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하마타면 911의 5번째 희생자가 될뻔한 대한항공 085편[발롱도르~]

2001년 9월 11일 아침 8시 46분,한참 출근하던 사람들로 북적이던 뉴욕 시내는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드트레이드센터의 1번건물에 항공기가 충돌한것이다.

30분후 다른 항공기 1대가 추가로 와서 아직 멀쩡했던 2번건물에 부딪혔고,순식간에 뉴욕의 자랑이었던 월드트레이드센터는 화염에 휩싸여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아메리칸항공 11편과 유나이티드항공 175편을 납치해 건물에 돌진시킨 것이었다.

 

 

무너진 펜타곤

 

알카에다는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정도로 멈추지 않고 아메리카항공 77편과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을 납치해 아메리칸항공 77편을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유나이티드항공 93편을 백악관에 충돌시키려 했다.

다행히 백악관 충돌은 승객들의 저항으로 실패했으나 아메리칸항공 77편은 그대로 8시 51분에 펜타곤을 들이받았고,유나이티드항공 93편도 자포자기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9시 28분에 펜실베이니아 광산에 추락했다.

미국은 불과 1시간 15분만에 대형여객기 4대와 월드트레이드센터,국방부 청사,그리고 수천명의 미국인들의 목숨을 알카에다에게 빼았긴 것이었다.

 

 

 

 

 

 

 

 

 

 

911테러 직후 미국 영공

 

이에 기함한 미국은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SCATANA(영공 봉쇄)를 취했고,미국은 자국 영공을 날고있는 항공기들을 강제 착륙시키고 영공에 진입하려하는 항공기들을 회항시키거나 인근 공항에 강제 착륙시키도록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미국은 혹시 다른 납치가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토 전역의 트랜스폰더 사용기록들을 계속해서 감시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또다른 테러를 막기위해 위의 조치들을 시행하며 분주해하던 이때,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경유하여 뉴욕 JFK 국제공항으로 가고있던 대한항공 085편(B747-4B5,215명 탑승)은 대한항공 본사측으로부터 '뉴욕에서 항공기 납치가 발생했으니 조심하라'라는 전신을 받게되었다.

 

 

085편이 이 전보를 받았을 당시 085편에는 기장과 부기장 이외에도 교육중이던 수습 부기장이 타고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교관이었던 085편 기장은 이참에 수습 부기장에게 비행기 피랍시의 대처법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다.

곧바로 기장은 트랜스폰더에 납치시 입력하는 비상버튼(HJK)을 사용하는 방법을 수습 부기장에게 알려주었다.

 

진짜 비상버튼을 입력해버리면 085편이 피랍당했다는 경보가 관제탑에 전해져 당연히 관제탑에서 난리가 날것이 뻔했기 때문에 기장은 발동 직전에 취소버튼을 눌렀고,발동이 취소되자 다시 원래대로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날이 2001년 9월 11일이 아니었다면 이 일은 '기장의 친절한 눈높이교육^^'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2001년 9월 11일이었고,일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085편의 이러한 트랜스폰더 조작은 당시 트랜스폰더를 감시하고있던 미국에게 포착되었다.

곧바로 FAA(미 연방항공청)를 거쳐 북미항공방위사령부에게 085편이 납치코드를 입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이미 4건의 항공기 테러로 노이로제에 걸려있던(게다가 FAA,관제센터와의 소통오류로 계속해서 거짓정보와 과장된 정보가 들려오는 혼란한 상황에서) 북미항공방위사령부는 085편을 집중추적하게 되었다.

 

 

한편 085편이 앵커리지 영공으로 들어오자 앵커리지 관제센터에서는 085편이 교신중 피랍을 의미하는 암구호를 말했다고 오인해(관제사의 실수이거나 억양문제일수도 있음) 085편에게 만약 비상상황이면 트랜스폰더 코드를 7500으로 바꾸라고 교신했는데(이방법은 비상신호 HJK가 전해졌을때 진짜 납치인지 알기위해 사용하는 방법임) 하필이면 앵커리지 센터 관제사가 이 교신을 너무 단호하게 말해(조종사 증언에 의하면) 085편 조종사들은 이것을 트랜스폰더 코드를 7500으로 바꾸라는 지시라 알아듣고 정말 트랜스폰더 코드를 7500으로 바꿔버렸다.

