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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미끄러운 활주로,TAP 포르투갈항공 425편 착륙실패사고[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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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1월 19일,폭풍우치는 마데이라 제도.

164명이 탄 항공기 1대가 활주로를 찾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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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공기는 바로 TAP 포르투갈항공 425편(기종:B727-282).

브뤼셀에서 출발해 리스본 포르델라 공항을 거쳐 마데이라 공항(현 호날두 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었다.

기장은 조아오 론타로,부기장은 미구엘 릴,항공기관사는 갈디노 핀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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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55분에 리스본에서 이륙한 425편은 얼마간의 비행 끝에 마데이라에 도달하는데 성공하였고,이제 마데이라 공항에 착륙만 하면 되었으나 조종사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마데이라 공항은 착륙이 어렵기로 악명높은 공항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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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데이라 공항

 

마데이라 공항은 당시 ILS 시스템이 없었던데다가,접근패턴이 매우 어렵고(과장보태서 그 카이탁과도 맞먹음),공항 주위에 난기류가 매우 많으며,자주 안개가 끼는데다가,주위에 산지가 많았고,활주로 길이도 매우 짧았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까딱 실수라도 하면 그대로 추락으로 이어질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공항이었다.

게다가 425편이 마데이라 공항에 도착한 시점이 밤이었기 때문에 시정마저도 매우 좋지 않았고,결국 425편 조종사들은 오로지 활주로의 불빛과 관제탑의 조언에만 의존하며 착륙을 시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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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이날 마데이라엔 엄청난 규모의 뇌우가 퍼붓고있는 상태였다.

425편 조종사들은 이제 거의 눈이 먼 상태로 세상에서 가장 착륙이 어려운 공항에 착륙을 시도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조종사들은 임시방편으로 관제탑에게 최대한 활주로등을 밝게 켜달라고 한후 오후 9시 18분에 06번 활주로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00피트 아래로 내려갔음에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자 425편 조종사들은 일단은 복행하기로 하고 3,500피트까지 올라갔다.

 

 

TAP_Boeing_727-100_Volpati-1.jpg

복행후 425편은 9시 33분에 24번 활주로에 다시 착륙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구름때문에 활주로가 보이지 않아 착륙에 실패했다.

425편이 2번이나 착륙에 실패하는 사이,뇌우는 점점 거세졌고 425편 조종사들의 가시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게다가 425편의 연료도 이제는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고,더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연료부족으로 추락할수도 있었다.

조종사들은 다음 착륙시도도 실패한다면 마데이라 인근의 라스 팔마스로 회항하기로 합의한 후 9시 44분에 다시 24번 활주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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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번에는 활주로 불빛이 보였고,마침 바람도 진정되었기 때문에 425편 조종사들은 착륙하기로 결정하고 천천히 활주로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활주로 불빛이 잠시 안보이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고 425편의 속도가 정상착륙속도보다 약간 빠르긴 했지만 425편은 꽤 안정적으로 활주로로 접근하는데 성공했고,곧 24번 활주로의 610M 지점에서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이제 속도를 줄이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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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425편은 멈춰지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역추진장치를 가동하며 425편을 멈추게하려고 했지만,425편은 계속 미끄러지며 활주로를 꾸역꾸역 나아갔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조종사들도 할수있는것이 없었다.

425편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점점 활주로의 끝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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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편은 끝끝내 활주로에서 정지하지 못했다.

425편은 시속 145km의 속도로 활주로를 오버런해 절벽아래로 추락해서 아치형 다리와 충돌했다.

이 충돌로 동체가 네조각이 났고,그중 일부는 멈추지 못하고 해변가로 추락했다.

이와 동시에 425편의 연료탱크가 폭발했고,425편의 잔해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잠시후 구조대가 와서 생존자 구조에 나섰지만 이미 다수의 승객이 사망해버린 상황이었다.

탑승자 164명중 131명이 사망했고,시신중 일부는 동체 앞부분의 잔해와 함께 바다로 쓸려나가버려 아예 수습이 불기능했다.

425편 조종사들의 시신 역시 바다로 쓸려나갔다.

 

이 사고는 당시 포르투갈 역사상 최악의 항공사고였고,대참사에 경악한 포르투갈 민간항공국에서는 즉각 조사단을 꾸려 사고원인을 규명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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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생존자들이 '항공기가 터치다운후 제대로 멈추지 않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활주로를 이탈했다'라고 증언을 했기 때문에 조사단은 425편이 도대체 왜 활주로에서 멈추지 못했는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사고당시 마데이라 공항에 엄청난 뇌우가 내리고 있었다는것을 확인한 조사단은 사고당시의 마데이라 공항 기상기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여 활주로가 비에 젖어 미끄러웠기 때문에 425편이 멈추지 못했을거라고 가설을 세울수 있었다.

이 가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으나,몇가지의 치명적인 맹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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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비가 내렸다고는 해도 마데이라 공항의 활주로에는 배수용 홈이 설치되어있어 활주로가 미끄러워지는걸 충분히 막을수 있었다.

