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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글챌린지 정가제 관련해서 공감했던 글이 있어 공유 함 해봄.

모 서점 MD이자 작가이기도 한 선생님이

 

한 5년전인가 단상처럼 적은 글인데 

 

물론 이 글도 서점업 종사자의 글이라 내가보는 정가제 단상과 

 

100%같다고 보지는 않지만 딱히 틀린 말이 없는 글이라 

 

정가제로 내부애서는 뭐가 달라졌는지 궁금한 분은 함 읽어볼만 함. 

 

정가제 신봉론자 말고 대부분의 종잇밥 종사자들은... 

 

이렇게 생각함. 

 

----------------------

 

 

0. 예상이 틀렸다. 오늘 타임라인에 도서정가제 관련 내용들이 꽤 올라올거라 예상했는데 하나도 못 봤다. 오늘은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딱 3년이 되는 날이었다. 애초 3년간 적용하는 한시적인 제도였는데, 3년 더 연장되었다. 이젠 그냥 현실이 되어서일까. 특별히 주목받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나는 지난 3년에 대해 다른 분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엿)듣고 싶었다.

사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선 업계의 현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업계의 풍파가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곳이기도 하고, 출판계의 논의구조 바깥이기도 하며, 때로는 출판계와 이해가 부딪히는 곳에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4년 11월은 내게 의미있었다. 내가 비로소, 굳이 노력을 해서, 업계에 대한 시각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려 7년 차에야 내가 놓인 생태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건 자랑이 될 수 없지만 어쨌든 내게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이후 3년 동안은 관련 책도 좀 읽고, 통계도 뒤져보고,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듣고 다녔다. 올해엔 송인서적 부도도 있어서 출판유통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도 많았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은 편중되거나 듬성듬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라 현실에 딱 밀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밀한 근거에 기반한 판단/전망은 분명히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굳이 당시의 생각과 지금의 내 생각을 부족한대로 정리해본다. 정리를 바탕으로 고민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길 기대한다. 혹, 운이 좋다면 내 생각의 공백을 채워주실 누군가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다.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고 싶다.

 

1. 3년 전,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때 "가격이 아닌 가치로 경쟁하는 풍토를 위한" 이란 말에 회의적이었다. 출판시장에서 가치가 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데는 가격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여겼다. 독자가 주목하는 가치란 사회의 가치체계와 깊이 연결된 문제라서, 할인의 홍수를 걷어내더라도 독자들의 선택에 큰 조정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출판문화의 질적 전환을 취지로 걸기에 도서정가제는 너무 국소적인 처방 같았다.

 

2. 지역의 중소형 오프라인 서점을 살린다는 말에도 회의적이었다. 이미 어지간한 독자들은 온라인 서점 회원으로 유입된 상황이었고, 온라인이 더 싸지는 않다고 하더라고 오프라인이 더 싼 것도 아닌 이상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는 독자가 아주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온라인이 지니는 강점은 이미 가격만이 아니었다. 지역/오프라인 유통망 복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비해 도서정가제는 아주 미약한 처방 같았다.
  
3. 출판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모종의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나는 출판사와 서점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 및 독자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문제에 집중할 때라고 어렴풋하게 생각했다. 모바일로 들어간 독자를 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발상과 기술 그리고 조직을 혁신하자는 이야기를 막 접하던 무렵이었다. 할인에 따른 폐혜는 조금 부차적인 문제 같았고, 도서정가제는 과거의 유통망을 복원하려는 관성적인 접근으로 보였다. 

 

4. 이런 의심들을 당시에 나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얘기를 나누었던 업계의 많은 실무자들이 도서정가제가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낼 거라는 생각은 특별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이 지긋지긋한 할인경쟁은 끝나리라는 것, 출판사와 지역서점의 살림살이가 장기적으로 '다소' 나아지기는 할 거라는 정도의 전망을 공유했다. 동시에 한동안 매출한파가 올 것이며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는 출판사도 많을 거라는, 중고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거라는, 공급율 이슈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편집담당에 비해 마케터/영업담당이 곤란에 직면할 거라는 걱정을 공유했다.

