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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역사 그거 아세요? -저것의 혀를 자르고 유배를 보내라-[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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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시베리아 횡단철도, 미르니 노천광산같이 시베리아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크고 아름다운 러시아의 시설물들은 죄수들의 피와 땀이 기틀이 되어 일궈낸 결과물입니다.

 

러시아가 막 시베리아로, 극동으로, 알래스카로 달려나갈 때조차 당시 사람들마저 사람 살기 뒤질라게 힘든 똥땅인거 다 알아서 아무도 개척자로 가지 않으려 들었거든요.

 

그렇기에 극동 개척은 항상 인력난을 겪었고, 개척자들의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러시아는 시베리아로 진출한 이후 계속 죄인들을 강제로 차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일단 동쪽으로 보내서 노가다를 시키는 이 아름다운 전통은 그렇게 생기어 소련 해체시까지 굴라그라는 이름으로 계승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사람만 시베리아 유형 신세를 진 게 아니었습니다.

 

모스크바의 근교에 위치한 러시아의 도시 우글리치에는 시베리아 노역형에 처해진 종이 있습니다.

 

근교라기엔 너무 멀다구요? 러시아 땅덩이 한번 더 보고 오세요.

 

uglich-bell.jpg

 

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종 맞습니다.

이 종이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유형 신세를 진 것이었을까요?

 

Boris_Godunov_by_anonim_(17th_c.,_GIM).jpg

 

16세기 이반 뇌제의 사후 그의 아들 표도르가 황위에 오르지만, 정신적으로 모자랐기 때문에 그의 처남 보리스 고두노프가 섭정을 맡게 됩니다.

 

문제는 보리스는 자기 가문을 황실의 한 줄기로 만들고픈 야망을 넘어 황제 자리까지 눈독을 들이던 야망에 가득찬 사람이었고, 이를 위해서 사람을 보내 우글리치에 있던 표도르의 동생 디미트리를 죽이도록 명령합니다.

*실제로도 이 반란을 통하여 훗날 보리스 고두노프는 차르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암살은 성공적이었으나 우글리치는 디미트리 왕자를 보필하던 황실 방계가문의 본산이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기존 황실에 충성스러울 수밖에 없는 동네였습니다.

 

그들은 이에 분노하여, 교회로 달려가 바로 종을 울려 동네 사람들을 소집, 디미트리 왕자를 죽인 범인을 찾아 족치고 보리스 고두노프에게 반기를 듭니다.

 

고두노프 섭정의 명령 아래 반란은 철저히 진압되었고, 우글리치의 시민들은 보리스 고두노프의 심복을 죽인 죄로 학살당하거나 시베리아에 끌려갔습니다.

 

결국 황실에서는 디미트리 왕자의 사인은 혼자 칼을 갖고 놀다가 부주의로 인해 죽은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발표하였고, 디미트리의 암살을 알린 교회당의 종은 '거짓 정보를 고했다'는 죄목으로 혀가 잘려 시베리아로 보내졌습니다.

 

여기서 혀는 방울입니다. 종에는 혀가 달려있을 리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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