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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전북, 이대로면 언젠가는 막힌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309522&memberNo=6525744

[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이기기는 이겼다. 하지만 너무 답답했다. 전북이 2020 K리그1 2...

전북 대 부산 리뷰입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링크 방문 부탁드립니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좀 늦게 일어난 탓에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ㅠㅠ

 

 

 

 

이기기는 이겼다. 하지만 너무 답답했다.

전북이 2020 K리그1 2라운드 부산 원정에서 2대1 진땀승을 거뒀다. 전북은 전반 15분 홍정호의 선제골로 앞서가며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으나, 후반 20분 호물로에게 PK 골을 헌납하며 동점을 내줬다. 2019시즌 전북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골 넣고 집중 못하다가 골 먹히기’의 패턴이 부산 원정에서도 나왔버렸다. 그렇게 두 팀은 후반 막판까지 1대1의 균형을 유지했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물론, 경기가 그렇게 싱겁게 끝나지는 않았다. 전북은 교체투입된 벨트비크의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전북극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결과는 분명 승리였지만, 전북팬들은 기뻐하지 못했다. 내용이 너무 엉성했다. 후반 25분 부산 김병오가 1대1 찬스에서 득점했다면 오히려 질 뻔 했다. 간신히 승점 3점을 가져오긴 했으나 하마터면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승격팀 부산에게 일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 계속되는 전북의 '꾸역승'

개막전 승리(vs 수원 1대0)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극장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리게 된 전북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아보인다. 냉정하게, 수원전과 부산전 모두 막판에 등장한 해결사(이동국, 벨트비크) 덕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지, 팀 자체의 조직력이 승리를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전북은 지난 1, 2라운드에서 세밀함도, 속도도 모두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과감성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가 수원과 부산이라 망정이지, 울산이나 강원 등을 만났다면 어떤 결과를 내놨을지 몰랐을, 그런 경기력이었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분명 전북은 K리그 최고 수준의 스쿼드를 자랑한다. 유럽 무대를 경험한 선수만 해도 다섯 명(김진수, 김보경, 홍정호, 이동국, 벨트비크)이다.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적이 있는 선수들 역시 열 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전북은 졸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전북의 답답함에 대해 많은 이들은 '빠른 윙어의 부재'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19시즌 K리그를 누빈 전북의 윙어 로페즈와 문선민이 각각 상하이 상강과 상주 상무로 이적했다. 이들은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에 큰 균열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스피드와 저돌성을 이용해 어거지로 만들어낸 공간이 2019시즌 전북의 주 득점원이었다. 그런데, 이제 전북에 남은 빠른 윙어 중 경험이 어느정도 쌓인 윙어는 한교원밖에 없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과연 로페즈와 문선민이 없다는 이유가 모든 것을 설명할까? 난 아니라고 본다. 빠른 윙어가 공간 창출의 '충분조건'일 수는 있지만, '필요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공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전북

전북의 문제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움직이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북의 경기를 보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가 저돌적으로 침투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종방향이든 횡방향이든 침투를 해야 공간이 생기는데, 전북의 선수들은 그런 침투를 하지 않는다. 너무나 '얌전하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빠른 윙어가 없다면, 모두가 함께 움직이며 상대를 공략해야 한다. 빠른 윙어는 옵션일 뿐이다. '빠른 윙어가 없다'는 게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대 수비진영에 공간을 만들어내려면 상대 수비에게 좀 더 많은 과제를 안겨줘야 한다. 그리고는 과부하가 걸린 상대 수비를 공략해야 한다. 그게 축구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빠르고 저돌적인 윙어는 그 자체로 상대 수비에게 큰 부담이 된다. 그렇기에 공간이 만들어진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의 움직임은 공격루트의 생성으로 이어지는 이는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이 방법 역시 공간 창출을 이끌어낸다.


#. 병수볼과 모라이스의 차이점

공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모라이스의 전북은 공이 없을 때도 움직이는 김병수의 강원과 크게 비교된다. 모라이스 감독은 답답한 공격력으로 팬들에게 비판을 듣고 있으나, 김병수 감독은 '병수볼'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팀, 그리고 두 감독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북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역시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라이스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측면과 중앙돌파에 있어 개인 기량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전북에서는 '공을 가진 선수'가 잘 해야 경기가 잘 풀린다. 그러나 김병수 감독의 강원은 다르다. 물론, 강원에도 조재완이나 정석화 등 개인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강원은 개인능력 뿐 아니라 '공을 잡지 않은 선수'로부터 오는 변화에도 집중한다.

이러한 강원의 모습이 바로 '병수볼'에서 강조하는 '수적우위'라고 볼 수 있다. '수적 우위'는 단순히 공간에 더 많은 선수를 우겨넣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상대 수비에게 감당 가능한 부담보다 더 많은 공격옵션을 들이부어 상대 수비의 수비 능력을 상실케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에를 들어, 공을 잡지 않은 이의 순간적인 침투를 통해 공을 잡은 이에게 '드리블 돌파'와 '침투패스'라는 두 가지 선택권을 쥐어주게 된다면 상대 수비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공을 잡지 않은 이의 침투로 인해 상대 수비 한명이 침투 공간으로 따라가버린다면, 상대 수비가 있던 기존 공간에 대한 활용 가능성 역시 생겨난다. 이게 바로 공간에서의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병수볼'의 핵심이다.

이처럼, 강원의 선수들은 공을 떠나보낸 이후 과감히 움직인다. 상대 선수를 유인하기 위해, 또는 침투패스를 받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인다. 2라운드 상주전도 마찬가지였다. 상주는 선취득점 이후 크게 내려앉았고, 강원은 상주를 뚫기 위해 모든 선수가 계속 움직이는 모습을 연출해냈다.

