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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속도의 함정,휴즈 에어웨스트 706편 공중충돌사고[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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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6월 6일,미국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

승객 49명을 태운 DC-9-31 한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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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공기는 바로 휴즈 에어웨스트 706편,로스엔젤레스에서 출발해 솔트레이크시티,보이시,루이스턴,파스코,야키마 공항을 거쳐 시애틀까지 가는 국내선 남북횡단 항공편이었다.

706편의 기장은 시오도어 니콜라이,부기장은 프라이스 브루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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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오후 6시 2분,706편은 첫 기착지인 솔트레이크시티로 가기위해 하늘위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순조롭게 이륙한 706편은 곧 악천후로 인해 15,000피트까지 상승해야했지만 이외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고 이대로 별탈없이 솔트레이크시티까지 갈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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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오후 6시 11분.

잘 날고있던 706편이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706편이 마지막으로 레이더에 잡힌 지점이었던 샌 가브리엘 산맥과 샌 가브리엘 산맥 인근지역인 두아르테 시에서 항공기 추락신고가 빗발쳤다.

기겁한 관제탑과 지역소방대는 급히 샌 가브리엘 산맥으로 구조대를 파견했다.

구조대는 헬리콥터까지 동원하며 사고현장의 짙은 안개를 뜷고 간신히 706편이 추락한 지점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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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추락지점에 도착한 구조대는 곧 망연자실할수밖에 없었다.

생존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49명 전원이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NTSB는 곧바로 조사단을 사고지점으로 파견했지만,조사단이 막 조사를 하기도 전에 충격적인 뉴스가 하나더 들어왔다.

사고 목격자들이 706편이 전투기와 충돌했다고 증언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망자가 추가로 늘수도 있었다.

조사단은 곧바로 인근 공군기지들에게 복귀하지 못한 항공기가 있는지 수색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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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B 팬텀

 

곧 조사단은 엘토로 공군기지로부터 F-4B 한대가 기지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또,그 F-4B에 탔던 조종사 2명중 필립스 중위는 비상탈출에 실패해 사망했지만 레이더 요격 관제사였던 쉬즈 중위는 생존해 복귀했다는 연락도 받았다.

조사단은 곧바로 쉬즈 중위를 불러 당시 무슨일이 일어났던건지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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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즈 중위는 그의 동료와 아이다호 남서부의 마운틴 홈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엘토로 공군기지로 복귀하던중 앞에서 706편이 갑자기 나타나서 회피기동을 시도했지만 결국 부딪혔고,자신은 충돌직후 좌석을 사출하여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706편은 F-4B와의 공중충돌로 인해 추락한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조사단이 706편의 잔해들을 재조립해본 결과 706편은 추락직전에 이미 무언가와의 충돌로 인해 기수,즉 조종실 부분이 떨어져나간 상태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706편이 충돌로 인해 기수가 떨어진 조종불능의 상태에서 추락했다는 것을,즉 706편이 공중충돌했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였다.

 

조사단은 706편이 F-4B와 공중충돌했다고 결론지었고,이제 왜 F-4B와 706편이 충돌직전까지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와 관제탑은 왜 충돌경고를 해주지 못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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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당시 F-4B 전투기가 원래보다 더 낮게 비행했다는 것을 발견한 조사단은 이것이 F-4B가 706편을 못본 이유와 연관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F-4B가 사고당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고장은 없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고 곧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고당시 F-4B는 다수의 기기가 고장나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706편과 충돌한 F-4B는 사고이전에 이미 라디오와 트랜스폰더,레이더,산소공급장치가 고장나있던 상태였었다.(낮게 난 이유도 산소공급장치 고장 때문이었음)

당연히 급히 수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고 사고기의 기지였던 엘토로 공군기지도 이걸 모르진 않았기에 사고당일에 사고기를 마운틴 홈 공군기지에 보내어 고장을 수리하도록 했었다.

만약 여기서 엘토로 공군기지의 계획대로 수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하필이면 수리를 맡기로 한 마운틴 홈 공군기지는 당시 정비인력이 극심히 부족했었고,그날 수리하기로 한 기기들중 라디오밖에 수리해주지 않았다.

결국 엘토로 공군기지로 귀환할때의,즉 사고당시의 F-4B는 트랜스폰더,레이더,산소공급장치가 계속 고장나있던 상태였던 것이다.

조사단은 이 대목에서 F-4B가 706편을 보지못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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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B가 706편을 보지못한 이유는 바로 레이더 고장 때문이었다.

