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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서 ‘레즈비언 업소’와 에세이 만화 - 나가타 카비 만화 감상문[발롱도르~]

내가 문학을 읽지 않는 사람과 문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한 명쯤은 내게 “문학은 말이 현실이지 실은 특별한 사람이 겪는 특별한 사건의 나열일 뿐인데 뭐가 현실적이야?”라고 되묻곤 했다. 물론 나도 이것이 모든 문학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순문학, 그중에서도 소설에 초점을 맞춘 주장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그러나 즐길 게 넘치는 현시대에 소설을 찾아 읽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니 문학은 오로지 교과서 작품뿐인 사람들에게 애써 반박을 하면 결국 문학에 대한 편견만 더 길러주는 꼴이 되곤 한다. 이 사람들에게 문학이란 늘 교과서에 나올법한 순문학뿐이라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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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꼭 누구랑 싸우는 걸 좋아하는 나는 격한 반응을 보일 걸 알면서도 일부러 되묻곤 한다.

 

 

“그렇게 치면 일정한 서사구조를 갖춘 만화나 수필도 문학의 일부 아냐?”라고 말이다.

 

 

저 상황에서 나는 싸우기 위해 일부러 틀린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말을 곱씹기 시작하면 어느새 억지소리에 나 자신이 설득되곤 한다. 따지고 보면 요즈음 국문학은 SF나 판타지 등 장르문학에도 손을 뻗치며 장르적 다양성을 추구(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하고, 수필도 기존의 방식대로 기성 작가나 공인이 신문 혹은 잡지에 연재한 내용을 옴니버스 구조의 단행본으로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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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터넷의 아마추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써낸 일기 같은 글들이 출간되며, SNS에서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던가, 『젊은 ADHD의 슬픔』같은 책이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두 책의 작가는 권위자나 기성 문인이 아니다. 그저 인터넷에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끄적이기 시작한 ‘보통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통 사람의 글이 수필의 평가 기준(표현력, 문장의 구성, 짧은 이야기의 구조)과 상관없이 큰 인기를 얻는다.

 


