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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불타는 화물칸,벨류젯 592편 추락사고[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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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5월 11일,마이애미 국제공항.

DC-9-32 1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항공기의 편명은 벨류젯 592편.

110명이 탄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국제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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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공기의 기장은 유명 여류조종사 캔들릭 쿠벡,부기장은 리처드 헤이즌이었다.

이들은 벨류젯 최고의 파일럿들로,훌륭한 조종술로 명성이 자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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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벨류젯 592편은 원래 출발하기로 한 시각보다 1시간정도 늦은 오후 2시 4분에 이륙을 시작했다.

592편은 가볍게 하늘위로 날아올랐고,이날도 무사히 비행을 마칠것으로 보였다...

 

 

valujet-flight-592.jpg

그런데,이륙 몇분후 592편이 8000피트까지 상승했을때쯤,갑자기 객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객실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바닥에 피어오르는 연기는 점점 커져갔고 타는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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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바닥이 불타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공황상태에 빠졌고,조종실 음성기록장치에 기록되었을정도로 크게 '불이야!'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크게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에 놀란 조종사들은 객실승무원을 불러 상황을 파악했고,곧 마이애미로 회항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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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편의 사고당시 비행경로

 

하지만 회항하는동안 화재는 점점 커졌고,결국 몇분후 화재와 하중을 견디지못한 592편의 객실바닥이 붕괴해버리고말았다.

이 객실바닥의 붕괴는 592편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객실붕괴로 인해 항공기 제어케이블에도 화재가 옮겨붙게되었고,결국 제어케이블마저 고장나며 592편의 조종기능이 먹통이 되어버린것이었다. 

592편은 이제 날아다니는 관이 되었다.

 

 

valujet-dc-9-32.jpg

그후 화재가 더 심해지면서 592편의 오른쪽엔진이 멈춰버리게 되었고,592편은 급격히 좌측으로 기울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후의 기록은 화재로 비행기록장치가 중단되는바람에 확인할 순 없지만,후일 592편의 잔해에서 조종사들이 수평을 유지하려한 흔적이 남아있던것으로보아 조종사들은 끝까지 추락하는 592편을 회복시키려 안간힘을 썼던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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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조종사들의 노력에도 592편은 추락을 멈추지 않았고,결국 오후 2시 13분,이륙 9분후 592편은 에버글레이즈 늪지에 시속 800KM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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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구조대가 출동했으나,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탑승자 110명이 전부 불귀의 객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사고직후 급히 NTSB가 조사단을 꾸려 사고현장으로 왔지만,안타깝게도 이미 잔해의 다수가 늪지에 가라앉아버린 상태였다.

 

 

valujet-flight-592 (1).jpg

조사단은 급히 자원봉사자들과 같이 잔해수색에 나섰고,다행히 블랙박스같은 중요한 잔해들은 발견할 수 있었다.

조사단은 간신히 입수한 잔해들과 블랙박스 기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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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편의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분석 결과 조사단은 객실에서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렸으며 조종사들도 화재로 인해 회항을 결정하게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사고기 잔해들에서도 화재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조사단은 곧 592편이 화재로 인해 조종기능을 상실해서 추락했다고 결론을 내게되었다.

그런데,592편은 어떻게 화재가 나게된걸까?

592편의 잔해에는 엔진결함이나 누전같은 기체결함의 흔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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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 달린 비상용 산소마스크,넣을만한 산소발생기 사진을 못찾아서 대신 넣음

 

조사단은 592편 수하물의 잔해에서 화재의 원인을 발견한다.

592편이 사고당시에 실은 수하물중 수십개의 산소발생기가 있었는데,한 경찰이 사고현장에서 발견한 산소발생기의 잔해들중 일부에 작동의 흔적이 있던것이었다.

산소발생기는 가동시 엄청난 열을 방출해 화재를 일으킬수도 있는 물건이다.

그런물건이 사고당시 작동되었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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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사단은 산소발생기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애초에 산소발생기는 적재시 수칙(내부 물질을 빼고 잘 안타는 것들로 포장후 뇌관에 플라스틱을 씌움)만 잘지킨다면 결코 작동되지 않는 물건이다.

게다가,화재가 벌어지려면 공기가 있어야하는데 DC-9기종의 화물칸은 화재를 막으려 전면밀폐되게 설계되어있어 상식적으론 화재가 발생될수가 없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592편의 산소발생기는 어떻게 불을 내버린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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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사고당일 592편의 수화물 적재를 맡은 기업 '세이버텍'의 직원들을 조사한 후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산소발생기는 제대로 적재되지 않았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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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당일 592편에 수화물을 싣던 세이버텍 직원들은 원래의 적재수칙과는 달리 내부의 물질을 빼지도 않은,심지어 안전핀도 빠진 산소발생기를 대충 에어캡을 두른후 뇌관을 테이프로 막고 박스에 넣은후 적재했고,서류엔 거짓으로 제대로 적제를 했다고 써놓았다.

테이프와 에어캡은 불에 매우 잘타는 물건이다.

그것들을 제대로 적재가 안된,언제 켜질지 모르는 산소발생기에 두른다?

