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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글챌린지 [경향신문] 이야기꾼과 작가 사이 (스즈메의 문단속 관련)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4070300025

 

중요한 것은 문을 닫기 위해선 반드시 기억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재난을 가두기 위해선 먼저 그곳에서 재앙을 맞아 돌아오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의 기억을 소환해야만 한다. 피해자들의 감정을 기억해 내고 고통을 나누어야만 열쇠가 봉인의 효력을 갖는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서 외면하고 배제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종의 집단적 치유 과정이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이 교감의 방식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확장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영혼이 된 피해자들과도 초월적 교감을 시도하면서 왜 살아 있는 피해자에 대한 교감과 사죄는 어려운 것일까? 이웃의 고통을 공감하는 것, 그게 바로 역사적 인식의 시작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 치유와 이해는 늘 선택적으로 보인다. 집단적 치유는 사실 확인 및 사죄를 동반해야 한다. 가해자의 사죄 없는 집단적 치유는 자기 최면이나 정신 승리와 다를 바 없다. 대지진과 같은 반복된 자연재해 앞에서 일본은 절대적 피해자의 위치에 익숙해진 듯싶다. 자연으로부터의 재앙은 가해와 피해를 따지기 어려우니 배타적 적대시로 서로를 위계화하거나 내밀한 치유의 방식으로 자기 구원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분화된 방식 속엔 진정한 이해와 화해가 없다.

 

(중략)

 

동일본 대지진은 분명 가슴 아픈 재앙이며 비극이었다. 그러나, 한편 동일본 대지진은 원전 오염수를 비롯해 누군가 여전히, 책임을 져야만 하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기도 하다. 눈물겨운 사랑의 문법으로 제안된 치유와 마술적 화해는 아름답지만 말 그대로 평면적이다. 나의 아픔만 호소하는 유아적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언어를 쓰는 이웃과 동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작가라고 부른다. 진단과 사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작가가 더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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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심서연 2023.04.07. 12:48
나의 아픔만 호소하는 유아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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