위 글들이 기성 문인의 수필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자신들의 투병기’를 적극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기성 문인의 작품에서는 이런 시도를 하기란 어렵다.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나라에서 자신의 정신병을 그대로 밝히는 순간 작가로서의 권위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이 나라에서 전업 작가란 지금까지도 자신의 치부를 밝혀 공감을 얻기보다는 감탄이나 교훈을 주는 사람이 되길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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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점에서 만화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부담감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만화가에게 소설가만큼의 권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만화를 읽는 독자는 현실을 만화의 그림체로 접하기를 꺼리는 법이고, 결국 만화가도 독자층을 고려해 기성 작가의 글처럼 가감 없는 묘사가 힘들어진다.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과 같이 매우 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도 결국 현실의 온전한 아카이빙이란 단계까지 다가갈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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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나가타 카비라는 일본의 만화가가 뜬금없이 ‘레즈비언 업소’에 간 이야기로 등장했다. 보통 만화를 보는 독자들이 현실을 온전히 다루는 작품에 대해서는 이유모를 거부감을 느끼고, 그러한 작품들은 대개 만화와 거리를 둔 일반인이 일종의 교양서적을 보듯이 접하는 경우가 더 많음을 생각해보면 특이한 사례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기존에 만화가로서 활동 경력이 짧게나마 있었던 기성 작가였기 때문이다. 만화 독자의 속성을 아는 사람이 기존 문법에서 벗어난 작품을 들고 나왔고, 이것이 입소문을 타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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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가타 카비의 작품에선 어떤 특별함이 있었기에 입소문을 탈 수 있었을까? 사실 나는 그녀의 첫 작품인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레포트』는 성매매 경험을 밝혔다는 점을 빼면, 일본 문학에서 흔해 넘치는 사소설을 만화로 그려본 버전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륜과 달리 소설에서도 함부로 다루기 어렵던 성매매 경험이, 그것도 여성 작가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에 갔다는 점이 사소설과 다른 그녀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녀는 본 작품에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경험을 중심으로 자신의 병력을 하나하나 밝힌다. 독자는 만화 속에서 압축된 작가의 지난 10년은 우울증, 거식증, 탈모와 함께했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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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었으면 확실히 그녀의 작품이 그냥 사소설과 큰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캐릭터 유형과 작품의 전개는 다르지만 만약에 『인간실격』의 요조가 게이 업소에 가서 삶의 의지를 찾는다면 대체 뭐가 다른가. 이를 만화로 그렸다면 단어 하나만 바꿔 『너무 외로워서 게이 업소에 간 레포트』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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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사소설과 같은 느낌이 바로 나가타 카비가 그리는 에세이 만화만의 장점이 된다. 기존 만화에서 누가 사소설같이 현실을 그대로 아카이빙하는 방향을 택한 작가는 드물고, 특히 그녀처럼 성매매 경험까지 내보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동글동글한 그림체가 함께하는 패널 속에 박제된 과거의 그녀는 독자에게 동정심을 안기기도 하며 안쓰러운 감정을, 한편으론 한심한 감정을 안겨준다. 한 예로 자신의 성 지향성을 밝히는 대목에서 그녀는 “엄마와 같은 존재”를 원했다고 서술한다. 여기서 독자는 작가가 레즈비언임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저 모성애를 원하는 철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작품 속 그녀가 동기를 얻게 되는 요인은 너무도 사소하다. 친구의 결혼, 트윗, JUDY AND MARY의 노래 등에서 분함이나 질투심, 동경심 등을 얻어 현실의 좌절감을 벗어나 무언가 행동을 시도하게 된다. 사소한 무언가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결정을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만을 인지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공감하고 개탄한다. 우리의 현실 또한 너무도 사소한 일에서 출발해 무엇도 변화시키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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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녀의 작품 속에 존재하는 작가란 ‘현실에 상처를 입은 보통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문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비현실적일 정도로 많은 걸 겪은 인물’에도 속한다. 하지만 나가타 카비라는 작가이자 주인공은 이러한 단점을 자신의 병명과 속내를 그대로 털어놓음으로 극복한다.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대비되는 자극적인 내용이 전부 실화인 작가의 과거와 함께 섞이며 문학 독자에게는 조금 자극적인 사소설의 느낌으로, 만화 독자에게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작품으로 느껴져 흥미를 끌고 인기를 얻는다. 그리하여 나가타 카비라는 작가는 의도하진 않았겠다만, 결과적으로 ‘레즈비언 업소’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는 에세이 만화가 아닌, 백합 장르의 작품에서도 『아스미는 레즈비언 업소에 흥미가 있습니다』나 『공짜로는 안기지 않겠어요』와 같이 '성매매'를 소재로 삼는 작품이 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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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에서도 이러한 그녀만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나 홀로 교환일기』에서는 데뷔작의 성공 이후 시도한 독립과 어쩌다 하게 된 연애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현실도피하다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이야기』에서는 자신이 나름대로 의지를 가지고 했던 일이 전부 꼬이기 시작하니 술만 마시고 살다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해서 생긴 일을 말하며, 『나 혼자 결혼』에서는 자기 홀로 결혼사진을 찍게 된 이야기로 시작해 나중엔 어릴 때 당한 성폭행 경험까지 꺼내며 남들처럼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다. 나가타 카비의 작품이란 이렇게 오로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컷과 프레임 속에 백업한다.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나 가족, 친척의 부끄러움마저도 전부 공개하며 자신의 이야기가 철저하게 사실을 백업한 모습이라고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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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가타 카비 식의 에세이 만화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사소설을 주로 쓰다 결국 자기 자신을 파괴하게 되는 일부 소설가처럼, 그녀의 만화 역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만화는 이해하기 쉬운 만큼 잊히기도 쉽다. 나가타 카비는 성매매 경험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한 뒤, 계속해서 자기 파괴적인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인기를 끌고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었다. 나가타 카비 외에는 이런 작가가 없기에 가능한 전략이기도 했다. 그러면 이제 그녀가 보여줄 모습이 무엇인가? 만약에 그녀와 비슷한 유형의 작가가 등장하면 그녀는 어떤 작품을 낼 것인가? 이를 생각해보면 결국 그녀가 향할 길은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몇 소설가를 따라서 자살하는 길 외엔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나가타 카비의 작품과 인생은 철저하게 자살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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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자면 동성애, 정신질환, 페미니즘 등등 온갖 색깔이 다 섞인 이 주인공의 만화는 소설 속 주인공과 사건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마저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소설의 ‘비현실적 요소’에서 나오는 거부감은 활자 매체가 가진 무게감에서 비롯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반대로 만화는 비현실적인 것도 자유롭게 그릴 수 있고 독자도 이를 얼마든지 수용하는 매체이기에 비현실적인 주인공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현실적인 요소에 반감을 나타내곤 한다. 하지만 나가타 카비의 만화는 에세이 만화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동시에 현실적이지만, 그러한 작품으로만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나름의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론 그녀의 작품들은 대부분 사소설을 만화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고 느꼈기에 이는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일문학의 미래는 ‘사소설의 만화화’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늦게나마 일본의 흐름을 따라하는 한국 사회나 국문학도 결국은 ‘사소설의 만화화’를 추구하며 이와 같은 매운맛 에세이 만화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물론 ‘사소설의 만화화’ 여부를 떠나 나가타 카비는 일본 퀴어 문학의 새로운 개척자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동성애를 가볍게 다루거나, 소설로서 조명해보려는 작품은 많았다. 그러나 이를 주인공과 작가 자신의 삶과 그대로 결부시키는, 퀴어 문학을 에세이 만화로 만드려는 시도는 적었다. 반대로 나가타 카비라는 만화가가 훗날엔 자기 파괴적인 작품을 그리다 결국엔 가족과 친구, 마지막으론 자기 자신마저 파괴한 사람으로 취급되며 잊힐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많은 작품을 발표하진 않았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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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년 전에 쓴거 재탕해보는거라 지금이랑은 감상평이 좀 다릅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말인데...