 

5. 3년이 지나서 보니 당시에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다. 책의 가치는 여전히 편중되어 주목받고, 점점 줄어드는 초판 부수마저 회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서점 유통망은 영향력을 잃고 있다.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서점의 폐업은 조금 더 완만하게 늘었고, 판매되는 도서는 예전에 비해 무척 다양해져서 여러 출판사의 책이 팔린다. 다만 판매종수가 늘었을 뿐 판매부수는 별 차이없고, 베스트셀러 쏠림이 없어진 것도 아니란 게 함정. 무너진 것은 구간 스테디셀러다. 소소하게 나가는 책은 늘었지만 살림살이에 크게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고, 구간이 무너지니 신간을 더 자주 출간해야 돌아가는 빡센 구조가 되었다. 성공한 1인 출판사 혹은 작은 출판사가 좀 더 많아지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사례다. 제도나 정책을 평가하기에 3년은 짧은 시간이지만, 도서정가제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거 같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서정가제를 좀 더 긍정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변화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는 동네책방들이 생겨나고, 출판사들은 서점 바깥의 독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발견성, 플랫폼, 네트워크, 팬덤 등의 단어를 사용한 새 담론도 유통되고 있다. 이것들은  도서정가제의 직접적인 효과라 볼 순 없다. 그와 무관하게 모색되던 일이고, 정가제 이전이라고 없던 일은 아니다. 

다만 이런 흐름이 하필 2015년 이후 더 도드라지게 된 것에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긴 힘들 거 같다. 도서정가제가 숨통을 '조금' 트는 역할을 했고, 그 '조금'이 새로운 고민을 할 수 있는 지반을 좀 더 다져주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도서정가제 만능론>에 가까웠던 3년 전 몇몇 분들의 주장들에는 여전히 동의하기 힘들지만, <도서정가제 역할론>에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만능론>을 주장하셨던 분들도, 정가제의 작은 씨앗이 피울 (아직은 말하기 섣부른) 큰 꽃을 시야에 넣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7. 한편 지금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에 반색하는 것도 아직은 조심스럽다. 큐레이션과 감성/공간에 기반한 동네서점이 독자들과 새롭게 만나고, 플랫폼화한 출판사가 충성도 높은 독자들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 (그 자체로 굉장히 의미있고 중요하지만) 출판유통의 가장 큰 혈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도 어찌되었건 더 많은 출판물(컨텐츠)는 유니크 플랫폼(unique platform)보다는 매스 플랫폼(mass platform)에서 유통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의 대다수는 취향과 색깔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드러내지 않는 쪽에 있다고 보는 편이다. 어쩌면 훗날 굉장히 보수적인 판단이라고 자평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그렇다.  

그렇다면 새로운 유통망, 출판사와 독자의 직접 연결 만큼이나, 기존 유통망(온라인서점-대형서점-지역의 기존 종합서점)의 혁신이 중요할 것 같다. 출판물(컨텐츠) 매스 플랫폼이 꼭 서점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서점과 연결된 독자들이 '출판'의 자장 내에 머무를 수 있도록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합하고 새로운 형태의 컨텐츠/서비스를 독자와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출판사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출판사가 독자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메가 플랫폼(mega platform)이 서점의 앞날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 

 

8. 생각은 길게 길게 연결되고 점점 자유연상의 세계로 날아간다. 일단 지금은 이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거 같다. 앞으로 3년은 이 고민들이 좀 더 현실에 기반할 수 있도록, 좀 더 근거를 갖추도록 하는데 노력을 해야겠다. 아, 그리고 아직은 출판'시장'에 편중되어 있는 고민을 보다 공공적인 고민으로 넓혀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댓글 4

고라파덕 2023.04.28. 21:24
티영도에 토론 탭이 하나 있는것도 신선할까
댓글
사요리 2023.04.28. 21:25
구간할인이 가능했다면 좀 나았을거란건가..
댓글
고정닉 작성자 2023.04.28. 21:28
 사요리
구간 할인이 없어져서 구조적으로 신간을 계속 뽑아내야 하는건 독자들한테 매우 이익인 부분임. 사실상. 대신 중고서점이라는 플래폼적 대안이 생겼잖아.
댓글
사요리 2023.04.28. 21:29
 고정닉
어떻게 보면 더 많은 책들이 나와서 선택지가 넓어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더 찍어낼 정도까지는 아닌 책들은 그만큼 더 빨리 사라진다는... 그런 의미같아서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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