게다가 사고기에는 이미 미끄럼 방지 시스템이 설치되어있었던 상황이었다.

 

사고당시 425편에게는 오버런을 막을 수단이 2개나 있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425편은 이런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활주로에서 멈출수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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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마데이라 공항 24번 활주로의 배수용 홈을 조사해보고 활주로의 배수용 홈이 사고당시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던 이유를 알수있었다.

배수용 홈이 마모되어있었던 것이다.

24번 활주로의 배수용 홈은 이미 과거의 다른 항공기들의 이착륙으로 인해 심각한 수준으로 마모되어서 제대로 배수를 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사고당시에 24번 활주로는 배수용 홈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을것이었고 425편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을수 없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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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홈의 미스터리가 풀리자,조사단은 두번째 미스터리도 풀수있었다.

425편의 미끄럼 방지 시스템은 바퀴가 회전할 때에만 작동되었었던 것이다.

당시 보잉 727기의 미끄럼 방지 시스템은 바퀴가 회전하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작동했기 때문에 너무 비가 많이고여 바퀴가 아예 회전하지 않으면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었다.

425편이 폭우로 인해 수막현상이 발생하여 바퀴가 회전하지 않는채로 미끄러졌기 때문에,미끄럼 방지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했었던 것이다.

 

결국 사고당시 425편의 오버런을 막을 시스템들은 모두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사단은 활주로의 배수시설 마모와 폭우,B727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425편이 착륙에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추가로,조종사들이 착륙할때 방향타를 조작한것과 평상시보다 더 빨리 착륙한것과 스피드브레이크를 약간 늦게 발동한것도 사고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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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보고서에서 조사단은 폭우와 활주로 문제,B727 시스템의 문제,조종사 과실로 인해 425편이 추락했다고 썼고 마데이라 지역의 기상관측 개선,접근 최소조건 준수,착륙보조장치 수정을 권고했다.

그러나,이 최종보고서는 매우 문제가 많은 보고서였다.

보고서에서 조사단이 권고한 사항들을 다시한번 살펴보자.

무언가 빠진것같지 않은가?

 

그렇다.조사단은 최종보고서에서 마데이라 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마데이라 공항 활주로의 배수용 홈이 마모된 원인을 규명하지 않았고,최종보고서에서 배수용 홈이 사고에 기여했다는 것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조사단은 조종사들이 평상시보다 더 빨리 착륙하게 만든 마데이라 공항의 악천후와(악천후속에서 활주로를 찾느라 조사단은 속도를 확인하지 못한채 착륙해야했다) 425편의 제동을 방해한 비정상적 구조의 활주로(다른 활주로들보다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짧았고 내리막이어서 항공기들의 착륙을 매우 위험하게 했다)란 문제점을 최종보고서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매우 한심한 행동이었고,자국의 공항이 가진 문제점을 감추려 사고원인을 조종사와 보잉사의 탓으로만 돌리는 질나쁜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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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조사단의 이런 감추기 시도에도 불구하고 마데이라 공항의 문제점은 얼마지나지 않아서 드러나게 되었다.

사고 약 한달후인 12월 18일에 SATA 730편이 활주로 접근중 바다에 추락해 36명이 사망했던 것이었다.

원인은 악조건으로 인한 조종사들의 실수였다.

마데이라 공항은 불과 한달만에 두대의 항공기와 167명의 탑승객을 잡아먹어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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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건의 사고이후 포르투갈 항공업계는 마데이라 공항이 문제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고,활주로 확장및 보수공사를 벌이고 대대적인 시설 개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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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대적 개선은 2000년에 콘크리트 다리위에 세워진 추가 활주로가 완성되면서 마침내 끝나게 되었고,마데이라 공항은 만들어진지 수십년만에 표준길이의 활주로를 가질수 있었다.

이 개선조치가 통했는지 마데이라 공항은 아직까지도 엄청난 난기류와 악기상으로 인해 악명이 높은 공항이지만 TAP 425편과 SATA 730편 사고 이후로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고있다.

 

 

 

425편 사고 희생자 131명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 7

best 백곰따까리 작성자 2021.12.28. 17:07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수능끝나고 2~5일에 한개씩 글을 쓴후 모아서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는 하루에 3개씩 올리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3일 늦어졌네요 ㅎㅎ
그래도 1달간 비축분 15개나 모았으니 31일까지는 전부다 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est 백곰따까리 작성자 2021.12.28. 17:07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수능끝나고 2~5일에 한개씩 글을 쓴후 모아서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는 하루에 3개씩 올리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3일 늦어졌네요 ㅎㅎ
그래도 1달간 비축분 15개나 모았으니 31일까지는 전부다 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021.12.28. 18:16
저 공항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공항이 된 그곳인가요 ㄷㄷ
댓글
2021.12.28. 19:07
 백곰따까리
항공사고시리즈 항상 잘 읽고 있어요 ㅎ
앞으로도 흥미로운글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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