 

 

일본이나 울나라는 남자가 '성매매 업소'에 가면 그건 대개 "남성성의 획득" 혹은 "남성성의 과시"로 비춰지는 측면이 강한데

 

 

왜 여자가 '성매매 업소'에 가는 작품은 적고, 있다고 해도 이것처럼 "불완전한 자신의 연소"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을까요...

댓글 12

Carmine 2024.01.14. 15:14
나도 이렇게 글 잘쓰고 싶다 ㅜㅜ
댓글
사요리 작성자 2024.01.14. 15:16
 Carmine
이거 쓰는데 며칠 걸린 글이었음.. 너무 좌절은 ㄴㄴ;;
댓글
Carmine 2024.01.14. 15:19
 사요리
근데 며칠 걸쳐서 써도 저런 글이 안나옴...
댓글
사요리 작성자 2024.01.14. 15:20
 Carmine
클래식을 너무 좋아해서 자기가 만족할만한 소개글이 안 나오는걸지도 모름... 모두가 자기가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전율을 느끼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건 누구나 어려움ㅋㅋ
댓글
리나군 2024.01.14. 17:37
사소설의 현대화라고 했는데, 두개에는 차이가 있다고 봐요. 하나는 어쨌거나 기존의 소설의 형식(온전한 자신의 표현은 아닌)을 갖추었다면, 요즘은 그 범주가 아니라 생각해요. 그저 날것. 그래서 님 말대로 더 위험할수도 있다는 것.
이것을 문학으로 볼수 있느냐면, 저는 서사구조와 독자의 존재, 주제의식, 적절한 묘사 등을 근거로 볼 수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사요리 작성자 2024.01.14. 17:51
 리나군
제가 꼰대인건지 이런게 좀 선을 넘어간다 싶으면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저 작가 작품은 그냥.. 시발 그렇게 몇년째 같은 걸로 징징대나? 이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
댓글
62-1번 2024.01.14. 23:06
저 햄스터 키우는 웹툰 제목 뭐였지?
햄스터 이름이 윤발이였던 건 기억남
댓글
사요리 작성자 2024.01.14. 23:06
 62-1번
혼자를 기르는 법
댓글
62-1번 2024.01.14. 23:08
 사요리
아 다시 읽어보니 본문에 있네 ㅋㅋㅋㅋㅋ 술마셔서 ㅈㅅㅈㅅ
글 존나 잘쓰네
댓글
사요리 작성자 2024.01.14. 23:10
 62-1번
헐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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