그냥 산소발생기에게 땔감을 던져준 것이다.

게다가 산소발생기는 '산소'를 만드는 물질이다.

만약 화재가 난다면 안쪽이 밀실이어도 꾸준히 산소를 공급한 수 있는것이다.

이것으로 산소발생기에겐 화재를 일으킬수있는 조건이 다 갖추어진 셈이었다.

 

이정도만 해도 문제인데,세이버텍 직원들은 실수를 한가지 더 했다.

바로 산소발생기가 든 상자를 인화성 물질 옆에 버려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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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당시 592편의 옆에 두어진 수화물은 타이어,엄청난 수의 편지봉투였다.

전부 가연성 물질이었다.

이정도면 산소발생기가 화재를 일으키라고 제사를 지낸 수준이었다.

조사단은 적재된 산소발생기의 잔해에서 작동된 흔적이 있던것과 산소발생기를 부적절하게 적재했던 것,산소발생기 옆에 인화성 물질을 가득 둔것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었고 곧 이 결론이 맞는지 알기위해 당시 592편의 화물칸과 똑같은 세트장을 짓고 실험을 해보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불의 온도가 10분만에 1500도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조금뒤에는 측정이 불가한 수준까지 온도가 올라갔고,본격적으로 주위의 가연성 물질들을 포식하기 시작했다.

곧 타이어가 블랙박스에 나온것과 비슷한 폭음을 내며 터졌다.

592편 조종사들이 들은 폭음은 바로 타이어가 터지는 소리였던 것이다.

조사단은 화물칸 적재중이나 이륙중에 592편의 산소발생기가 켜져버리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했고,주변의 가연성 물질때문에 화재가 크게 번졌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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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최종보고서에서 세이버텍의 화물 적재수칙 위반,벨류젯의 정비태만과 세이버텍 감시의무 불이행을 지적했다.

또,FAA(연방항공국)의 과실도 지적했는데,그이유는 8년전 아메리칸항공 132편이 비슷한 이유로 비상착륙했었는데,(120여명 부상,다행히 사망자 없음)이때 132편 사고 조사단이 화물칸에 화재감지기와 소화장치를 설치할걸 권고했음에도 FAA가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였다.

조사단은 592편 추락과 비슷한 사고가 과거에 일어났었음에도 FAA가 대책마련과 실행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이런참사가 났다고 FAA의 게으름을 꼬집은 것이었다.

이때문에 최종보고서 발표후 FAA는 한동안 엄청난 욕을 먹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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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이후 어처구니없는 적재로 참사의 단초를 불러온 세이버텍의 직원 3명은 기소되었고,그중 1명은 국외로 도주해 아직까지도 FBI의 수배상태이며 나머지 2명은 왜인지 무죄로 풀려났다.

세이버텍은 200만 달러의 벌금+900만 달러의 배상을 선고받았으나 재판중에 이미 파산해버리고 말았다.

 

벨루젯은 이후 다시 운항을 재개했으나 이미 엄청난 타격을 입은 상태였고,결국 97년 소규모 항공사에 인수되어 에어트랜으로 이름을 바꾸어 영업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인수되었다.

 

사고 3주기인 99년에 사고지점인 에버글레이즈 습지에는 110개의 콘크리트 기둥으로 구성된 추모비가 세워져 592편 사고 희생자들을 아직까지도 기리고 있다.(추모비는 인근지역 노동자들이 무료로 세워주었다)

 

 

 

592편 사고 희생자 110명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 3

백곰따까리 작성자 2021.08.26. 19:59
+)윗글만 보면,벨류젯이 질안좋은 하청에게 통수맞고 망한 불쌍한 항공사로 보이겠지만 실제론 벨류젯 역시 막장 항공사였습니다.
벨류젯은 당시 저가항공사를 지향했는데,이때문에 대다수의 일을 하청에게 맡기면서 단가 후려치기를 했고 일이 느려질때마다 하청업자들에게 주는돈을 깎았습니다.
또,항공기 정비도 엄청나게 게을리해 592편 사고 이전에도 1년에 수번씩 항공사고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592편 사고도 세이버택이 불이익을 안받으려 적재시간을 무리하게 맞추려다 생긴 일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벨류젯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백곰따까리 작성자 2021.08.26. 20:05
 백곰따까리
넣으려다 못넣은것들:1.592편 추락지점 바로 근처는 과거 이스턴항공 401편이 추락해 101명이 사망한 곳입니다.
늪에 마가낀거같네요.
2.벨류젯의 이런 막장행보는 사실 유명했습니다.592편 사고 전 미군은 벨류젯으로 군인수송을 하는걸 거부했고 FAA 직원들도 벨류젯의 운영중단을 원했습니다.
3.사실 화물칸 실험을 할때,인화성 물질이 주변에 없던경우는 화재가 알아서 잦아드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타이어나 편지지가 주변에 없었다면 592편이 무사히 비행을 마칠수도 있었겠지요.
댓글
Sso! 2021.08.26. 21:23
이아저씨 항공기 사건사고들은 다 아는듯 ㄷㄷ
기장이셧나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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