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헤로도토스와의 여행'을 읽고

 

르포르타주 작가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의 헤로도토스와의 여행을 읽음.

 

예전에 읽었던 '흑단'과는 다르게, 이 책은 그의 인생 여정 전반을 헤로도토스의 책 역사와 연결하여 풀어나간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역사의 통시성에 대해 설명한다.

 

지역주의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간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시간적'인 것이라는 뜻이다.

 

헤로도토스는 그 시대에 기억에 따라 끊임없이 변할 수 밖에 없는 '과거'를 기록하여 현재와 연결시키려 했던 사람이다.

 

또한 전 세계를 동등하게 바라보려했던 사람이고.

 

이 두가지 면에서 작가와 참 닮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글을 썼고, 그의 글에는 그 지역들에 대한 따스함이 묻어있었다.

 

그는 유럽인으로서 아프리카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간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보려했던 사람이었기에,

 

그런 그가 헤로도토스에게서 더한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 책은 작가가 기자로서 누볐던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헤로도토스의 이야기가 같이 흘러간다.

 

그래서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헤로도토스의 여행을 따라가는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여정과 헤로도토스의 여정을 같이 풀어나간다.

 

인도에서 헤로도토스를 느끼고, 탄자니아에서, 세네갈에서 그는 헤로도토스를 느낀다.

 

그러면서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자신의 글이 갖고 있는 통시성을 이야기하고, 그 의미를 느낀다.

 

 

작가의 말마따나 나도 이 책을 읽다보니, 헤로도토스 역시 르포르타주 작가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대한 진실 여부에 대해 수많은 비평들이 있지만,

 

정작 나는 그 책을 '문학'으로서 재밌게 읽었다.

 

헤로도토스의 책은 역사이면서 문학이었다. 

 

그랬기에 흥미거리를 제공하면서, 또 나름대로의 탄탄한 진실성을 갖고,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에 의해 읽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가진자들은 얼마나 그 시간에 갖혀 살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들려준 '통시성', '시간의 지역주의'에 걸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분명 하지 못할 일도, 현재의 이득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해버리는,

 

그리고 그 피해는 후대가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결국 가진자들이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되는 그 길을 걷는다는 걸,

 

그들은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