 

 

F-15C

 

이에 북미항공방위사령부는 085편이 납치당했다고 결론짓고 인근 공군기지들에서 F-15C 2대를 출격시켜 085편을 감시하도록 지시한 후 앵커리지 관제센터에게 085편이 경유지인 앵커리지 공항쪽으로 계속 비행한다면 격추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소식을 전해들은 알래스카 주지사는 앵커리지의 주요 시설들에 대피명령을 내렸고 해안가의 유조선들에게도 바다로 대피하라고 하였다.

 

085편이 납치되었다고 굳게믿은 북미항공방위사령부는 만약 085편이 계속 앵커리지로 접근한다면 추가 테러를 막기위해 085편을 격추시키려고 한 것이다.

 

 

085편에게는 다행히도,격추지시가 내려지기 전에 앵커리지 관제센터에서 085편에게 정말 납치당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앵커리지 관제센터에서 085편이 납치되었냐고 물어보자 085편 조종사들은 당황해하며 자기들은 납치를 당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에 앵커리지 관제센터는 사실확인을 위해 강제착륙 지시를 내렸고,085편 조종사들은 이 지시를 받아들여 F-15의 유도를 받으며 캐나다 화이트호스 공항에 오후 2시 54분경(뉴욕시간) 착륙했다.

 

이때 화이트호스 지역에서 대규모 주민대피가 일어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이 강제착륙 덕분에 085편은 다행히 격추를 면할수 있었다.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085편

 

착륙직후 조종사들은 밖으로나와 몸수색을 마친후 FBI의 심문을 받아야 했고,탑승객들 역시 한동안 기내에 머무르며 캐나다 경찰의 검문과 FBI들의 일대일 심문을 받아야 했다.

수시간후 심문이 간신히 끝나자 이들은 캐나다 무장경찰들과 공항 청사위에 있는 저격수들과 FBI들의 감시를 받으며,또 흥분한 화이트호스 시민들과 방송국 기자들,구경온 인근마을 주민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기내밖으로 나온후 인근 호텔로 이동해 간신히 짐을 풀고 쉴수있었다.

 

 

당시 화이트호스 공항의 저격수들

 

다행히 심문과 이후의 기내수색,수하물과 화물 검사에서 085편의 테러나 납치를 증명해주는 흔적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085편은 간신히 결백을 증명받을수 있었다.

사건 이틀후,085편은 다시 화이트호스 공항에서 이륙해 원래의 목적지였던 뉴욕으로 갈수있었다.

 

 

이렇게 조종사와 관제사들의 통신오류(교신기록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상태라 책임을 어느 한쪽에게 묻기가 힘듬),911테러의 충격으로 당황한 북미항공방위사령부의 판단실수(물론 085편과 관제사 잘못이 더 큼,북미항공방위사령부는 사실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한거임)로 인해 운이 나빴으면 격추되어 911의 5번째 희생자가 될뻔한 대한항공 085편은 운좋게 희생양이 되는것을 피할수 있었고,승객 모두 팔다리 성하게 JFK 국제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다.

하마타면 비극으로 끝날수도 있었던 사건이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난것이다.

미국에게도 한국에게도 085편에게도 다행이었다.

 

사건이후 대한항공은 더이상 서울-뉴욕 노선에서 앵커리지를 경유하지 않고 있다.

이당시 085편으로 쓰였던 항공기 HL7404는 이후로도 쓰이다가 2016년 MAX AIR에 매각되었고,그후 2020년에 퇴역해 현재는 항공기 무덤인 파이널 에어파크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