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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도서/음악 클래식 라벨 - 쿠프랭의 무덤 M.68[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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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px-Maurice_Ravel_1925.jpg

 

라벨은 비록 프랑스 음악계와 정부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프랑스를 사랑하는 애국자였고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5년에 무려 40세라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공군 파일럿으로 군입대를 지원하게 된다.

다만 나이 문제와 이미 과거 20살때 신체검사에서 미달로 면제를 받은 전적이 있어 군측에서는 그를 거부하였지만,

끈질긴 라벨의 노력에 결국 공군이 아닌 트럭 운전병으로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밤낮으로 쉴틈없이 쏟아지는 온갖 기관총과 폭격 세례,  열악한 환경과 친한 친구의 사망 소식이 오가는 지옥의 전쟁이었지만

그는 열심히 운전병으로써 의무를 다 하였으며 중간중간에는 시간을 내어 음악의 스케치를 조금씩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17년 초에 최악의 사건이 터지는데, 라벨이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의 죽음의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친구들의 죽음으로 많이 힘들던 라벨에게 이 소식은 그의 마음에 쐐기를 박게 된다.

결국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전투 도중 발에 걸린 동상으로 인해 라벨은 1917년 3월 제대하게 되었다.

돌아온 라벨은 무척 힘겨운 몸을 이끌고 일단 전쟁에서 스케치 해둔 곡을 가지고 곡을 하나 완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쿠프랭의 무덤"이다.

이 곡을 작곡한 뒤 라벨은 약 3년간의 공백기간을 거치게 된다.

 

316px-Maurice-Ravel-soldier-1916.jpg

(1차세계대전때의 라벨)

 

"쿠프랭의 무덤"은 그의 마지막 피아노 모음곡으로, 1917년에 작곡되었다.

이 곡은 전쟁속에서 조금씩 스케치를 해오던 곡으로, 1917년에 라벨은 이 스케치를 모아서 완전한 모음곡으로 구성했다.

초연은 시간이 꽤 지난 1919년에 이뤄졌는데, 다소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이에 대해서는 후술) 그래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378px-Le_Tombeau_de_Couperin_Suite_-_Maurice_Ravel_(bpt6k11539974).jpg

(악보 초판본의 표지)

 

"쿠프랭의 무덤"이란 제목에서 "쿠프랭"은 라벨이 존경한 프랑스 바로크 음악가 "프란시스 쿠프랭"을 가리키고 있어

제목의 의미는 이 쿠프랭을 기린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라벨 본인의 의하면 그냥 대표적인 얼굴마담격 작곡가로써 쿠프랭을 골랐을 뿐

이 곡은 전반적인 프랑스 바로크 건반 음악의 찬란한 업적과 미학을 찬양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 곡은 모음곡을 "바로크"스타일로 구성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나오는 대위법이나 음형에서 옛 바로크를 연상하는 기법들이 등장한다.

 

이 곡은 프랑스 바로크에 대한 찬양말고도 다른 목적도 갖고 있는데, 바로 전쟁속에서 죽어나간 친구들에 대한 추모다.

라벨은 각 곡마다 모두 전쟁에서 죽었던 친구들에게 헌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전쟁에서 죽은 친구들과 가졌던 추억들의 회상, 그리고 그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다.

어디까지나 회상, 위로, 작별인사를 목적의 곡이다보니 음악은 쇼팽이나 차이코프스키마냥 비통하고 애처로운 슬픔은 없고 

약간의 슬픔을 머금기만 할 뿐 다소 밝고 투명한 색체로 이뤄져있다.

이 점에 대해서 당시 프랑스의 음악계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한테 이런 밝은 음악이 뭐냐!"라면서 비난하였는데,

라벨은 이에 대해서 "그들은 이미 영원한 침묵속에서 충분히 슬프다"라고 응수했다.

 

1919년의 성공 이후 자신감을 얻은 라벨은 쿠프랭의 무덤을 관현악으로 편곡을 하기도 하였다.