레이더는 전투기 주변의 물체의 거리와 속도,진행방향들을 제공해주며 전투기 주위의 위험을 경고해준다.

그런데 이런 레이더가 고장나있었다는것은 F-4B가 사고당시 주변상황을 제대로 파악할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F-4B가 사고직전까지 706편을 확인하지 못한것이 이해되었다.

F-4B는 눈이 먼 상태에서 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어찌 사고지점까지 멀쩡히 비행한 것이 기적인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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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레이더가 고장났으면 육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706편의 위치를 알고 피할수있었지 않나?란 의문이 잠시 제기되었지만 조사단은 사고당시 F-4B의 산소공급장치가 고장난 것을 확인하고 F-4B 조종사들이 육안으로 706편을 확인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수있었다.

당시 F-4B 조종사들은 저산소증에 걸렸었던 것이다.

평소보다 낮게 날았다고 해도 15,000피트는 충분히 저산소증을 불러올 수 있는 고도이다.

저산소증의 일반적 증상은 혼란과 두통,일시적 시력이상이다.

F-4B 조종사들이 저산소증에 걸린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위의 증상들로 인해 706편을 육안으로도 확인하지 못할수 있었던 것이다.

 

조사단은 레이더 고장과 산소공급장치 고장으로 인해 F-4B조종사들이 706편을 확인할수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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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들은 곧 관제탑이 충돌에 대해 경고를 해주지 못한 이유도 알아냈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지역을 담당한 관제탑의 레이더가 너무 구식이었던 것이다.

당시 사고지역 담당 관제탑의 레이더는 2차대전기 수준이었다.

이런 레이더로는 너무 빨리나는 F-4B를 도저히 탐지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조사단은 관제탑이 구식장비때문에 F-4B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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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사단은 706편이 F-4B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만 알아내면 되었으나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706편의 음성기록장치가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망가져서 당시 조종실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판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조사단은 이부분은 추측으로 이유를 밝혀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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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이 추론한 706편이 F-4B를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었다.

 

첫째,706편 조종사들의 계기비행.

사고당시 706편은 악천후로 인해 계기비행으로 상승중이던 상황이었다.

만약 706편 조종사들이 사고직전까지 계속 계기비행을 했었다면 충분히 F-4B를 파악하지 못할수 있었다.

 

둘째,너무빠른 F-4B의 속도.

사고당시 F-4B는 706편에게 460노트의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정도 속도였다면 706편 조종사들이 F-4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할수도 있었다.

 

셋째,F-4B의 색.

F-4B의 도장은 하늘과 비슷한 색이었기 때문에 보호색 역할을 해 706편 조종사들이 F-4B를 하늘과 분간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

 

조사단은 이 세가지 이유로 706편이 F-4B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706편 사고는 여러가지 우연과 F-4B의 주요 기기 고장,관제탑의 구식 장비라는 복합적 문제가 일으킨 참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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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최종보고서에서 관제장비 노후,F-4B의 장비고장,양측 항공기의 주위상황 파악 실패를 지적했고 고도에 따른 항공 공역 분할,군용기의 민간항로 진입및 고속/저고도 비행 통제,레이더 기록 녹화장치 설치,관제탑에 녹화장치와 대화녹음기를 설치할것을 권고했다.

 

사고이후 프랭크 모스 상원의원은 75년까지 모든 항공기에 공중충돌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고,미 국방부는 민간항공기들이 자주 다니는 공역에서의 군용기 저고도 고속비행을 자제하고 시계비행을 줄이고 계기비행 위주로 비행하며,민간관제사들의 지시에 복종하기로 했다.

한편 사고를 일으킨 F-4B의 조종사였던 필립스 중위가 충돌직후 탈출하지 못한 이유가 사출좌석 고장때문이었다는게 조사중 밝혀져 국방부가 F-4B 설계를 재검토하게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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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당시의 공중충돌 방지방법이었던 '(시계비행으로)보고 피해라'는 706편 사건 이전에 벌어졌던 사건인 엘리게니항공 853편 참사,피드몬트항공 22편 공중충돌사고로 인해 '만약 시계비행으로 볼수없는 상황이면 어쩔건가'라는 비판을 듣고있었는데 706편 사고 이후 이런 비판론에 크게 힘이 실리게되었고 결국 후일 안전규정이 개정되게 되었다.

 

휴즈 에어웨스트는 사건이후 도색을 노란색으로 바꾸고 계속 운항했으나 결국 1980년에 리퍼블릭 항공에 합병되었다.

 

 

 

706편 사고 희생자 50명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 2

워그레이몬 2021.09.14. 17:28
인재는 참 보면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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