바로 아래 그림이 측면 돌파 한 번을 위해 중앙 미드필더와 윙어, 측면수비수가 모두 뛰어야 하는 강원의 공격패턴이다.

 

강원의 대표적인 공격루트 두 개

 

그렇게 강원은 모두가 함께 공격을 했고, 크로스의 질이 좋아지고 슈팅 기회도 늘어나는 등의 효과를 봤다. 비록 경기는 0대2 패배로 끝이 났으나, 강원 선수들이 놓친 결정적 찬스들을 고려해본다면, 결코 경기 내용 자체가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수비수들의 성급함이 아쉽기는 했으나, 공격 조직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전북은 반대였다. 이기기는 이겼으나,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해서 이겼다. 공을 잡은 선수만 움직이다보니 패스의 과감성이 줄었고, 선수들이 드리블 할 때 상대가 가지는 부담 역시 줄었다. 동료들이 상대 수비를 혼란시키지 못해서 크로스를 올릴 때 상대의 방해가 더욱 거세졌고, 그 결과 크로스의 정확성 역시 줄어들었다. 세밀한 축구는 물론이요, 선 굵은 축구도 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실제로, 전북이 2020시즌 K리그에서 기록한 세 골 중 두 골은 세트피스 골이고, 유일한 필드골인 벨트비크의 골마저도 무릴로의 발재간과 벨트비크의 피지컬이 아니었으며 들어가기 힘든 골이었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물론, 뛰어난 개인능력은 그 자체로 다양한 공격옵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북에는 속도와 저돌성, 종·횡방향 드리블이 담보되는 윙어가 없다. 홀로 중앙에서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는 더더욱 없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전북이 2연승을 달리고 있고, 강원은 1승 1패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공격 전술의 유효성에 있어서는 강원이 더욱 앞선다.(사실, 기록만 놓고 보면 두 팀의 통계는 엇비슷하다. 그러나 경기의 질은 너무나 달랐다. 움직임이 만든 차이였다.)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 2019시즌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이후 "나의 경우에는 강원 김병수 감독에게 투표하고 싶었다. 정말 좋은 전술을 보여줬고 6위의 성적표가 정말 아쉬울 것이 김병수 감독이다."라는 인터뷰를 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김병수 감독의 축구에서 교훈을 얻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 모라이스에서 슈틸리케가 보인다.

이러한 전북의 답답한 축구는 과거 슈틸리케호 시절의 대한민국 A대표팀이 가진 문제와 유사하다. 당시의 대한민국 대표팀도 지금의 전북처럼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움직이는 선수가 없었다. 오직 개인능력에 의존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그럼에도 슈틸리케호는 아시안컵 등에서 많은 팀들에게 '꾸역승'을 거두며 '늪축구'라는 칭찬을 받았다. 월드컵 후 많은 국가대표팀들이 감독을 바꿨고, 그 여파로 대부분의 상대팀들에게 우리 선수들의 개인능력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늪축구'라는 단어는 최종예선 기간동안 칭찬의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 비난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변해버렸다. 개인능력만으로는 뛰어넘기 힘든 벽이 생겨버린 것이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전북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을 확률이 높다. 전북을 제외한 K리그1 11팀들은 새로은 선수들과 함께 점점 조직력 있는 축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언제까지고 개인능력으로 버틸 수는 없다.


#. 전북다운 축구 하기를

전북은 현재 정말 많은 문제들을 떠안고 있다. 중원에서는 이승기-김보경의 공존 문제가, 수비에서는 '골 넣고 집중 못하다가 골 먹히기' 문제가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얌전한 축구'에 있다. 좀 더 요란하게 축구를 해야한다.

공을 잡지 않은 선수의 적극적인 공격 움직임을 통해 전북다운 공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왜 이승기와 김보경 모두 잘하는데 공존을 못하지?"에 대한 대답은 "두 선수의 강점이 모두 공을 '뿌려주는' 데 있지, 침투하는 데는 큰 강점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냥 좋은 선수 여럿 넣는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 두 개를 합친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것도 아니다. 이승기와 김보경에게 힘들더라도 침투 움직임을 익히게 하던지, 아니면 두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고 다른 침투에 능한 선수를 기용하든지 해야 한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또한,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축구는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준다. 전방에서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 기동력을 가진 상대의 역습은 물론 상대의 공격 전반을 전방에서 방해하기가 힘들다. '골 넣고 집중 못하다가 골 먹히기' 문제도 여기서 기인한다. 지난 부산전에서 전북은 후반 15분 기준 38.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선수들이 함께 뛰질 않으니, 상대가 맘먹고 올라오면 공을 쉽게 빼앗지 못하는 것이다. 상대가 가지는 두려움은 오직 하나, '전북 선수의 개인 기량' 뿐인 셈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워도 과정은 불만족스러웠다. 전북은 25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개인기량에 의존한 늪축구는 도태될 뿐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 점을 유의해서 남은 리그 25경기를 슬기롭게 치러야 할 것이다.

전북의 다음 상대는 두터운 수비와 빠른 역습을 자랑하는 대구(in 전주월드컵경기장)다. 대구는 지난 시즌 전주성에서 전북에게 1승 1무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제 전북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대구전을 통해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가 도태될 지, 살아남을 지,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5

돼지헨리 2020.05.19. 20:47
제목 기가 막히네요 ㅋㅋㅋ 칼럼 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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