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픽션들 - 끝

끝

이 소설에서 보르헤스는 여태껏 내가 읽었던 것과 조금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반신불수, 패배자, 죽은자는 땅에 머물 자격이 있으나, 정정당당하게 승리하여도 사람을 죽인자는 머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당연한 원리를 보르헤스는 아쉽게 표현한다.

그래서 배경은 빛이 살아있는 저녁이다.

빛이 살아있는 것은 삶이 이어지는 것이고, 저녁은 지기 전이기에 여전하다.

그곳에서의 승리자는 최선을 다한 승부에서 격렬한 싸움 끝에 이겼음에도 땅을 등진다.

사실 잠깐 앞에서의 승자도,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땅에서는 끝도 없는 결투가 벌어진다. 그 곳에서는 숱한 비겁도 거짓도 있지만, 결국 떠나는 자는 정당한 승리자다. 사람을 죽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렇다면 사람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은 자들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