관현악의 마술사 라벨답게 편곡은 무척 훌륭하게 되어(애초에 자기 곡이기도 하고) 이 또한 크게 성공했다.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오리지널 피아노판을 상회할 정도로 자주 연주가 되고 있어

어떤 사람은 이 곡을 "관현악곡"으로 잘못 보기도 한다. (우아하고 고상한 왈츠와 비슷하다)

 

모음곡은 총 6개로 이뤄져있으며, 앞서 말했듯 각 곡은 전주곡, 푸가, 미뉴엣, 토카타등으로 구성된 옛 "바로크" 스타일의 모음곡이다.

라벨의 신고전주의적인 면모를 아주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관현악판의 경우는 라벨이 어떤 이유인진 몰라도 2곡을 빼서(아마 피아노로 연주하는게 가장 이상적이어서?) 4곡으로 이뤄져있다.

또한 관현악판에서는 "리고동"과 "미뉴엣"의 순서를 바꾸고 있다.

 

1. Prelude, 전주곡

 

작품의 첫 곡인 전주곡은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을 필사한 친구 "쟈크 샤를로"에게 헌정하고 있다.

빠른 음형이 쉴틈없이 끝날때까지 연주되는 "무궁동" 음악이다.

이 무궁동 위에서 펼쳐지는 선율은 맑고 투명하면서도 애틋하고 아련한 감성을 품고 있어

친구 샤를로와 함께 보냈던 시간과 추억을 회상하는 듯 하다.

 

2. Fugue, 푸가

 

학창 시절의 습작을 제외하면 이 곡은 라벨이 작곡한 유일한 푸가이다.

푸가는 3성부를 가지고 있으며, 처음에 제시한 맑은 선율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라벨은 이 곡에다가 정교한 대위법과 리듬 변화(엇박 늦게 한다던지), 폴리 리듬(각 성부가 리듬이 다른 것)등

상당히 복잡한 기법을 다수 사용하고 있어 덕분에 악보 읽기 무척 어려운 곡으로 악명이 높다.

라벨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어 초연당시에 연주했던 여성 피아니스트 "마르게리트 롱"에게 

틀리지 않고 잘 외워서 칠 수 있나 걱정하였다고 한다. (물론 그녀는 완벽하게 연주했다)

어쩌면 이 복잡함 떄문에 관현악 편곡을 생략했을지도 모른다.

이 곡은 친구 "장 크루피"에게 헌정하고 있는데, 이전의 라벨은 그의 어머니에게 오페라 "스페인에서의 한때"를 헌정한 인연이 있다.

 

3. Forlane, 포를랑

 

포를랑은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빠른 템포의 바로크 춤곡이다. 

곡은 처음에 제시되는 주제를 주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오가는 일종의 론도 형식으로, 쿠프랭의 무덤에서 가장 긴 곡이다.

메인 주제는 시칠리아노 리듬(딴~ 따단하는 리듬)을 기초하고 있으며 기묘한 화성과 불협화음 오가며 

관능적이면서도 은은한 쓸쓸함을 갖춘 멜로디로 이뤄져있다.

메인주제는 에피소드 사이 사이에 삽입되어 등장한다.

첫번째 에피소드는(1분 14초) 고음에서 저음으로 떨어지는 선율이 특징으로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가 흐른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2분 24초) 분위기가 좀 더 활기차지고 맑고 투명한 선율이 흐른다.

마지막 세번째 에피소드는 (4분 24초) 앞보다 좀 더 목소리가 커지고 더 대담한 불협화음이 흘러나와 음악에 자극을 준다.

마지막에는 메인 주제를 짧게 회상하면서 조용히 끝맺는다.

이 곡은 바스크 출신 화가 "가브리엘 들뤼크"에게 헌정하고 있다.

 

4. Rigaudon, 리고동

 

리고동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유래한 빠른 바로크 춤곡이다.

역동적이면서 밝고 신나는 춤곡으로 마치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듯하다.

반면 트리오(1분 12초)는 템포가 느려지면서 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와 쓸쓸하면서도 목가적인 선율이 연주된다.

그래도 이후에는 다시 처음의 밝고 신나는 춤곡으로 돌아와 힘차게 끝낸다.

참고로 관현악판에서는 이 곡이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곡은 라벨의 소꿉친구인 "피에르 고뎅", "파스칼 고뎅" 형제에 헌정하고 있다.

