나갔는데요?

 

 

 

.....

 

 

 

내가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는데 우리팀 코치진이 나하고 골키퍼인 너밖에 없다 그런 얘기야?

 

 

 

맞습니다.

 

 

 

 

근데 감독님. 이제 경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스태프 파악도 못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어.. 그래...

 

 

 

 

 

살다살다 멀쩡한 코치 한 명이 없는 이런 팀을 맡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만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당면된 과제에 집중해야합니다. 수석코치도 수석코치 권한대행도 없어서 현재 팀과 경기 상황에 조언해주는 사람조차 없는 구작 FM을 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레이스는 슈팅, 유효슈팅, 완벽한 득점 기회, 점유율 등 대부분의 상황에서 좋은 지표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0-1로 패배하고 맙니다.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은데 공격수들의 처참한 득점 능력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강등 경쟁팀인 모턴도 패배해 희망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골득실이 같아지며 아주 조금이지만 격차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력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감독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지금 수족이 없어서 경기 진행 자체가 힘드니 수석코치는 빨리 영입하겠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상대팀이 내려앉았을 때 공격 전개가 애매해지는 단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플랜B로 키 큰 타깃맨 공격수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4-2-4 플랜B 전술도 연구했습니다. 열흘도 안 되는 시간동안 너무 많은 걸 실험하는 것 같습니다만 경기 하나하나에 팀의 운명이 걸려있는 만큼 아무것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음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다음 경기에 임합니다.

 

 

 

아쉽지만 무직 감독이 강등권팀 구해내기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FM20] 무직 감독이 강등권팀 구해내기"를 응원해주신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에필로그>

 

런동님 실패.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