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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도서/음악 영화 아침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작들 리뷰[발롱도르~]

후보작 10편 중 국내 미개봉작인 <아메리칸 픽션>과 <존 오브 인터레스트>, 

그리고 아쉽게도 챙겨보지 못한 <플라워 킬링 문>의 리뷰는 따로 없습니다.

 

적어내려갈 모든 영화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ㅎㅎ

 

아침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 즐기시기 전에 한 번씩 보고 가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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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에서 캡쳐했습니다.

 

 재작년(2022년)부터 올해까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취미 생활은 영화 감상이었습니다. 한 해당 100편씩 챙겨보겠다고 다짐하고 지키려고 노력 중인데요. 너무 재밌는 영화들이 많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행복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하기 전에 작품상 후보작들을 볼 수 있는대로 다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두 작품과 사정상 챙겨보지 못한 마틴 스코세이지 옹의 작품을 챙겨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나머지 7편의 작품을 리뷰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래서부터는 편의상 반말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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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 셀린 송

 

★★★☆

인연이니 전생이니, 전부 지나쳐버린 관계를 후회하지 않으려고 만든 단어들은 아닌지.

 

 지난해 미국 내에서 극찬을 받았던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개인적으로 2023년 최고의 영화라는 평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생'과 '인연'이란 개념을  인간의 관계 속에 투영하고 이를 담백하게 담아낸다. 두 주인공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이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희미하게 보이다가 끝을 향해갈수록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만 두 배우의 한국어 연기는 아쉬웠다. 그레타 리가 맡은 나영 역할은 어린 시절 이민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너무 어설픈 한국어 발음이고, 유태오가 맡은 해성 역할은 작중 잠깐의 중국 유학을 제외하고 한국에서만 살아온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한국어가 조금은 어색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 부분은 철저히 필자 개인의 의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의 감정선이 오롯이 영화에 담겨져 있는 것은 그 외적으로 연기가 훌륭함과 동시에 셀린 송 감독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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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 요르고스 란티모스

 

★★★★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또라이(좋은 의미)가 분명하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은 볼 때마다 충격적이다. 어떻게 이런 연출을 하는 걸까. 영화는 와이드 앵글 쇼트, 익스트림 롱 쇼트, 클로즈업 쇼트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영화를 보는 내내 쉬는 시간 따위 두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성장하는 주인공 벨라를 영화 전반에 걸쳐 표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특유의 세계관과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가 합쳐져 굉장히 맘에 드는 영화였다. 특이하고 기이한 방식으로 표현해낸 진취적이고 성장하는 여성상은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올라 있는 <바비>와 비교했을 때 훨씬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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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번스타인> - 브래들리 쿠퍼

 

★★★☆

브래들리 쿠퍼와 캐리 멀리건의 연기 앙상블

 

 영화는 전기 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있다. 전기 영화를 볼 때 기대하는 특정인물의 고뇌나 본업에 충실하는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개인적일 수 있는 부부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영화가 되었다. 분명 레너드 번스타인이란 인물의 멋진 지휘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러한 장면들이 다소 뜬금 없게 느껴진다. 영화 자체가 부부 관계에 초점을 두고, 두 배우의 연기 역시도 부부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들에서 가장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두 배우의 명연기는 수준급이다. 개인적으로 캐리 멀리건의 연기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탈 것이 유력해 보이는 엠마 스톤보다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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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 - 알렉산더 페인

 

★★★★☆

"이 여백을 어떻게 다 채우죠?"

"그냥 한 글자씩 적는거죠."

-바튼 아카데미 작중에서-

 

 바튼 아카데미에 대한 장문의 리뷰글은 올린 적이 있다. 영화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휴머니즘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따스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자세한 건 링크로! 

 

https://www.flayus.com/115315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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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 그레타 거윅

 

★★

"영화가 메시지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된다."

-봉준호-

 

 이 영화의 장점은 두 가지. <바비>라는 영화의 기획 의도에 맞게끔 배우들이 모두 걸맞는 연기를 펼친다는 점. 다른 하나는 바비랜드를 잘 구현해냈다는 것. 나머지는 모두 아쉽게 다가왔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거의 선전 영화처럼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를 위해 영화 전반에 걸쳐 남성을 비하하는 개그 코드와 여성 권리 주장을 위한 유머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모든 유머 코드가 실패처럼 다가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었던 장면은 마고 로비가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하자 내레이션이 이런 대사 시킬 거면 마고 로비 캐스팅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전부. 또한, 영화는 페미니즘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가부장제의 신랄한 비판 의식을 드러냄과 동시에 가모장제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러닝 타임 대부분을 소비하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 갑자기 우리는 우리 자신이야 라며 메시지를 급히 전환한다. 갑자기 남성들에게 화해의 악수라도 내미는 것일까. 성장하고 진취적인 여성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그 결을 함께 한다고도 볼 수 있는 <가여운 것들>과 심히 비교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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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 - 쥐스틴 트리에

 

★★★★☆

영화는 추락을 해부하지 않는다. 해부된 인물이 추락할 뿐.

 

 '해부'라는 단어는 사전상 정의로 '1. 생물체의 일부나 전부를 갈라 헤쳐 그 내부 구조와 각 부분 사이의 관련 및 병인, 사인 따위를 조사하는 일. 2. 사물의 조리를 자세히 분석하여 연구함.'이다. 영화는 이 해부라는 단어가 가진 정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애초에 추락사한 시체를 갈라 헤쳐서 그 사인을 알아내지 못하며, 이 추락사에 관한 조리를 자세히 분석하고 연구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산드라는 자신과 남편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청중들 앞에서 고백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 시각 장애 아들은 진실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이 모든 과정들이 끔찍하게 다가왔다. 시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나이에 아빠의 죽음과 엄마의 과거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산드라는 남편의 죽음과 더불어 자신의 아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거의 강제적으로 들려주어야만 했다. 이 모든 상황은 마치 인물들이 잔인하게 해부되고, 추락하는 상황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뛰어난 연기와 연출이 함께 한다. 개인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모두가 보았으면 하는 영화. 아마 많은 의견이 나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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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 크리스토퍼 놀란

 

★★★★☆

번뇌를 그려내기 위해 쏟아부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량에 박수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이 거의 확정적인 작품.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세 가지의 시점을 온전히 엮어낸 플롯, 오펜하이머라는 인물 자체의 고뇌와 괴로움을 그려낸 뛰어난 연출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오펜하이머 역의 킬리언 머피, 캐서린 역의 에밀리 블런트,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그 누구도 영화에서 연기로 밀리지 않는다. 스트로스 장관 후보 청문회, 오펜하이머 청문회, 오펜하이머의 성장 이라는 세 가지 시점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엮어낸 플롯은 세 시간의 러닝 타임에도 관객을 영화에 온전히 집중시킨다. 그리고 오펜하이머란 인물의 번뇌를 그려낸 연출은 가히 미친 수준이었다. 핵폭탄 투하 직후 연설 장면은 이러한 연출의 정점. 

 

 

***

 

 

개인적으로 작품상 후보작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무래도 바튼 아카데미인 것 같네요. 제가 이런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댓글 3

Jarrett 2024.03.11. 02:21
저도 바튼 아카데미와 추락의 해부가 제일 좋았어요... 상은 오펜하이머가 많이 받을 것 같지만!
댓글
비에이라 2024.03.11. 07:58
오 번스타인 넷플릭스네 오늘 저녁에 봐야지 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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