두 형제는 어렸을 때 꽤나 장난꾸러기 였다고 하는데 이 곡의 신나는 분위기는 그들의 장난 때문인듯 하다.

끔찍하게도 이 둘은 전쟁에서 수류탄에 맞아 참혹하게 찢겨나가 전사하여 라벨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5. Minuet, 미뉴엣

 

라벨이 평생에 걸쳐 즐겨쓰던 "미뉴엣"을 가지고 있는 악장이다.

맑고 투명한 선율을 지닌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미뉴엣이지만 어딘가 그리운 향수를 머금고 있다.

중반의 트리오(1분 50초)는 "뮤제트"라고 쓰여져있는 코랄풍의 곡으로, 

갑자기 분위기를 확 어둡고 장중하게 바꾸는 구슬픈 부분이다. 

중반에는 참아왔던 슬픔이 터지는듯 강렬한 클라이맥스를 폭발시킨다.

이후에 다시 돌아오는 미뉴엣은 뮤제트 가진 선율과 감정이 섞여서 다소 어둡게 변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마침내 무거운 뮤제트를 떨쳐내고 아련한 분위기 속에 조용히 끝난다.

이 곡은 라벨이 제대 후 치료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준 "장 드레퓌스"에게 헌정하고 있다. 

얼핏보면 생존한 사람일 것 같지만 그도 전쟁에서 전사하였다고 한다.

 

6. Toccata, 토카타

 

마지막 토카타는 매우 폭발적이고 화려한 무궁동(의미는 1번 곡 참조) 토카타로,

앞에서 쌓아왔던 감정들이 여기에서 폭발하는 듯한 느낌의 악장이다.

중간에는 마치 군대의 행진을 보는 듯 비극적인 선율과 애틋하고 쓸쓸한 선율이 서로 교차하면서 매우 극적으로 전개된다.

마지막에는 이제 쌓아온 에너지를 모두 폭발시키면서 매우 파워풀하고 감동적인 클라이맥스를 이루면서

이 압도적인 박력 속에 쿠프랭의 무덤을 화려하게 끝맺는다.

마치 라벨의 과거작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나 "스카르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엄청난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곡이기도 하며

이 화려함 때문에 간혹 따로 떼어져서 연주되곤 한다.

이 곡은 곡의 초연자였던 "마르게리트 롱"의 남편 "조세프 드 알리아베"에게 헌정되었다.

마르게리트 롱은 그가 사망한 뒤에 그 누구도 연애하거나 결혼하지 않아 남편과의 맹세를 끝까지 지켰다.

 

음반 정보

Piano : Bertrand Chama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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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의 경우는 원작의 맑은 색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관현악은 작은 편성으로 구성하고 있다.

타악기는 아예 쓰이지 않으며 금관악기는 호른 2대와 트럼펫 1대로 끝이다.

전반적으로 관현악법 또한 마치 바로크 시대의 "합주 협주곡"을 보는 듯한 구성으로,

목관악기가 거의 솔로 악기로써 무척 자주 활약한다. 전주곡때 오보에가 더럽게 어렵기도 유명하다.

원작에 비해 리듬을 좀 더 날카롭고 활발하게 강조하도록 하고있어 분위기가 더 밝게 바뀌었다.

앞서 말했듯이 2곡, "푸가"와 "토카타"가 빠져있으며 또한 미뉴엣과 리고동의 배치를 서로 바꾸었다.

아마 피날레로는 좀 더 사운드적으로 화려한 리고동이 걸맞다고 생각하여 바꾼 것으로 추측된다.

 

1. Prelude

 

2. Forlane

 

3. Menuet

 

4. Rigaudon

 

 

음반 정보 

Conductor : André Previn

Orchestra :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carmine_sad1.png

가기전에 추천!!!!!!!!

 

 

 

 

댓글 2

AntiFragile 2024.01.06. 12:24
좋네요...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두 번의 세계대전이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댓글
Carmine 작성자 2024.01.06. 12:34
 AntiFragile
다들 미술쪽을 흔히 알지만
음악도 미술못지않게 이때 정말 많이 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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