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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보고왔네요[발롱도르~]

브런치에 게시한글이라 문체가 좀 딱딱해도 양해부탁드림

 

1부에서 안도 사쿠라 의 연기에 크게 감화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았고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에 지레짐작으로 큰 감동을 받아버렸다.

처음 봤을 땐 몰랐죠... 이런 식으로 영화가 전개될 줄

그래서 더 반성하게 되고 현실에 일으키는 반향이 커나가는 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따듯함, 사회를 어루만지는 시선 그런 것들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충격이 더 컸다. 한방 제대로 먹었구나.

거장 소리 듣는 사람은 다른 스타일로 찍어도 그냥 잘하는구나

서늘한 샷들과 디테일하고 박자를 쪼개는듯한 초반 연출에 감탄했다

 

자꾸 혼란이 든다.

교장선생님이 사실은 손녀를 차로 밀어버린 게 맞을까?

'요리'가 걸스바에 불을 지른 게 맞을까?

영화를 보면서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서 말을 덧붙이기가 어렵다

하지만 모조리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봤다손 치더라도 가볍게 판단할 문제는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영화 보고 나서 들었다.

우린 사실 다른 것, 다른 사람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

 

그래놓고 MBTI, 관상, 혈액형 등등 순식간에 남을 재단할 수 있는 기준들을 마구잡이로 세워놓고

그 틀에 맞춰서 사람들을 판별해내곤 한다.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는 아들에게 열성이고 진심인 싱글맘이지만

그 함정에 빠져서 정작 아들이 정말로 어떤 걸 원하는지 놓치고 만다.

미나토의 담인성생 "호리"는 학생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본인의 기벽(잡지 오탈자 지적하는 취미) 같은 것도 인지하면서 이것들이 어떻게 서든 학생들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고민하는 사려 깊은 사람이다.

하지만 결정적일 때('요리'와 '미나토'의 다툼상황)에서 그는 손쉬운 결론을 내려버렸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둘이 어떤 감정으로 싸운 건지 묻지 않았다.

호리의 얼굴이 잘린 화면에는 요리와 미나토가 억지로 손을 잡고 화해를 해버리고 말았다.

 

감독이 안정적이고 감동적 결론을 도출할 명분은 충분했다.

실체를 밝히려고 들지 않는 관료제를 비판하고, 이것을 용인하는 사회랑 시스템을 힐난하고

거기서 소외되는 존재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리면

구도적으로 꽤나 견고한 영화 한 편 뚝딱 나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서 탐구하는 게 고레에다 히로카즌가 보다.

그 도식화된 구조를 파헤치고 거기서 더 심연으로 들어가자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서 머리가 아파졌다.

그래서 이 영화가 관 밖을 나와서도 생각나고 좀 더 곱씹게 되는 거 같다.

훌륭한 연출적 태도란 이런 걸까 싶었다.

 

결국 '미나토'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사람은 교장선생님이었다.

둘이 같이 부는 브라스는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교장선생님은 손녀 사고에 대한 세간의 의뭉스러움 , 미나토는 성적 취향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을 마치 울분을 토해내듯이 울어재낀다.

덧붙이지도 않고 어설프게 위로하려는 제스처를 취하지도 않는다. 

감히 너를 다 알고 이해한다는 식의 태도 또한 없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크나큰 위로를 서로에게 선사하고 나 또한 보면서 깊게 감명받았다.

행복은 (네가 어찌 됐든 간에) 누구에게나 미쳐야 하는 것이니까.

 

세상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라는 이런 자조적인 감독의 태도에 난 반기를 들 수밖에 없다.

혼란과 넘겨짚음과 뻔뻔함과 통속적인 매뉴얼의 답습과 쉽게 누군가를 혐오하고 낙인찍음에도 불구하고

위로는 살아있을 수 있고(감독이 직접 그렇게 연출하지 않았는가)

그 실타래만큼 연약하고 녹아 사라지기 쉬운 것이라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인해 태풍은 개고 아이들은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단순히 시네마적인 영상미와 결말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믿는다.

 

그래서 다들 힘내자. 소문에 휩쓸려서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고

항상 모든 것은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기에 내 안에서 재단하고 속단해서 지레짐작 말고

부딪혀봐서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닫고 수정해 나가고 새롭게 또 나아갈 수 있음을 인정하자

빠른 판단 ,손쉬운 결론만큼 무서운 것도 없음을 영화로나마 깨달았으니 말이다.

댓글 3

백지헌 2023.11.29. 22: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괴물 개봉 전에 봤지만 안도 사쿠라 필두로 배우진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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